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물건에 3번 입찰해봤더니, 돈 되는 집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현장에서 재개발 물건을 보면 분위기부터 다릅니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재개발 구역 안 빌라 물건 하나를 놓고 초보 투자자 두 분이 계속 얘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감정가 3억 2천, 최저가 2억 2천대.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는 8억이 넘으니 겉으로 보면 꽤 먹음직스러운 물건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입찰표를 접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권리 문제가 아니라 사업 단계가 너무 애매했습니다. 구역 지정은 되어 있었지만 조합설립인가 전이었고, 토지등소유자 사이에 반대 의견도 꽤 보였습니다. 이런 물건은 숫자만 보면 싸 보이는데, 실제로는 시간이 제일 비싼 비용이 됩니다.
재개발 투자를 경매로 접근할 때 초보가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낙찰가와 미래 아파트 가격만 비교합니다. 근데 현장에서는 그 사이에 몇 년의 기다림, 추가분담금, 이주비, 대출 제한, 세금, 명도, 조합 내부 갈등이 끼어 있습니다. 이걸 빼고 계산하면 수익률이 예쁘게 나옵니다. 실제 통장에서는 그렇게 안 나옵니다.
재개발 단계 하나 차이가 수익률을 바꿉니다
재개발은 말만 같은 재개발이지 단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구역 지정 전후, 추진위원회,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철거, 착공. 이 단계가 뒤로 갈수록 불확실성은 줄어들지만 매입가는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동네의 노후 빌라라도 조합설립인가 전 물건은 2억 후반에 거래되는데, 관리처분인가가 난 뒤에는 4억 가까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보 눈에는 앞 단계 물건이 싸 보입니다. 사실 싸다기보다 위험이 가격에 묻어 있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입찰했던 물건 중 하나는 감정가 2억 6천짜리 다세대였습니다. 당시 최저가가 1억 8천까지 내려와서 경쟁이 붙을 줄 알았는데, 현장에 가보니 낙찰자는 저 포함 두 명뿐이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합설립인가까지는 갔지만 소송이 걸려 있었고, 건축심의에서 계속 보완이 나오는 구역이었습니다. 저는 보수적으로 2억 초반까지만 썼고 떨어졌습니다. 낙찰자는 2억 4천 넘게 썼죠. 몇 년 뒤 그 구역은 아직도 속도가 늦습니다. 그때 떨어진 게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권리분석은 등기부만 보면 반쪽입니다
재개발 구역 안 물건은 등기부등본만 깨끗하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물론 말소기준권리,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여부는 기본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조합원 지위 승계 가능 여부, 현금청산 가능성, 무허가 건축물 여부, 분양대상 기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이력이 있는 곳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경매로 취득하면 예외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물건이 자동으로 안전해지는 건 아닙니다. 법령, 조례, 구역별 정관, 인가 시점이 엮입니다. 여기서 한 줄 놓치면 아파트 받을 줄 알고 샀는데 현금청산자가 될 수 있습니다.
- 등기부상 소유권과 실제 점유자가 다른지 확인
- 전입세대 열람으로 대항력 있는 임차인 존재 여부 확인
- 감정평가서의 건물 구조와 현장 건물이 일치하는지 확인
- 조합 사무실에 분양대상 여부와 권리가액 산정 기준 문의
- 구청 정비사업 담당 부서에서 인가 단계와 고시문 확인
저는 재개발 경매 물건을 볼 때 조합 사무실에 전화 한 통만 하고 끝내지 않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말이 달라질 수 있고, 조합은 투자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시문, 총회 자료, 정비계획 변경 이력까지 같이 봅니다. 귀찮지만 이 귀찮음이 손실을 막아줍니다.
추가분담금은 생각보다 크게 튑니다
재개발 물건에서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 숫자는 낙찰가가 아니라 추가분담금입니다. 처음에는 1억 2천 정도 예상된다고 들었는데, 사업비 증가와 공사비 상승으로 1억 8천, 2억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공사비가 오른 뒤로는 이 부분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간단히 계산해보겠습니다. 낙찰가 3억, 취득세와 법무비 등 초기 비용 1천 5백, 명도비 5백, 보유 기간 이자 4천, 추가분담금 1억 8천이면 총투입액은 5억 4천 가까이 됩니다. 나중에 새 아파트가 6억 2천에 평가된다면 겉으로는 8천 남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양도세, 중개보수, 보유 기간 리스크를 빼면 기대했던 수익과 차이가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늘어질 때입니다. 3년 보고 들어갔는데 6년이 되면 이자와 기회비용이 쌓입니다. 그 사이 시장이 꺾이면 매도도 쉽지 않습니다. 재개발은 시간과 싸우는 투자입니다. 싸게 사는 것만으로 이기기 어렵습니다.
초보라면 피했으면 하는 재개발 경매 물건
솔직히 초보에게 모든 재개발 물건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처음부터 복잡한 물건으로 들어가면 배울 수업료가 너무 비쌉니다. 저는 처음 입찰하는 분에게 사업 초기 단계의 다세대, 점유 관계가 꼬인 물건, 무허가나 위반건축물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현장에 가봤을 때 세입자가 오래 살고 있고, 보증금이 크며, 배당으로 전액 회수가 어려운 구조라면 조심해야 합니다. 명도는 서류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고, 일정이 밀리고, 이사비 협의가 생깁니다. 재개발 구역이라고 해서 점유자가 순순히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내가 이 물건을 낙찰받은 뒤 최악의 경우를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금청산이 되어도 버틸 수 있는지, 추가분담금이 30% 늘어도 자금이 되는지, 명도가 6개월 밀려도 잔금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봅니다. 여기서 답이 흐릿하면 입찰장에서는 멈추는 게 낫습니다.
재개발은 분명 기회가 있습니다. 오래된 동네가 바뀌고,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면서 자산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순간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는 서류 몇 장 훑고 남들이 좋다니까 따라 들어가는 사람에게 쉽게 오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도 재개발 물건을 보면 먼저 기대수익보다 빠져나갈 구멍을 봅니다. 돈을 버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크게 잃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