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매매 직접 따라가 봤더니, 싼 땅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산 하나가 6천만 원인데 평당으로 치면 커피값”이라며 임야매매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등기부는 깨끗했고, 사진으로 보면 소나무도 멀쩡했습니다. 그런데 지적도를 놓고 보니 도로가 안 붙어 있었습니다. 차가 못 들어가면 벌목도, 개발도, 매도도 전부 어려워집니다. 임야는 싸 보여서 들어가는 물건이 아니라, 빠져나올 길이 있는지 먼저 보는 물건입니다.
싸게 산 임야가 왜 안 팔릴까
초보 때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게 면적입니다. 3,000평, 5,000평 숫자가 커 보이니까 괜히 마음이 커집니다. 그런데 임야는 전체 면적보다 쓸 수 있는 면적이 중요합니다. 경사가 25도만 넘어가도 장비 진입이 부담스럽고, 계곡부나 보전산지가 끼면 손댈 수 있는 부분이 확 줄어듭니다.
제가 예전에 봤던 물건은 강원권 임야 2,800평에 매매가가 8,500만 원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평당 3만 원대라 좋아 보였죠. 그런데 현장에 가 보니 실제 차량 접근은 마을 안쪽 비포장길 끝에서 멈췄고, 마지막 200미터는 남의 밭 가장자리를 지나야 했습니다. 매도인은 “동네에서 다니던 길”이라고 했지만, 등기와 지적도에 도로 권리가 없으면 그 말은 그냥 참고사항입니다. 내 돈이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서류가 말해줘야 합니다.
임야매매 전에 저는 이 순서로 봅니다
임야는 아파트처럼 실거래가 몇 개 보고 층, 향, 연식 비교해서 끝낼 수 없습니다. 토지이음에서 용도지역, 용도구역, 산지 구분을 먼저 봅니다. 산림청 기준상 산지는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로 나뉘고, 산지를 다른 용도로 쓰려면 산지전용허가나 관련 협의가 문제 됩니다. 말은 간단한데 실제 현장에서는 여기서 돈이 많이 갈립니다.
- 지적도상 도로 접면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현황도로가 있다면 사유지 통과 여부를 봅니다.
- 보전산지, 공익용산지, 개발제한구역 같은 제한을 확인합니다.
- 경사도, 입목 상태, 계곡, 묘지, 송전선, 철탑을 현장에서 봅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이면 허가 대상인지 관청에 확인합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대충 넘기면 곤란합니다. 해당 지역이면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동으로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하는지도 사후 확인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계약금만 먼저 넣고 나중에 보자”는 식으로 움직이면 초보가 제일 약한 자리에서 끌려갑니다.
현장에서는 나무보다 길과 물을 봅니다
임야 답사를 가면 초보는 풍경을 봅니다. 저는 길, 물, 경계, 냄새를 봅니다. 비 온 다음 날 가면 배수가 보입니다. 흙이 무너지는 자리, 물길이 생기는 자리, 바퀴가 빠지는 자리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햇빛 좋은 날 사진만 보고 사면 이런 부분이 싹 가려집니다.
한 번은 충청권 임야 공매 물건을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가 낮고 주변에 전원주택 단지가 생긴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현장 뒤쪽에 묘지가 여러 기 있었고, 진입로 일부가 종중 땅이었습니다. 이런 물건은 가격이 싸서 문제가 아니라, 협의할 사람이 많아서 문제입니다. 분묘가 있으면 이장 협의, 비용, 시간까지 봐야 하고, 오래된 분묘는 권리관계 확인이 더 조심스럽습니다.
또 하나는 물입니다. 계곡이 있으면 좋아 보이지만, 건축이나 형질변경을 생각하면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농막 하나 놓고 쉬는 정도로 생각했다가, 진입로 포장, 배수로, 전기 인입, 산지일시사용 문제까지 줄줄이 나오면 처음 계산한 금액이 금방 깨집니다.
수익 계산은 매입가 말고 빠져나가는 돈으로 합니다
임야매매에서 매입가만 보고 “평당 얼마”를 외치면 위험합니다. 실제로는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측량비, 진입로 정비비, 벌목비, 설계비, 허가 비용, 대체산림자원조성비 성격의 부담금, 복구 관련 비용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개발을 생각한다면 토목비가 매입가보다 커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에 산 임야를 1억 4천만 원에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해봅시다. 듣기에는 4천만 원이 남는 장사입니다. 그런데 취득과 보유 과정에서 800만 원, 진입로 협의와 정비에 1,500만 원, 측량과 설계 검토에 500만 원, 매도 비용과 세금까지 붙으면 손에 남는 돈은 확 줄어듭니다. 여기에 매도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나면 자금 묶이는 비용도 봐야 합니다.
저는 임야를 볼 때 최소 세 가지 가격을 적습니다. 바로 팔 때 받을 수 있는 가격, 1년 이상 들고 가도 버틸 수 있는 가격, 최악의 경우 손절할 가격입니다. 이 세 줄을 못 쓰면 아직 매수 판단이 선 게 아닙니다.
초보라면 이런 임야는 일단 멈추는 게 낫습니다
임야에도 좋은 물건은 있습니다. 도로가 분명하고, 주변 거래가 살아 있고, 용도 제한이 감당 가능하고, 매수 목적이 명확한 땅은 시간이 지나며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문제는 초보가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물건을 잡는다는 겁니다.
- 지적도상 맹지인데 현황도로만 믿는 물건
- 묘지, 송전탑, 계곡, 급경사가 한꺼번에 있는 물건
- 매도인이 개발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물건
- 주변 실거래보다 싸다는 이유만 있는 물건
- 관청 확인 없이 농막, 주택, 캠핑장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물건
임야매매는 꿈을 사는 게 아니라 제한을 사는 거래에 가깝습니다. 제한을 알고도 가격이 맞으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한을 모른 채 싸다고 들어가면, 나중에는 팔 사람도 설명하기 어려운 땅이 됩니다. 저는 초보에게 임야를 보지 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첫 임야는 수익률보다 회수 가능성부터 보라고 말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대박 난 땅보다 안 물린 땅을 더 높게 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