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분양 받아보니 집 고르는 눈보다 더 꼼꼼해야 했던 이야기

법원 물건보다 더 오래 들여다본 작은 생명
얼마 전 지인이 고양이분양을 받겠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저는 부동산 경매만 10년 넘게 했지, 동물 쪽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런데 막상 같이 알아보다 보니 느낌이 묘했습니다. 경매 물건 볼 때 등기부 한 줄, 점유자 한 명, 관리비 체납 몇십만 원을 그냥 넘기면 나중에 몇천만 원으로 돌아오잖아요. 고양이도 비슷했습니다. 귀엽다는 첫인상만 보고 덜컥 결정하면 그 뒤 책임은 전부 사람이 져야 합니다.
분양가만 보고 판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30만 원, 80만 원, 150만 원. 숫자는 눈에 잘 들어오죠. 그런데 실제로는 초기 검진비, 예방접종, 중성화, 사료, 모래, 스크래처, 이동장, 캣타워까지 붙습니다. 첫 3개월에만 50만 원에서 100만 원은 금방 나갑니다. 아픈 아이를 데려오면 그 금액은 훨씬 커집니다. 부동산에서 낙찰가만 보고 수익률 계산하면 안 되는 것처럼, 고양이분양도 분양가만 보면 판단이 비뚤어집니다.
싼 가격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
현장에서 제가 제일 먼저 보는 건 가격이 아닙니다. 권리관계와 점유 상태입니다. 고양이분양도 비슷하게 봐야 할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이의 건강 상태입니다. 눈곱이 심한지, 콧물이 있는지, 배가 과하게 빵빵한지, 털 상태가 거칠지, 항문 주변이 지저분한지 봐야 합니다. 초보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분양 당일에 예쁘다, 순하다, 사람을 잘 따른다는 말만 듣고 넘어갑니다.
둘째는 어디서 태어나고 어떻게 지냈는지입니다. 모묘와 함께 있었는지, 너무 어린 나이에 떨어진 건 아닌지, 여러 마리가 좁은 공간에 몰려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생후 2개월도 안 된 아이를 급하게 보내려는 곳은 조심해야 합니다. 어릴수록 귀엽지만 면역과 사회화 문제는 만만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설사, 호흡기, 피부병으로 병원을 다니면 마음도 돈도 같이 흔들립니다.
- 분양 전 기본 검진 기록이 있는지 확인
- 예방접종 날짜와 백신 종류 확인
- 계약서에 질병 보상 범위가 적혀 있는지 확인
- 분양자가 아이의 생활 습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지 확인
- 당일 충동 계약을 유도하는 곳은 거리 두기
솔직히 말하면, 좋은 분양처는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저것 묻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가족 중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있는지, 기존 반려동물이 있는지, 병원비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봅니다. 반대로 돈 이야기만 빨리 끝내려는 곳은 저는 불안합니다.
계약서 없는 고양이분양은 입찰보증금 없이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경매장에서 입찰표 한 칸 잘못 쓰면 보증금이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류를 무조건 눈으로 확인합니다. 고양이분양도 계약서가 중요합니다. 말로만 건강하다고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최소한 분양자 정보, 고양이 생년월일, 성별, 품종, 접종 이력, 건강 이상 발생 시 책임 범위, 환불이나 치료비 지원 조건이 들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많이 놓치는 게 기간입니다. 예를 들어 데려온 지 1주일 안에 전염성 질환이 확인됐을 때 어떻게 처리하는지, 선천성 질환은 어느 범위까지 보는지, 병원 진단서는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지 적혀 있어야 합니다. 문구가 흐리면 분쟁이 생겼을 때 서로 다른 말을 합니다. 부동산 특약처럼, 애매한 문장은 나중에 싸움의 씨앗이 됩니다.
분양 후 바로 동물병원에 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저는 지인에게 데려온 날 또는 다음 날 바로 기본 검진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검진비 몇만 원 아끼려다 병을 늦게 발견하면 일이 커집니다. 특히 어린 고양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도 컨디션이 확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밥을 안 먹는다, 숨소리가 이상하다, 설사를 계속한다면 기다릴 문제가 아닙니다.
초보가 특히 많이 놓치는 생활비와 시간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손이 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매일 산책은 안 해도 되니까요. 그런데 손이 안 간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화장실은 매일 치워야 하고, 모래는 계속 사야 하고, 털은 계절 따라 집 안을 날아다닙니다. 사료도 아무거나 먹이면 되는 게 아닙니다. 아이 체질에 따라 토하거나 설사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유지비는 아주 아껴도 7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합니다. 사료, 모래, 간식, 장난감, 정기 구충, 가끔 병원비까지 포함하면 그렇습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방광염, 치아 문제, 피부 질환이 오면 병원비가 20만 원, 50만 원, 100만 원까지도 갑니다. 경락잔금대출 이자만 보고 관리비와 수선비를 빼먹으면 수익률이 무너지는 것처럼, 반려묘도 매달 나가는 돈을 현실적으로 봐야 합니다.
시간도 돈만큼 큽니다. 출장이 잦은 사람, 밤늦게만 집에 들어오는 사람, 집을 자주 비우는 사람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자동급식기와 정수기가 있어도 사람이 채워야 하고, 상태를 봐야 합니다. 고양이는 아픈 티를 늦게 내는 편이라 평소 모습을 알아야 이상을 빨리 잡습니다. 같이 사는 동물이라는 말이 그냥 예쁜 표현이 아닙니다.
분양만 답은 아니다
고양이분양을 고민한다면 보호소 입양도 같이 봤으면 합니다. 유기묘 중에도 사람을 잘 따르고 건강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입양도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격, 나이, 건강 상태, 기존 가족과의 궁합을 봐야 합니다. 다만 품종이나 외모보다 함께 살 준비가 먼저라면 선택지는 넓어집니다.
저는 투자할 때 항상 빠져나갈 길부터 봅니다. 그런데 생명은 빠져나갈 길을 먼저 계산하면 안 됩니다. 데려오면 10년, 길게는 15년 이상 같이 삽니다. 이사할 때도 함께 가야 하고, 결혼이나 출산, 직장 이동 같은 변화 속에서도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고양이분양은 예쁜 사진 한 장으로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지인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이 급하면 하루만 더 미루라고요. 분양처를 다시 확인하고, 병원비 예산을 따로 잡고, 집 안 전선과 창문 방묘창까지 체크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경매에서 안 좋은 물건을 피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고양이와 사는 일은 수익을 내는 일이 아니라 책임을 오래 지는 일이라서, 저는 더 천천히 보는 쪽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