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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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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던 것들

처음 본 빌딩은 겉보다 장부가 더 시끄러웠습니다

얼마 전 후배가 서울 외곽 5층짜리 꼬마빌딩을 보러 간다며 같이 가달라고 했습니다. 매매가는 38억, 보증금 3억 8천, 월세 합계가 1,62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죠. 사진만 보면 깔끔했습니다. 1층 카페, 2층 미용실, 위층은 사무실. 그런데 현장에서 임대차 내역을 하나씩 맞춰보니 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1층 카페는 계약서상 월세가 420만 원이었는데 실제로는 3개월째 300만 원만 내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때 깎아준 임대료가 아직 원상복구되지 않은 겁니다. 3층 사무실은 계약 만기가 두 달 남았고, 임차인은 이미 이전할 곳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중개사가 말한 월세 1,620만 원은 ‘현재 들어올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까웠고, 통장에 실제 찍히는 돈은 1,36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빌딩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속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건물 외관이나 위치보다 임대료의 질을 먼저 봐야 합니다. 월세가 높아 보여도 연체가 있거나, 특수관계 임차인이거나, 곧 나갈 임차인이라면 그 숫자는 매매가를 떠받치는 기둥이 아니라 종이 받침대에 가깝습니다.

수익률 5%라는 말, 그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중개자료에 ‘수익률 5%’라고 적혀 있으면 눈이 갑니다. 은행 예금보다 좋아 보이고, 월세도 또박또박 들어올 것 같죠. 그런데 현장에서 계산하면 숫자가 자주 바뀝니다. 빌딩은 매입가만 보는 물건이 아닙니다.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이자, 공실, 수선비까지 같이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8억짜리 빌딩을 산다고 해보죠. 보증금 3억 8천을 승계하고, 대출 22억을 연 5.2%로 받으면 연 이자만 1억 1,44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953만 원 정도죠. 실제 월세가 1,360만 원이면 이자 빼고 407만 원 남습니다. 여기서 관리비 미회수분, 재산세, 소방·승강기 점검, 누수 보수 같은 비용이 빠집니다. 공실 한 칸 생기면 바로 버거워집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이 건물이 잘될 때 얼마 버나’보다 ‘한 칸 비고 금리가 0.5%만 더 올라도 버티나’를 먼저 계산합니다. 빌딩매매는 버티는 게임입니다. 매수한 다음 6개월 만에 다시 팔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매수자는 많아 보여도 막상 잔금 치를 사람은 적고, 대출 조건이 바뀌면 분위기가 확 식습니다.

권리관계보다 무서운 건 숨은 비용입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는 등기부, 전입세대, 확정일자, 배당요구를 집요하게 봅니다. 일반 빌딩매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 매매에서는 권리관계가 깔끔해 보여도 건물 자체가 돈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20년 넘은 근린생활시설은 설비가 한 번에 터지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했던 물건은 매매가 27억, 역세권 도보 7분, 대지 72평짜리였습니다. 겉으로는 무난했는데 지하층 천장에 물 자국이 있었습니다. 매도인은 “예전에 한 번 샌 것”이라고 했고, 중개사는 “지금은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설비업자를 불러 보니 옥상 방수와 배관 일부 교체를 같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견적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4천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이런 비용은 매매계약서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다음 항목을 꼭 따집니다.

  • 최근 3년간 임대료 입금 내역과 연체 여부
  • 공실 기간과 주변 유사 건물의 실제 임대 시세
  • 옥상 방수, 외벽, 승강기, 전기 용량, 소방 설비 상태
  •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여부와 용도 일치 여부
  • 주차 대수, 진입로 폭, 하역 가능 여부

특히 위반건축물은 가볍게 넘기면 안 됩니다. 이행강제금이 매년 나올 수 있고, 대출 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임차인이 들어올 업종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월세 50만 원 더 받으려고 무단 증축한 부분이 나중에 매수자 발목을 잡는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좋은 입지는 지도보다 발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도에서 역세권이라고 해도 현장 느낌은 다릅니다. 출구에서 건물까지 6분이라도 언덕이면 임차인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하거나, 낮에는 유동인구가 많아도 저녁 7시 이후 완전히 죽는 상권이면 업종이 제한됩니다. 저는 빌딩을 볼 때 최소 두 번 갑니다. 평일 점심, 평일 저녁. 가능하면 토요일 오후도 봅니다.

같은 1층 상가라도 버스정류장 앞인지, 골목 안쪽인지에 따라 임대료가 20~30% 차이 납니다. 그런데 매도 자료에는 둘 다 ‘대로변 인근’이라고 적힙니다. 말은 비슷하지만 돈은 다릅니다. 주변 공실도 직접 세어봐야 합니다. 중개사가 “요즘 금방 나간다”고 해도, 같은 골목에 임대 현수막이 5개 걸려 있으면 협상력은 임차인에게 있습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런 빌딩은 일단 피합니다

빌딩매매를 처음 하는 분이라면 욕심나는 물건보다 피해야 할 물건을 먼저 구분하는 게 낫습니다.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물건, 임대차 내역 확인을 흐리는 물건, 매도인이 급매 사유를 계속 바꾸는 물건은 조심해야 합니다. 급매가 늘 나쁜 건 아니지만, 급한 이유가 돈 문제인지, 소송인지, 건물 하자인지는 분명히 봐야 합니다.

특히 임차인 구성이 한 업종에 몰린 건물도 조심스럽습니다. 학원만 있는 건물, 병원 하나가 대부분을 쓰는 건물, 프랜차이즈 한 곳이 임대료의 절반 이상을 내는 건물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임차인이 빠지는 순간 숫자가 무너집니다. 빌딩은 공실 하나가 아니라 현금흐름 전체를 흔듭니다.

제 기준에서는 첫 빌딩이라면 화려한 개발 호재보다 현재 임대료가 검증되고, 큰 수선이 당장 필요 없고, 대출이 조금 덜 나와도 버틸 수 있는 물건이 낫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대박 물건은 대개 설명이 길고 조건이 복잡합니다. 반대로 오래 가져갈 만한 물건은 따져볼수록 숫자가 조용합니다.

빌딩매매는 돈 있는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시장이 아닙니다. 계약서 쓰기 전까지 의심하고, 잔금 치른 뒤에도 비용을 감당할 체력이 있어야 살아남습니다. 저는 아직도 물건 보러 갈 때 사진보다 임대료 입금표를 먼저 봅니다. 건물은 멀쩡해 보여도 숫자는 거짓말을 잘 못 하니까요.

빌딩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 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던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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