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경매 싸 보여서 직접 따라가 봤더니, 돈 되는 물건은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 전 입찰장에서 초보 투자자 한 분이 감정가 3억짜리 빌라가 1억 후반까지 떨어졌다며 눈을 반짝이더군요. 저도 처음엔 그런 숫자에 심장이 빨리 뛰었습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물건경매를 따라다니면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싸 보이는 물건과 실제로 싼 물건은 완전히 다릅니다.
법원경매정보에서 사진 몇 장 보고, 감정가 대비 60%라는 숫자만 보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경매 물건은 가격표가 아니라 서류 묶음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건축물대장, 전입세대 확인 자료까지 맞춰봐야 겨우 출발선에 섭니다.
물건경매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가격이 아닙니다
초보 때는 최저가부터 봅니다. 5억 감정가 물건이 3억 2천까지 내려오면 괜히 내가 먼저 발견한 보물처럼 보이죠. 근데 현장에서는 반대로 봅니다. 왜 이렇게 떨어졌는지를 먼저 의심합니다.
제가 몇 년 전 본 수도권 다세대 물건이 있었습니다. 감정가 2억 4천, 최저가 1억 5천대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8천만 원이 적혀 있었고, 배당요구 여부도 애매했습니다. 낙찰가만 내 돈이 아니라 인수할 돈까지 내 돈입니다. 1억 5천에 낙찰받아도 실제 부담이 2억 3천까지 올라가면, 그건 싸게 산 게 아닙니다.
- 감정가 대비 몇 퍼센트인지보다 실제 인수금액을 본다
- 임차인의 전입일자,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를 같이 본다
- 최선순위 설정일자보다 앞선 권리가 있는지 확인한다
- 점유자가 누구인지, 점유 권원이 무엇인지 따진다
이 네 가지를 빼고 물건경매를 보면, 낙찰은 받을 수 있어도 수익은 놓칠 수 있습니다. 경매장에서 무서운 건 경쟁자가 아니라 내가 못 본 한 줄입니다.
서류 세 장만 대충 봐도 위험 물건은 많이 걸러집니다
법원경매정보에서 기본으로 확인하는 자료가 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입니다. 여기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떼서 맞춰봅니다. 이 네 가지가 서로 다른 말을 하면 그 물건은 더 깊게 봐야 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는 경고문처럼 읽어야 합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인수되는 권리, 임차인 정보, 점유 관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이 서류를 볼 때 좋은 말보다 불편한 문장을 먼저 찾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 유치권 신고, 법정지상권 여지, 별도등기, 대지권 미등기 같은 표현이 보이면 바로 계산기를 내려놓습니다. 먼저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현황조사서는 현장과 맞춰야 의미가 있습니다
현황조사서에는 집행관이 조사한 점유 관계가 적힙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라고 믿으면 곤란합니다. 조사일 이후 사람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실제 사용 상태가 서류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최소한 낮과 저녁을 나눠서 한 번씩 봅니다. 우편함, 전기계량기, 주차 상태, 창문 커튼, 주변 중개업소 말까지 종합합니다. 사소해 보여도 명도 난이도를 가르는 단서가 됩니다.
감정평가서는 시세표가 아닙니다
감정가를 현재 시세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감정평가서는 평가 당시 기준입니다. 시장이 꺾이면 감정가가 높게 남아 있고, 반대로 급등 지역은 낮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저는 감정가보다 최근 실거래가, 호가, 전세가, 같은 동 같은 층 거래를 더 봅니다. 특히 빌라와 오피스텔은 같은 건물 안에서도 방향, 불법 증축, 주차, 엘리베이터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제가 입찰가를 잡을 때 쓰는 방식
물건경매에서 입찰가는 욕심으로 쓰면 안 됩니다. 저는 먼저 보수적인 매도가를 잡고, 거기서 취득세, 법무비, 이자, 명도비, 수리비, 중개수수료, 보유기간 리스크를 뺍니다. 그다음 최소 수익을 남긴 금액이 제 상한가입니다.
예를 들어 예상 매도가가 3억 원인 아파트가 있다고 해보죠. 취득세와 법무비로 500만 원, 대출 이자와 관리비로 400만 원, 도배 장판과 잔수리로 700만 원, 명도 협의비로 300만 원을 잡으면 벌써 1,9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최소 2천만 원 수익을 원한다면 입찰 상한은 2억 6천만 원 안팎으로 내려갑니다. 남들이 2억 8천을 쓴다고 따라 쓰면 그 순간 투자자가 아니라 매수자가 됩니다.
- 예상 매도가를 보수적으로 잡는다
- 세금과 이자를 먼저 뺀다
- 명도비와 수리비를 넉넉히 넣는다
- 입찰장 분위기로 상한가를 올리지 않는다
입찰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2등과 몇십만 원 차이로 이기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경매는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남는 가격에 사는 게임입니다.
공매 물건은 더 친절해 보여도 더 꼼꼼해야 합니다
온비드 공매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보고 입찰할 수 있어서 접근이 쉽습니다. 캠코나 공공기관 물건이라고 해서 권리 문제가 자동으로 깨끗한 건 아닙니다. 압류재산인지, 수탁재산인지, 국공유재산인지에 따라 확인할 문서와 절차가 다릅니다. 공고문과 첨부파일을 끝까지 읽어야 합니다.
특히 공매는 법원 경매와 명도 절차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법원 경매에서 흔히 생각하는 인도명령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점유자와의 관계를 너무 쉽게 보면 안 됩니다. 싸게 낙찰받고도 몇 달 동안 문 앞에서 속을 태우는 일이 실제로 있습니다.
초보라면 이런 물건은 잠깐 멈추는 게 낫습니다
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물건일수록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특수물건으로 실력을 증명하려는 분들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깁니다. 유치권, 법정지상권, 선순위 임차인, 대지권 미등기, 공유지분, 농지취득자격증명 이슈가 있는 물건은 공부용으로는 좋아도 첫 낙찰용으로는 부담이 큽니다.
저도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닙니다. 한 번은 명도비를 너무 적게 잡았다가 수익의 절반을 날린 적이 있습니다. 또 한 번은 현장조사를 대충 하고 들어갔다가 누수 문제를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더 천천히 봅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놓친 물건보다 잘못 받은 물건이 훨씬 오래 아픕니다.
물건경매는 싼 가격을 찾는 일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과 감당 못 할 위험을 나누는 일에 가깝습니다. 남들이 지나친 물건 안에 기회가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그 기회는 서류와 현장, 숫자를 끝까지 맞춰본 사람에게만 남습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이면 프린트한 서류를 다시 넘깁니다. 10년을 해도 그 긴장감은 줄지 않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