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280만 원 상가매매 물건을 직접 계산해봤더니 보인 것들

현장에서 먼저 보는 건 임대료보다 사람 흐름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상가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80만 원, 매매가 6억 8천만 원. 숫자만 보면 그럴듯했습니다. 중개사 말로는 수익률 5%대라며 은행 이자보다 낫다고 했고요. 그런데 저는 이런 물건을 보면 임대차계약서보다 먼저 현장에 갑니다. 상가는 종이에 적힌 월세보다, 그 월세를 계속 낼 사람이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 상가는 수도권 외곽 신도시 상권 안쪽에 있었습니다. 대로변은 아니고, 대로에서 한 블록 들어간 자리였습니다. 점심시간에 가보니 유동인구가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 근데 대부분 목적지가 분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병원, 학원, 프랜차이즈 카페 쪽으로 바로 들어가고, 해당 상가 앞에서는 발걸음이 잘 멈추지 않았습니다. 상가매매에서 이 차이가 큽니다. 지나가는 사람과 들어오는 사람은 다릅니다.
초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이 부분입니다. 월세 280만 원이 찍혀 있으니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임차인이 버티는 구조인지, 억지로 버티는 구조인지 보입니다. 간판 상태, 내부 조명, 재고 쌓인 모양, 직원 수, 영업시간만 봐도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저는 이런 걸 숫자보다 먼저 봅니다. 숫자는 나중에 맞춰보면 됩니다.
수익률 5%라는 말에 바로 흔들리면 위험합니다
중개사 계산은 보통 단순합니다. 월세 280만 원이면 연 3,360만 원입니다. 매매가 6억 8천만 원에서 보증금 5천만 원을 빼면 실투자 기준 6억 3천만 원이고, 연 임대료를 나누면 대략 5.3%가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제 투자자는 이렇게 계산하면 안 됩니다.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이자, 관리비 공실 부담, 부가세 문제까지 넣어야 합니다. 상가는 주택보다 취득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무겁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6억 8천만 원이면 취득 관련 비용만 수천만 원 가까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대출을 50%만 받아도 금리 4.5% 기준 연 이자가 만만치 않습니다. 월세 280만 원이 통장에 그대로 남는 게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낙찰받은 근린상가도 겉보기 수익률은 6%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잔금 후 8개월 만에 임차인이 나갔습니다. 공실 4개월, 원상복구 협의 1개월, 새 임차인 찾는 데 3개월. 그 사이 관리비와 이자는 제가 다 냈습니다. 그해 수익률은 거의 없었습니다. 상가매매는 만실일 때보다 공실일 때 내 통장이 어떻게 버티는지를 봐야 합니다.
임차인 분석을 권리분석처럼 해야 합니다
경매를 오래 하다 보니 권리분석 습관이 상가매매에도 그대로 들어옵니다. 등기부 보고, 임대차계약서 보고, 세금 체납 가능성 보고, 건축물대장 확인하는 건 기본입니다. 그런데 상가는 거기에 임차인 분석이 붙습니다. 저는 임차인을 거의 권리처럼 봅니다. 좋은 임차인은 자산이고, 불안한 임차인은 리스크입니다.
먼저 계약기간을 봅니다. 남은 기간이 6개월인지, 3년인지에 따라 매수 후 협상력이 달라집니다. 다음은 업종입니다. 음식점이면 시설투자가 큰 대신 원상복구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학원은 입지와 원생 수에 민감하고, 미용실이나 병원은 원장이 바뀌면 매출이 확 꺾이기도 합니다. 프랜차이즈라고 무조건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본사 브랜드보다 해당 점포 매출이 중요합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물건도 조심해야 합니다. 매도인은 높은 월세를 근거로 가격을 올립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나가면 새 임차인은 그 월세를 안 받쳐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매가격의 근거가 무너집니다. 상가매매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산 가격은 높은데, 새 임대료는 낮게 형성되는 상황입니다.
- 계약서상 월세와 실제 입금 내역이 일치하는지 확인
- 임차인의 연체 이력과 관리비 미납 여부 확인
- 주변 유사 점포의 실제 임대료 수준 비교
- 권리금이 붙는 자리인지, 권리금 없이도 비는 자리인지 확인
- 업종 제한, 주차, 배기, 간판 설치 조건 확인
상권은 지도보다 시간대별로 봐야 보입니다
상권분석 자료를 보면 유동인구, 배후세대, 소득수준 같은 숫자가 나옵니다. 물론 봐야 합니다. 근데 저는 그 자료를 믿고 끝내지는 않습니다. 상권은 시간대별로 얼굴이 다릅니다. 평일 오전, 점심, 저녁, 주말 오후를 나눠서 봐야 합니다. 같은 상가도 오전에는 죽어 있고 저녁에는 살아나는 곳이 있고, 반대로 점심 장사만 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상가매매에서는 동선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많아도 내 점포 앞을 지나지 않으면 의미가 작습니다. 횡단보도 위치, 버스정류장 방향, 지하철 출구에서 나오는 흐름, 주차장 진입로를 봐야 합니다. 같은 건물 1층이어도 코너와 안쪽은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2층 상가는 업종이 제한되고, 지하 상가는 더 까다롭습니다. 가격이 싸다고 들어갔다가 임차인 구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제가 보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현장에서 30분씩 서 있습니다. 누가 지나가는지, 어디서 멈추는지, 어떤 점포에 들어가는지 봅니다. 배달 오토바이가 자주 서는지, 주차 민원이 생길 자리인지도 봅니다. 주변 공실은 반드시 걸어서 확인합니다. 공실이 1개인지 5개인지에 따라 임대료 협상력은 달라집니다. 공실이 많은 상권에서 내 점포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대개 비싸게 사게 됩니다.
매수 전에 숫자를 보수적으로 다시 깎아야 합니다
제가 상가매매를 검토할 때는 매도인이 제시한 월세를 그대로 넣지 않습니다. 보수적으로 10~20% 낮춰서 다시 계산합니다. 월세 280만 원이면 250만 원, 더 불안하면 230만 원으로 놓고 봅니다. 공실 기간도 최소 3개월은 반영합니다. 그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으면 그때 협상 테이블에 앉습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6억 8천만 원, 보증금 5천만 원, 대출 3억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실제 자기자본은 취득비용까지 넣어 3억 5천만 원 안팎이 될 수 있습니다. 월세 280만 원에서 이자, 세금, 수선비 적립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은 훨씬 줄어듭니다. 그런데 임대료가 230만 원으로 떨어지고 공실까지 한 번 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상가는 잘될 때보다 안 될 때의 계산이 더 중요합니다.
저라면 이런 물건은 세 가지를 보고 가격을 깎습니다. 첫째, 주변 공실과 낮은 임대료 사례입니다. 둘째, 임차인의 남은 계약기간과 재계약 가능성입니다. 셋째, 금리와 취득비용을 반영한 실제 순수익입니다. 감정적으로 마음에 드는 자리라도 숫자가 안 맞으면 보내야 합니다. 부동산은 안 산 물건 때문에 망하지 않습니다. 잘못 산 물건 때문에 몇 년이 묶입니다.
초보자라면 피하는 게 나은 상가도 있습니다
초보라면 지하층, 깊숙한 안쪽 호실, 임차인이 자주 바뀐 자리, 관리비가 과한 집합상가, 분양가 대비 가격 방어가 안 된 신축 상가는 신중해야 합니다. 특히 신축 상가를 분양받듯 매수하는 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상권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미래 월세를 현재 가격에 다 반영해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가매매는 주택처럼 단순히 시세가 올라주길 기다리는 투자가 아닙니다. 임차인, 상권, 금리, 세금, 공실을 같이 끌고 가는 투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초보에게 좋은 상가를 찾으라고 말하기보다, 먼저 나쁜 상가를 피하라고 말합니다. 수익률 1% 더 받으려다 공실 1년 맞으면 계산은 바로 뒤집힙니다.
현장에서 오래 있다 보면 비싼 물건보다 무서운 건 애매한 물건입니다. 좋아 보이는데 확신은 안 서고, 싸 보이는데 이유가 있는 물건. 그런 상가는 한 번 더 보고, 밤에도 보고, 비 오는 날도 보고, 주변 임차인 얘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상가매매는 서두른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끝까지 냉정하게 숫자와 현장을 맞춰본 사람이 오래 버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