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매매 현장 몇 번 따라가봤더니, 학생 수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습니다

얼마 전 상가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같은 건물 4층 영어학원 원장님과 커피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낙찰자는 따로 있었고 저는 임장만 간 자리였는데, 원장님이 대뜸 학원매매 생각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학생은 90명쯤 되고 월매출은 2천만 원 가까이 나온다면서 권리금 1억 2천을 이야기했습니다. 숫자만 들으면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장부와 임대차, 강사 구조를 같이 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집니다.
학원매매는 단순히 상가 하나 넘겨받는 거래가 아닙니다. 간판, 책상, 칠판, 에어컨을 사는 게 아니라 그 동네 학부모 신뢰와 학생 이탈률, 강사 의존도, 임대차 조건을 같이 떠안는 거래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원 인수 상담을 받을 때 매출표보다 먼저 출입문 앞에서 30분쯤 서 있습니다. 학생이 실제로 드나드는지, 학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오는지, 상담 전화가 걸려오는지 그 분위기가 장부보다 먼저 말을 해줍니다.
학생 수 100명이라는 말, 그대로 믿으면 위험합니다
학원매매 광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재원생 100명, 안정 매출, 원장 개인 사정으로 급매. 솔직히 이 문장만 보고 움직이면 초보자는 거의 당합니다. 재원생 100명이라도 주 1회 저가반이 많은지, 형제 할인과 장기 할인으로 실제 수납액이 낮은지, 이미 퇴원 예정 학생이 섞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봤던 한 수학학원은 광고에는 월매출 2,400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카드 매출과 계좌 입금을 나눠 보니 최근 3개월 평균은 1,780만 원 정도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3 학생 비중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겨울방학 지나면 고등부로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근 대형학원으로 빠질 가능성이 컸습니다. 기존 원장의 설명만 들으면 인수 후 매출이 유지될 것 같지만, 학생 구성표를 보면 이미 빠져나갈 돈이 보입니다.
- 최근 12개월 월별 수납액
- 반별 학생 명단과 등록 기간
- 퇴원 예정자와 장기 미납자
- 카드 매출, 현금영수증, 계좌 입금 내역
- 방학 특강 매출이 평월 매출처럼 섞였는지 여부
이 정도는 기본으로 봐야 합니다. 말로 듣는 매출과 통장에 찍힌 매출은 다릅니다. 학원매매에서 예쁜 숫자는 많고, 진짜 돈은 생각보다 얇은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금은 시설비가 아니라 이탈 위험까지 반영해야 합니다
학원 권리금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존 원장님들은 시설비를 많이 강조합니다. 인테리어에 7천만 원 들었고, 책상과 의자도 새것이고, 냉난방기도 상태가 좋다는 식입니다. 물론 시설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학원은 일반 음식점보다 사람 의존도가 큽니다. 학생이 원장을 보고 다니는지, 특정 강사를 보고 다니는지에 따라 권리금 가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원장이 직접 상담하고 직접 강의하는 구조라면 인수자가 바뀌는 순간 학생 이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초등 영어, 중등 수학처럼 학부모와의 관계가 깊은 업종은 원장 교체 공지가 나가는 순간 전화가 돌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권리금을 계산할 때 최소 2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정도의 초기 이탈을 가정합니다. 보수적으로 잡아야 살아남습니다.
반대로 강사 시스템이 잘 잡혀 있고, 원장은 운영과 상담만 맡고 있었다면 승계 가능성이 조금 좋아집니다. 그래도 강사 계약서를 봐야 합니다. 인기 강사가 원장 지인이라 인수 직후 나가버리면 학원매매 계약서는 멀쩡해도 매출은 바로 흔들립니다. 초보 투자자는 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눈에 보이는 에어컨은 세지만, 나가는 강사는 더 셉니다.
임대차 조건이 나쁘면 좋은 학원도 나쁜 물건이 됩니다
저는 부동산 경매를 오래 하다 보니 학원매매에서도 임대차부터 봅니다. 장사가 잘되는 학원이라도 임대차가 불안하면 인수 후 협상력이 약합니다. 보증금, 월세, 관리비, 남은 계약 기간, 갱신 가능성, 권리금 회수와 관련된 조건을 따져야 합니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가 이야기되지만, 현실에서는 계약서 문구와 건물주의 태도가 거래 성패를 크게 가릅니다.
한 번은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330만 원짜리 학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매출은 월 2천만 원대였고 겉보기에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관리비와 부가 비용을 더하니 고정 임차 비용만 월 420만 원 가까이 나갔습니다. 강사비, 차량비, 교재비, 광고비까지 빼니 실제 남는 돈은 원장 인건비 포함 월 400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여기에 권리금 9천만 원을 얹으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너무 길어집니다.
건물 용도도 확인해야 합니다. 학원은 관할 교육지원청 등록과 시설 기준 확인이 따라옵니다. 같은 상가라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소방, 면적, 용도, 교습 과목, 기존 등록 상태가 맞물립니다. 기존 학원이 운영 중이라고 해서 새 인수자가 아무 절차 없이 그대로 이어받는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계약 전 관할 교육지원청에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제가 보는 학원매매 체크 순서
학원매매 물건을 볼 때 저는 예쁜 소개서보다 현장 동선을 먼저 봅니다. 아이들이 오기 편한 길인지, 엘리베이터가 밀리는지, 같은 층에 아이들 출입을 싫어할 업종이 있는지 봅니다. 학원은 입지가 좋다는 말도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대로변 1층보다 학부모가 차를 잠깐 세울 수 있고, 아이가 혼자 올라가기 무섭지 않은 건물이 더 나을 때가 많습니다.
- 학교와 아파트 단지에서 실제 걸리는 시간
- 하원 시간대 엘리베이터와 계단 동선
- 동일 건물 경쟁 학원과 보완 업종
- 간판 노출보다 학부모 대기 동선
- 주변 학원가의 과목별 포화 정도
그리고 숫자는 세 번 나눠 봅니다. 첫째, 현재 매출입니다. 둘째, 원장이 빠졌을 때 남을 매출입니다. 셋째, 내가 운영했을 때 회복 가능한 매출입니다. 이 세 숫자를 따로 잡아야 권리금 협상이 됩니다. 매도자는 현재 매출을 기준으로 권리금을 부릅니다. 매수자는 원장 교체 후 남을 매출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둘 사이의 간격이 협상 여지입니다.
권리분석하듯이 보면 학원매매도 덜 다칩니다
경매에서 권리분석을 대충 하면 낙찰받고도 돈을 잃습니다. 학원매매도 비슷합니다. 등기부 대신 임대차계약서, 매출 장부, 강사 계약, 차량 계약, 교육지원청 등록 상태를 보는 것뿐입니다. 숨은 선순위 권리처럼 숨어 있는 비용이 있습니다. 퇴직금, 미지급 강사료, 환불 예정 수강료, 남은 교재비, 광고 약정, 차량 리스 같은 것들입니다.
계약서에는 인수 대상과 제외 대상을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학생 명단만 받을 것인지, 전화번호와 상담 이력까지 받을 것인지, 상호와 블로그, 광고 계정, 교재 재고, 집기 비품, 강사 고용 승계 범위를 나눠야 합니다. 특히 환불 책임은 꼭 정해야 합니다. 인수 전 수납한 수강료를 인수 후 환불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감정이 아니라 계약서가 답을 줍니다.
제가 초보라면 첫 학원매매는 큰 권리금 물건보다 작고 검증 가능한 물건을 고를 겁니다. 재원생 200명짜리 대형학원보다 학생 40명이라도 통장 흐름이 깨끗하고, 임대차가 안정적이고, 원장이 1~2개월 인수인계를 해주는 물건이 낫습니다. 크게 먹겠다는 마음보다 크게 안 잃겠다는 마음이 먼저입니다.
학원은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공간이라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장부에 찍힌 매출, 학부모의 신뢰, 강사의 잔류, 건물주의 태도, 교육지원청 절차가 한꺼번에 맞아야 거래가 편해집니다. 저는 학원매매를 볼 때마다 권리금보다 퇴원율을 먼저 떠올립니다. 간판은 돈 주고 바꿀 수 있지만, 떠난 학생과 학부모 마음은 돈으로 바로 돌아오지 않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