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주택정비사업 용적률만 믿고 입찰했다면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러 갔는데, 중개업소 창문에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용적률 상향 기대’라는 문구가 붙어 있더군요. 낡은 다세대주택이고 주변에도 비슷한 건물이 많았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라면 새 아파트 한 채를 떠올릴 만한 자리였죠. 그런데 서류를 받아보니 조합설립인가도 나지 않았고, 안내문에 적힌 용적률은 확정된 설계 수치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물건은 숫자가 커 보일수록 계산기를 늦게 꺼내야 합니다.
용적률 250%라는 말부터 뜯어봤습니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용적률 산정용 연면적 비율입니다. 대지가 1,000㎡이고 용적률이 200%라면 산정용 연면적은 2,000㎡, 250%라면 2,500㎡라는 뜻입니다. 차이는 500㎡죠. 하지만 그 500㎡가 그대로 일반분양 면적이나 조합 수익이 되지는 않습니다. 계단과 복도, 주차장 계획, 건축 가능한 높이와 배치, 주택 크기에 따라 실제 세대수는 달라집니다.
더 조심할 부분은 ‘몇 퍼센트까지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토지이음에서 용도지역을 확인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조례와 소규모주택정비 조례를 봐야 출발선을 알 수 있습니다. 그다음 건축사에게 도로 폭, 일조, 인접 대지와의 거리, 주차 대수까지 반영한 배치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법에 적힌 상한과 그 땅에 지을 수 있는 규모 사이에는 생각보다 간격이 큽니다.
완화 조건을 채워도 공짜로 늘어나는 면적은 아닙니다
현행 소규모주택정비법은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짓는 경우, 조례가 정한 용적률을 넘어 법적 상한까지 건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둡니다. 기준이 되는 임대주택 비율은 20% 이상의 범위에서 시·도 조례가 정합니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0% 이상 20% 미만이면 그 비율에 따라 조례 방식으로 용적률 상한을 산정합니다. 정비기반시설이나 공동이용시설을 제공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완화도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안내 역시 이런 완화에는 심의가 따른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합 홍보자료의 ‘최대 용적률’ 옆에 임대주택 비율과 공급 조건을 꼭 적어둡니다. 늘어난 면적의 일부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해야 하는지, 임대주택 인수가격은 얼마로 잡았는지에 따라 사업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250%라도 전부 일반분양하는 계산과 임대주택 공급을 반영한 계산은 전혀 다른 숫자입니다. 아직 심의 전이라면 더더욱 확정 수익처럼 취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입찰표 앞에서 다시 계산하는 숫자
가령 대지 1,000㎡짜리 사업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검토 중인 설계안의 용적률이 200%에서 250%로 올라가면 산정용 연면적은 500㎡ 늘어납니다. 여기서 ‘500㎡ × 인근 신축 분양가’를 추가 수익으로 적으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실제 분양 가능한 면적과 세대수를 다시 뽑고, 임대주택 공급분을 구분하고, 추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빼야 합니다. 숫자는 설명을 위한 가정일 뿐, 특정 물건의 허용 용적률을 뜻하지 않습니다.
소규모 현장은 공사비 변화에 특히 예민합니다. 철거와 이주가 늦어지면 대출이자가 쌓이고, 지하 주차장을 깊게 파야 하면 공사비가 뜁니다. 조합원에게 돌아갈 주택 면적과 일반분양 물량도 권리가액, 분양 신청, 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는 예상 분담금을 볼 때 공사비가 늘거나 분양가가 기대보다 낮아지는 경우를 따로 계산합니다. 매수 뒤 보유세와 취득세, 기존 건물 수선비, 세입자와의 임대차 관계까지 빠뜨리면 입찰가가 쉽게 높아집니다.
특히 경매 물건은 ‘사업이 된다’와 ‘내가 원하는 권리를 취득한다’를 구분해야 합니다. 조합설립인가 시점,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부의 권리관계, 점유자 현황을 먼저 확인합니다. 규제지역에서는 조합설립인가 뒤 취득자의 조합원 자격에 제한이 걸릴 수 있어 예외 해당 여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입찰장에서 낙찰받고 나서 조합에 물어보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현장에서 들은 숫자보다 확인된 서류가 셉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토지이음에서 용도지역과 각종 제한을 보고, 관할 지자체에서 조합설립인가와 심의·사업시행계획인가 진행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어 조합의 최신 설계도서와 사업비 추산서에서 적용 용적률, 임대주택 계획, 조합원 분양분, 일반분양분을 맞춰 봅니다. 서류마다 숫자가 다르면 가장 높은 수치가 아니라 차이가 생긴 이유를 먼저 묻습니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용적률은 사업성을 읽는 데 중요한 숫자입니다. 다만 입찰가를 정할 때 제가 믿는 것은 홍보 문구의 상한이 아니라 심의를 거친 설계와 그 면적을 팔고 짓는 데 드는 돈입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면적은 기대수익에 전부 넣지 않는 편이, 오래 현장에 남는 방법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