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서야 보인 것

경매로 상가를 낙찰받고 임차인과 처음 통화할 때, 저는 계약서의 종료일부터 다시 봅니다. 건물을 샀으니 이제 나가 달라는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면 첫 단추부터 어긋납니다. 기존 임대차가 언제 끝나는지, 갱신 요구가 가능한지, 누가 언제 어떤 통보를 받았는지가 먼저입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는 문자 한 통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계약 종료일과 통보일은 따로 적어둡니다
가령 임대차 종료일이 12월 31일이라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거나 조건을 바꾸겠다는 통지는 원칙적으로 종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임차인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나온 기간입니다. 우편을 11월 30일에 보냈다는 사실과 그날 임차인이 받았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날짜가 빠듯하면 발송일만 믿고 계산하는 게 위험합니다.
그 기간에 임대인이 아무 통지를 하지 않으면 법에서 정한 묵시적 갱신이 문제 됩니다. 이 경우 계약은 종전과 같은 조건으로 갱신되고, 존속기간은 1년으로 봅니다. 다만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보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보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깁니다.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쪽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쉬운데, 이 조항은 묵시적으로 갱신된 계약에서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하는 경우입니다.
임차인이 만료일 전에 계약을 끝내겠다는 뜻을 밝히는 상황도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상가 임차인의 갱신거절 통지기간을 임대인과 똑같이 제한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임차인이 종료 한 달 전을 놓쳤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1년 더 묶였다고 단정하면 안 됩니다. 반대로 종료일이 한참 남은 계약을 임차인이 개인 사정으로 즉시 끝낼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중도 해지는 계약서와 사유를 먼저 봅니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장사가 안되니 다음 달에 가게를 비우겠다는 겁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기간을 정한 계약이라면 매출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 일방적인 중도 해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서에 중도 해지권을 두었는지, 임대인과 종료일 및 비용을 합의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새 임차인을 구해주면 된다는 말도 자동으로 계약을 끝내주는 규칙은 아닙니다. 임대인의 동의와 실제 계약 관계를 따져야 합니다.
임대인 쪽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경매 낙찰, 매매, 직접 영업 계획만으로 기존 임차인에게 당장 퇴거하라고 통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10년 범위 안에서 임차인이 적법하게 갱신을 요구했다면, 법에 정한 거절 사유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소유권이 바뀐 사실과 임대차가 끝난 사실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면 명도 일정과 대출 상환 계획이 함께 틀어집니다.
월세 연체는 별도로 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은 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월세가 100만 원인 계약이라면 연체액이 300만 원에 이르렀는지를 계산하는 식입니다. 꼭 연속 3개월이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입금 내역과 충당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세 달 밀렸다’는 말만 듣고 통보하면 다툼이 생깁니다. 보증금이 있으니 월세를 안 내도 된다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통보 문구보다 도달 증거가 오래갑니다
제가 상가 서류를 볼 때 따로 적는 것은 통보 내용, 상대방 주소, 발송일, 도달일 네 가지입니다. 민법상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도달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문자나 메신저도 상황에 따라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상대방이 누구인지와 실제로 내용을 받을 수 있었는지 다투면 피곤해집니다. 중요한 통보는 내용증명으로 문구를 남기고 배달 기록까지 챙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내용증명 자체가 계약을 끝내주는 서류는 아닙니다.
문구는 길 필요가 없습니다. 계약 당사자, 점포 표시, 계약일과 종료일, 해지 또는 갱신거절의 뜻, 그 근거를 분명히 적으면 됩니다. 연체를 이유로 한다면 어느 달 차임이 얼마씩 미납됐는지 금액도 붙입니다. ‘계약을 종료하고 싶다’는 협의 요청과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는 다르게 읽힐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받은 뒤에 통화로 다른 날짜를 합의했다면 그 내용도 다시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점포를 비우는 날까지 비용이 움직입니다
종료일만 합의하고 열쇠 인도, 원상복구, 관리비, 보증금 반환을 빼놓으면 마지막에 다시 충돌합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인 점포에서 두 달치 차임과 관리비, 원상복구 범위를 놓고 다투면 빈 점포를 다시 임대할 시점까지 밀릴 수 있습니다. 임대인은 보증금에서 무엇을 공제하는지 계산 근거를 남기고, 임차인은 인도 당시 사진과 계량기 수치를 보관하는 게 좋습니다.
권리금이 걸린 점포라면 통보 시점은 더 민감합니다. 법은 일정한 기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합니다. 해지 통보 한 장만 보고 새 임차인과의 협의를 끊거나, 반대로 권리금을 받을 때까지 점포를 계속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계약 종료 사유와 신규 임차인 주선 과정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낙찰가를 계산할 때 명도비만큼이나 시간을 비용으로 넣습니다. 통보가 하루 늦어 임대차 종료가 예상보다 밀리면 공실 계획, 이자, 새 임대차 일정이 모두 달라집니다. 상가에서는 강한 문장보다 정확한 날짜와 남겨둔 기록이 더 힘을 발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