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물건 직접 따라가 봤더니, 경매보다 조용하지만 더 차가웠던 이야기

요즘 공매에 눈 돌리는 사람이 많아진 이유
얼마 전 상담 온 분이 법원 경매는 경쟁이 너무 세서 공매로 넘어가면 좀 낫지 않냐고 묻더군요. 그 말, 반은 맞고 반은 위험합니다. 공매는 확실히 법원 입찰장처럼 사람들이 몰려 서류봉투 들고 눈치 보는 분위기는 덜합니다. 온비드에서 클릭으로 입찰하니 조용하죠. 그런데 조용하다고 쉬운 건 아닙니다. 오히려 초보 입장에서는 함정이 덜 보입니다.
경매는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가 법원 양식으로 비교적 익숙하게 나옵니다. 공매도 자료가 있지만 물건 성격에 따라 제공 정보의 밀도가 다릅니다. 세금 체납으로 나온 압류재산인지, 국유재산 매각인지, 금융기관이나 캠코가 관리하는 물건인지에 따라 봐야 할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같은 공매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속은 꽤 다릅니다.
제가 처음 공매를 만졌을 때도 그랬습니다. 경매 경력이 어느 정도 있으니 별거 아니겠지 싶었는데, 막상 권리관계와 점유 상태를 확인하다 보니 법원 경매 때처럼 몸에 익은 순서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특히 인도 문제와 체납 관리비, 대항력 있는 점유자 여부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공매가 경매보다 싸 보일 때 의심해야 할 것
공매 물건을 보다 보면 감정가 대비 60%, 50%까지 내려온 물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숫자만 보면 손이 근질거립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싸게 보이는 물건은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내가 설명할 수 없으면 입찰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3억 2천만 원짜리 수도권 빌라가 2억 초반까지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주변 실거래를 보니 언뜻 2억 8천만 원도 가능해 보였죠. 그런데 등기부를 보니 압류와 가압류가 줄줄이 붙어 있었고, 현장에 가보니 우편함은 꽉 차 있고 관리사무소에서는 몇 달째 연락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더 확인해 보니 내부 점유자가 소유자의 가족인지, 임차인인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물건은 단순히 낙찰가만 싸다고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초보가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공매로 낙찰받으면 나라나 공공기관이 알아서 깨끗하게 넘겨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소유권 이전은 절차대로 진행되지만, 실제 점유자를 내보내고 열쇠를 받는 일은 별개입니다. 협의가 안 되면 인도소송, 강제집행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비용도 시간도 들어갑니다.
- 감정가보다 낮은 이유를 현장과 서류로 설명할 수 있는지
- 점유자가 누구인지, 대항력 가능성은 없는지
- 체납 관리비와 미납 공과금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 대출 실행이 가능한 물건인지 금융기관에 미리 확인했는지
- 내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인지
권리분석은 등기부만 보면 부족합니다
공매에서 권리분석을 할 때 등기부등본만 보고 끝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등기부는 출발점이지 종착지가 아닙니다. 압류재산 공매라면 조세채권의 법정기일, 임차인의 전입일,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말소기준권리만 찾고 끝내면 실제 돈이 어디서 새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제가 예전에 본 상가 물건은 등기부상으로는 후순위 권리가 대부분 말소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니 임차인이 영업 중이었고, 보증금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임차인은 자기 보증금 일부라도 받기 전에는 못 나간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더라도, 실제 투자에서는 시간이 비용입니다. 잔금 치르고도 4개월, 6개월 비어 있으면 수익률 계산은 바로 흔들립니다.
공매는 입찰 전 질문을 많이 해야 합니다. 온비드 공고문, 등기부, 건축물대장, 전입세대 열람 가능 여부, 관리사무소 확인, 현장 방문까지 묶어서 봐야 합니다. 특히 주거용 물건은 전입세대 확인이 중요하고, 상가나 공장은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봐야 합니다. 서류에는 공실처럼 보여도 현장에서는 누군가 물건을 쌓아두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잔금대출과 세금까지 넣어야 진짜 수익이 보입니다
공매 입찰 전에 가장 현실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돈입니다. 입찰보증금만 넣고 낙찰되면 그때 대출 알아보겠다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특히 공매 물건은 금융기관마다 취급 태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물건 종류, 점유 상태, 위반건축물 여부, 선순위 임차인 가능성에 따라 대출 한도가 확 줄어듭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를 2억 4천만 원으로 잡고 대출 70%를 기대했는데 실제로 55%만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기자본이 3천만 원 이상 더 필요해집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수리비, 중개수수료, 보유기간 이자까지 더하면 처음 계산한 수익률은 꽤 달라집니다.
저는 초보자에게 공매 수익 계산을 할 때 최소 세 가지 가격을 씁니다. 낙관적인 매도가, 보수적인 매도가, 급매 처분가입니다. 그리고 급매 처분가 기준으로도 손실이 감당 가능한지 봅니다. 부동산 투자는 잘 팔릴 때보다 안 팔릴 때 실력이 드러납니다. 공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 낙찰가 외 비용을 최소 5~10% 범위로 따로 잡기
- 대출 한도는 기대치보다 낮게 잡고 계산하기
- 명도 기간 동안 이자 비용을 월 단위로 반영하기
- 매도세, 양도세, 보유세를 사전에 계산하기
초보라면 이런 공매부터 보는 게 낫습니다
처음부터 복잡한 지분 물건, 유치권 주장 물건, 선순위 임차인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물건은 수익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실수했을 때 손실도 큽니다. 초보라면 권리관계가 단순하고, 현장 확인이 쉬우며, 시세 비교가 가능한 아파트나 오피스텔부터 보는 게 낫습니다.
물론 아파트라고 전부 안전한 건 아닙니다. 체납 관리비가 많거나, 내부 상태가 심하게 훼손됐거나, 점유자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빌라, 상가, 토지보다 시세 확인이 쉽고 대출 검토도 상대적으로 명확합니다. 초반에는 큰 수익보다 큰 실수를 피하는 쪽이 훨씬 중요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입찰장을 다니며 느낀 건, 돈을 번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 더 배울 게 많다는 점입니다. 공매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들이 안 보는 물건을 찾는 눈도 필요하지만, 내가 모르는 위험 앞에서 멈출 줄 아는 감각이 먼저입니다. 싸다는 이유 하나로 들어간 물건은 대부분 끝까지 싸게 굴러갑니다. 공매는 조용히 진행되지만, 손실은 아주 크게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