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건물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 봤더니, 싼 가격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더라

법원 앞에서 본 건물매매 물건의 첫인상
얼마 전 지인이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 건물매매를 검토한다며 등기부와 감정평가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감정가는 12억 4천만 원, 최저가는 두 번 유찰돼 7억 9천만 원대까지 내려간 물건이었습니다. 위치도 나쁘지 않았고, 1층에는 오래된 식당, 2층에는 사무실, 3층에는 주거처럼 쓰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이 정도면 싸다”는 말이 먼저 나올 만했습니다.
근데 저는 경매장 다니면서 이런 물건을 꽤 많이 봤습니다. 가격표만 보면 기회처럼 보이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면 누수, 불법 증축, 공실, 임차인 분쟁, 대출 한도 부족이 한꺼번에 튀어나옵니다. 건물매매는 아파트 매수보다 변수가 훨씬 많습니다. 같은 10억짜리라도 아파트는 비교 대상이 많지만, 꼬마빌딩이나 상가건물은 층별 임대 상태와 건물 컨디션에 따라 실제 가치가 크게 갈립니다.
건물매매에서 가격보다 먼저 본 것들
제가 제일 먼저 보는 건 임대차 현황입니다. 월세가 얼마냐보다 중요한 건 그 월세가 계속 들어올 수 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1층 식당이 보증금 3천만 원에 월 180만 원을 내고 있다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4개월째 밀려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명세서에는 정상 임차인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면 사정이 다르게 나옵니다.
두 번째는 건물의 용도와 실제 사용 상태입니다. 공부상 근린생활시설인데 일부 층이 주거로 쓰이고 있거나, 옥상에 허가 없는 창고가 올라가 있는 물건을 자주 봅니다. 이런 건 매수 후 바로 문제가 됩니다. 구청에서 이행강제금이 나올 수 있고, 대출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낙찰받고 나서 “전 소유자가 한 일인데요”라고 말해도 책임은 새 주인에게 넘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는 수리비입니다. 초보 투자자는 외벽 페인트칠이나 간판만 보고 건물 상태를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 돈은 방수, 배관, 전기, 소방에서 나갑니다. 예전에 제가 본 5층 건물은 외관은 멀쩡했는데 지하 배수펌프와 옥상 방수 때문에 인수 후 4천만 원 가까이 들어갔습니다. 매매가 9억 2천만 원에서 2천만 원 깎았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숫자로 계산하면 달라지는 수익률
건물매매를 볼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월세가 얼마 나오니까 수익률이 몇 퍼센트”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총매입비를 제대로 넣지 않으면 계산이 엉망이 됩니다. 매매가 10억 원, 보증금 1억 원, 월세 450만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얼핏 보면 연 월세 5,400만 원이고, 보증금을 뺀 투자금 9억 원 기준으로 6%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취득세, 법무비, 중개보수, 대출 이자, 공실 기간, 수선비를 넣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건물 종류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취득 부대비용만 수천만 원이 붙습니다. 대출을 6억 원 받았고 금리가 연 5%라면 이자만 1년에 3천만 원입니다. 여기에 공실 한 층이 6개월 비면 수익률은 순식간에 내려갑니다.
- 매매가: 10억 원
- 보증금: 1억 원
- 월 임대료: 450만 원
- 연 이자비용: 약 3천만 원
- 초기 수선비: 2천만~5천만 원 가능
이렇게 놓고 보면 “월세 많이 나오는 건물”이 아니라 “현금흐름이 버틸 수 있는 건물”인지 봐야 합니다. 특히 대출 비중이 큰 매수자는 금리 1%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월세 450만 원 받는다고 해도 이자와 관리비성 지출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이 기대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꼭 확인하는 체크포인트
저는 건물매매 물건을 볼 때 낮에 한 번, 밤에 한 번 갑니다. 낮에는 상권과 유동인구가 보이고, 밤에는 주차 문제와 주변 분위기가 보입니다. 낮에는 괜찮아 보였는데 밤에 가니 골목이 어둡고 불법주차가 심해서 임차인이 오래 버티기 어려운 자리도 있었습니다.
임차인과 대화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물론 경매 물건은 민감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영업은 오래 하셨냐”, “누수나 전기 문제는 없었냐”, “주변 손님은 어떤 편이냐” 정도의 대화만으로도 서류에 없는 정보가 나옵니다. 임차인이 유난히 방어적으로 나오거나, 건물주와 갈등이 깊어 보이면 명도나 보증금 문제를 더 꼼꼼히 봐야 합니다.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도 같이 봐야 합니다. 등기부에는 소유권과 근저당, 가압류 같은 권리가 나오고, 건축물대장에는 용도, 면적, 위반건축물 여부가 나옵니다. 둘 중 하나만 보면 빠지는 게 생깁니다. 특히 건물매매에서는 토지와 건물이 함께 움직이는지, 대지권이나 접도 조건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초보가 피하는 게 나은 물건
솔직히 초보라면 너무 복잡한 건물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임차인이 여러 명이고, 일부는 전입신고가 되어 있고, 일부는 사업자등록만 있고, 옥상에는 무허가 구조물이 있고, 지하에는 누수 흔적이 있는 물건. 이런 건 싸게 보여도 경험이 없으면 감당이 어렵습니다.
특히 경매로 나온 건물매매 물건 중에는 명도 난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가 임차인은 영업권과 시설비를 이야기하고, 주거로 쓰는 사람은 이사비와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법적으로 처리하면 된다는 말은 맞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낙찰 후 잔금 납부일은 다가오는데 대출은 늦어지고, 임차인은 연락이 안 되고, 건물은 비어 있지 않은 상황. 제가 초보 때 가장 크게 스트레스 받았던 장면입니다.
싸게 사는 것보다 덜 다치는 게 먼저입니다
건물매매는 잘하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함께 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실수의 단가도 큽니다. 아파트처럼 비슷한 매물이 많지 않아서 시세 판단도 어렵고, 건물마다 하자가 다릅니다. 같은 동네, 같은 도로변이라도 코너인지, 주차가 되는지, 계단 폭이 어떤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에 따라 임대 경쟁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지인에게 말한 것도 단순했습니다. 최저가만 보지 말고, 잔금까지 버틸 현금, 1년치 이자, 예상 수리비, 공실 리스크를 다 넣어보라고 했습니다. 그 계산을 했는데도 버틸 수 있으면 그때 다시 현장을 가는 겁니다. 건물은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 사면 오래 묶입니다. 경매장에서 손 들기 전 10분보다, 그 전에 현장에서 보낸 10시간이 돈을 지켜주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