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지분 경매에 입찰하려다 발길을 돌린 이유

몇 년 전, 감정가의 절반 가까이 떨어진 도로 지분 경매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폭 4미터 남짓한 포장도로였고, 양옆에는 주택이 붙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인근 소유자에게 지분을 팔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현장에서 20분쯤 서 있다 보니 계산이 달라졌습니다. 그 도로를 이미 여러 집이 아무 문제 없이 쓰고 있었고, 제가 지분을 산다고 해서 새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지분을 사도 도로 한쪽을 차지할 수는 없다
도로 전체가 120㎡이고 경매 대상이 8분의 1 지분이라면, 계산상 면적은 15㎡입니다. 하지만 도로 끝에서 15㎡를 골라 내 땅처럼 쓰는 권리를 사는 게 아닙니다. 도로 전체에 대한 공유지분을 취득하는 겁니다. 민법상 공유자는 자기 지분을 처분할 수 있지만, 공유물 자체를 변경하려면 다른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낙찰받자마자 차단기를 놓거나 통행료를 받겠다는 계획은 위험합니다. 현장을 보지 않고 등기부의 지분 숫자만 보면 특히 이런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누가 언제 도로를 만들었는지, 인근 주민이 어떤 경위로 통행해 왔는지에 따라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소유자가 땅을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한 경위 등을 따져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지목이 도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부분은 개별 사실관계가 중요합니다.
현장에 가면 서류에 없는 돈의 흐름이 보인다
제가 먼저 보는 건 이 지분을 필요로 할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입니다. 인접 필지 소유자가 도로 지분을 이미 갖고 있는지, 이 길이 막다른 길인지, 다른 진입로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인근 집이 도로를 쓴다는 사실과 그 소유자가 제 지분을 사겠다는 뜻은 전혀 다릅니다. 수십 년간 통행에 불편이 없었다면 돈을 주고 추가 지분을 살 이유가 약할 수도 있습니다.
서류는 등기사항증명서와 매각물건명세서부터 봅니다. 경매 대상이 토지 전부인지 특정인의 지분인지, 등기된 권리와 매각 조건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어 감정평가서의 현황 사진을 보고 지적도와 항공사진을 맞춰 봅니다. 그다음 직접 걸어 봅니다. 실제 포장 구간이 지적도상 필지와 어긋나 있거나, 도로 아래 배수관·상수관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로의 법적 지정이나 관리 상태는 관할 지자체에 확인할 일입니다.
- 도로가 어느 필지들에 붙어 있고 실제 이용자는 누구인가
- 다른 진입로가 있으며 차량 진입까지 가능한가
- 인접 소유자와의 거래 가능성을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가
- 통행로의 개설 경위와 현재 관리 주체를 확인했는가
특히 맹지 옆 도로라고 해서 비싸게 팔릴 거라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맹지 소유자에게 다른 통로가 있는지, 주위토지통행권이 문제 되는지, 건축에 필요한 도로 요건은 충족하는지까지 따로 봐야 합니다. 통행할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싸게 낙찰받아도 팔 곳이 없으면 비싸다
가령 도로 8분의 1 지분의 감정가가 1,600만 원이고 900만 원에 입찰한다고 해봅시다. 700만 원 싸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수익 계산은 거기서 시작합니다. 취득세와 등기 비용, 현장 방문 비용이 붙습니다.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세금과 관리 문제도 남습니다. 인접 소유자와 의견이 맞지 않아 소송까지 가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세율과 대출 가능액은 취득 상황과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달라지니 입찰 전에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공유물분할청구를 출구로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민법에는 공유물분할을 청구할 길이 있지만, 그것이 도로를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 받거나 원하는 값에 팔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로의 형태와 이용 상태를 생각하면 분쟁 비용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예상 매도가를 적을 때 ‘인근 소유자가 언젠가 사겠지’라는 금액은 넣지 않습니다. 매수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출구가 없는 것으로 놓고 입찰가를 낮추거나 그냥 지나갑니다.
입찰장에서는 공유자의 우선매수도 변수다
권리와 수익을 확인했어도 입찰 당일 변수가 남습니다. 민사집행법에는 지분 경매에서 다른 공유자가 요건을 갖춰 최고매수신고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우선매수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제가 최고가를 써냈다고 반드시 낙찰받는 구조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특정 공유자가 꼭 사야 할 물건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입찰가를 올리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살지, 얼마를 낼지는 제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니까요.
도로 지분 경매는 등기부의 작은 분수보다 현장의 사정이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물건입니다. 제가 발길을 돌린 날도 가격은 충분히 낮아 보였습니다. 다만 그 지분을 산 뒤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얼마에 팔 수 있는지 끝내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초보라면 그런 물건을 놓친 것을 손해로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입찰하지 않는 판단도 현장에서 지킬 수 있는 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