산업부동산 경매에 직접 들어가 봤더니, 숫자보다 무서운 건 진입로였다

요즘 공장·창고 물건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 공장 물건 명세서를 들고 계속 주변을 맴돌더군요. 감정가 18억짜리였고 2회 유찰돼서 최저가가 11억대까지 내려온 물건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싸 보입니다. 토지도 넓고 건물도 제법 크고, 네이버 지도에서 보면 큰 도로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트럭이 한 번에 못 도는 진입로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입찰 생각을 접었습니다.
산업부동산은 아파트나 빌라처럼 단순히 평당 가격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공장, 창고,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근린형 제조시설까지 범위가 넓고, 쓰는 사람도 다릅니다. 결국 누가 임차할 수 있는지, 어떤 업종이 들어올 수 있는지, 대형 차량이 다닐 수 있는지가 가격을 좌우합니다. 장부상 면적보다 현장의 쓰임새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감정가보다 먼저 보는 건 도로와 용도지역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산업부동산을 볼 때 가장 먼저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인지 묻습니다. 물론 싸게 사는 건 중요합니다. 그런데 공장이나 창고는 싸게 낙찰받아도 나중에 팔거나 임대가 안 되면 돈이 묶입니다. 저는 이런 물건을 볼 때 감정가보다 진입로, 도로 폭, 접도 상태, 용도지역, 건축물대장을 먼저 봅니다.
예전에 수도권 외곽의 한 창고 물건을 봤습니다. 최저가는 7억 초반, 주변 거래 사례만 보면 9억 이상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5톤 차량이 들어가려면 옆집 담장을 거의 스치듯 지나가야 했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더 위험했고, 회차 공간도 애매했습니다. 임차인은 물건을 옮기고 빼는 사람이니 이런 걸 바로 봅니다. 투자자는 지도 위에서 숫자를 보지만, 임차인은 핸들을 꺾어보면서 판단합니다.
-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바로 진입 가능한지
- 대형 차량 회차 공간이 있는지
- 공장등록이나 창고 용도로 실제 사용 가능한지
- 인근 민원 가능성이 큰 업종인지
- 전기 용량, 층고, 바닥 하중이 업종에 맞는지
특히 용도지역은 대충 넘기면 안 됩니다. 계획관리지역이라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녹지라고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현재 건축물의 적법성, 기존 사용 이력, 앞으로 임차인이 원하는 업종이 들어올 수 있는지입니다. 경매로 싸게 샀는데 막상 임차인이 “여기 허가 안 나오네요”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계산이 꼬입니다.
산업부동산 권리분석은 임차인부터 다르게 봐야 한다
아파트 경매에서는 전입세대,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중심으로 봅니다. 산업부동산도 임차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결이 다릅니다. 사업자등록, 공장등록, 점유 범위, 기계 설비 소유권, 유치권 주장 가능성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명도도 주거용보다 훨씬 거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지방의 제조공장 물건에서 임차인이 기계 설비를 두고 유치권을 주장한 사례를 봤습니다. 실제 유치권 성립 여부는 따져봐야 했지만,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낙찰자는 잔금 내고도 공장을 바로 쓰지 못했고, 그 사이 이자와 관리비가 계속 나갔습니다. 산업부동산은 한 달 공실 비용이 주거용보다 큽니다. 15억 낙찰받고 대출 이자만 월 500만 원 이상 나가면, 석 달만 지연돼도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 문이 잠겨 있으면 그냥 사진만 찍고 오지 않습니다. 주변 공인중개사, 인근 공장 사장님, 관리사무소, 마을 주민까지 가능한 선에서 물어봅니다. 누가 쓰고 있는지, 임대료를 내는지, 사업이 계속 돌아가는지, 직원들이 출근하는지 확인합니다. 법원 서류와 현장 분위기가 다르면 현장 쪽에 더 무게를 둡니다. 서류는 늦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익률 계산할 때 빠뜨리기 쉬운 비용들
산업부동산은 임대료가 높아 보여서 수익률이 좋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2억에 낙찰받고 월세 7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단순 계산으로 연 7% 정도가 나옵니다. 근데 실제로는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보수공사비, 대출이자, 부가세 이슈, 재산세, 보험료까지 들어갑니다. 공장 지붕 누수 한 번 잡는 데 2천만 원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고는 바닥 상태도 봐야 합니다. 지게차가 다니는 곳은 바닥 균열이 임대 조건에 바로 영향을 줍니다. 층고가 낮으면 물류 업종이 싫어하고, 전기 용량이 부족하면 제조업 임차인이 추가 공사비를 요구합니다. 전기 증설은 돈만 있다고 바로 되는 문제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인입 여건, 한전 협의, 공사 기간이 걸립니다.
- 낙찰가만 보지 말고 총투입금을 따로 계산한다
- 최소 3~6개월 공실 이자를 버틸 수 있는지 본다
- 보수공사 견적은 현장에서 보수적으로 잡는다
- 임대료는 희망가가 아니라 실제 계약 사례로 본다
- 매각 가능 가격도 같이 계산한다
저는 산업부동산 수익률을 볼 때 매수 후 바로 임대된다는 가정을 잘 안 합니다. 좋은 물건일수록 임차 수요가 빨리 붙지만, 경매 물건은 하자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상 월세에서 10~20% 낮춰 보고, 공실 기간도 넣어 봅니다. 그 계산에서도 버틸 수 있으면 입찰 검토를 이어갑니다.
초보라면 이런 산업부동산은 피하는 게 낫다
솔직히 처음부터 큰 공장에 들어가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금액이 커서 한 번 틀리면 복구가 어렵습니다. 특히 외곽 산단 밖에 있는 단독 공장, 진입로가 사도인 물건, 유치권 문구가 붙어 있는 물건, 폐기물이나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초보가 혼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면 싸게 산 게 아니라 위험을 떠안은 겁니다.
산업부동산을 처음 본다면 지식산업센터 소형 호실이나 도심형 창고처럼 권리관계와 수요가 비교적 단순한 쪽부터 보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지식산업센터도 공급 과잉 지역은 조심해야 합니다. 분양가보다 경매가가 낮다고 무조건 기회는 아닙니다. 주변 공실률, 관리비, 주차, 엘리베이터 동선, 실제 입주 업종을 봐야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산업부동산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잘 고르면 임차인이 오래 쓰고, 주거용보다 감정 싸움이 덜하고, 현금흐름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잘못 고르면 매수자도 임차인도 싫어하는 애매한 부동산이 됩니다. 넓은 땅, 큰 건물, 낮은 최저가에 끌리기 전에 트럭이 들어가는 길, 실제 쓸 사람, 나갈 때 팔 사람을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경매장에서 버튼 누르는 건 몇 초지만, 그 물건을 감당하는 시간은 몇 년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