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매매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발 뺀 이야기, 숫자는 예쁘고 장사는 달랐다

카페매매 물건을 보러 갔는데, 첫 느낌은 좋았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카페매매 물건 하나를 같이 봐달라고 해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230만 원, 권리금 8,000만 원. 사장님 말로는 월매출이 2,800만 원 정도 나오고, 순수익은 700만 원 가까이 된다고 했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인테리어도 깔끔했고,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 처음엔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물건을 볼 때 매출표보다 먼저 주변을 걷습니다. 경매 물건도 등기부만 보고 덤비면 안 되듯이, 카페도 손님 동선과 상권 흐름을 몸으로 봐야 합니다. 오전 8시, 점심시간, 오후 4시, 저녁 8시 분위기가 다 다릅니다. 한 번 보고 마음이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현장에 가보니 평일 오전 출근길 유동인구는 꽤 있었습니다. 문제는 다들 빠르게 지나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카페 앞에서 멈추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바로 옆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픽업 손님이 계속 들어갔습니다. 개인카페가 버티려면 단골, 메뉴 경쟁력, 공간 체류 수요 중 하나는 강해야 하는데, 이 매장은 셋 다 애매했습니다.
권리금 8,000만 원이 싸 보이는 착시
카페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많이 흔들리는 부분이 권리금입니다. 매도인은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인테리어에 1억 넘게 들었고, 머신도 좋은 거 쓰고, 단골도 많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건 과거 비용이 아니라 앞으로의 현금흐름입니다.
제가 본 매장은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을 합쳐 8,0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머신은 5년 차였고, 제빙기와 쇼케이스는 교체 시점이 가까웠습니다. 중고 시세로 잡으면 설비 가치는 넉넉히 봐도 1,500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나머지 6,500만 원은 사실상 영업권리금인데, 이건 매출과 이익이 유지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매도인이 제시한 월매출 2,800만 원도 그대로 믿기 어려웠습니다. 포스 매출 내역은 보여줬지만, 배달앱 매출과 현금 매출, 쿠폰 할인, 직원 식대 처리 같은 부분이 섞여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3개월 매출이 직전 6개월보다 높았습니다. 양도 직전에 광고비를 태워 매출을 끌어올린 경우도 많아서, 저는 최소 12개월 자료를 봅니다.
- 최근 12개월 포스 매출
- 카드 매출 입금 내역
- 배달앱 정산서
- 재료비 세금계산서
- 인건비 지급 내역
- 임대차계약서와 관리비 고지서
이 정도는 받아야 숫자를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카페매매는 분위기 보고 사는 게 아닙니다. 숫자를 분해해서 내가 다시 운영해도 버틸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월매출보다 월세와 인건비가 먼저입니다
제가 카페를 볼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건 손익분기점입니다. 예를 들어 월세 230만 원, 관리비 40만 원, 전기·수도·가스 80만 원, 재료비율 35%, 아르바이트 인건비 450만 원, 기타 비용 100만 원이라고 치겠습니다. 여기에 사장 인건비를 300만 원만 잡아도 매장은 매달 꽤 높은 매출을 요구합니다.
월매출 2,800만 원에 재료비 980만 원이 빠지고, 고정비와 인건비를 빼면 장부상 이익이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권리금 8,000만 원을 회수해야 합니다. 2년 안에 회수하려면 월 333만 원이 권리금 회수 비용처럼 숨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대출 이자, 기회비용, 시설 보수비도 따라옵니다.
많은 분들이 “월 500만 원 남는다”는 말에 혹합니다. 솔직히 사장 본인이 하루 11시간씩 매장에 서서 월 500만 원 가져가는 구조라면, 그건 투자라기보다 고강도 자영업입니다. 물론 직접 운영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카페매매를 투자처럼 접근할지, 생업처럼 접근할지 처음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임대차 조건에서 진짜 리스크가 나옵니다
경매 권리분석할 때 말소기준권리, 대항력, 배당요구를 보듯이 카페매매에서는 임대차계약서를 집요하게 봐야 합니다. 권리금이 아무리 적당해 보여도 임대인이 재계약을 안 해주거나 월세를 크게 올리면 계산이 무너집니다.
그 매장은 남은 계약기간이 1년 4개월이었습니다. 매도인은 “임대인이 좋다”고 했지만, 저는 그런 말은 참고만 합니다. 임대인에게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신규 임차인 승계 가능 여부, 보증금과 월세 유지 여부, 업종 제한, 원상복구 범위, 간판 사용, 테라스 사용, 전기 용량, 배기 문제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카페는 원상복구 비용이 생각보다 큽니다. 바닥, 천장, 급배수, 전기 증설, 주방 설비가 들어간 매장은 철거비가 몇백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 나올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후 명도” 한 줄이 들어가 있으면, 나갈 때 그 돈은 새 임차인이 아니라 내가 부담할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현장에서 꼭 묻는 질문
-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계약 체결 순서는 어떻게 잡을 것인가
-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할 의사가 있는가
- 최근 1년 안에 월세 인상 요구가 있었는가
- 건물에 누수, 정화조, 전기 용량 문제가 있었는가
- 프랜차이즈나 동종 업종 입점 제한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이 흐리면 저는 속도를 늦춥니다. 좋은 물건은 확인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급하게 계약금부터 넣으라고 재촉하는 물건은 대부분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결국 계약하지 않은 이유
그 카페는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2개월 매출을 다시 받아보니 비수기 매출이 생각보다 약했습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월 3,000만 원 가까이 찍었지만, 겨울 두 달은 1,700만 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객단가는 5,800원 정도였고, 테이블 회전보다 테이크아웃 비중이 높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인근에 새 오피스텔 상가가 준공 예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1층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분양 홍보물에도 커피 업종을 적극 유치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지금 매출이 유지된다는 가정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저는 지인에게 권리금 8,000만 원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하고 싶다면 4,000만 원 이하에서 다시 협상하고, 임대인과 3년 이상 조건을 확정한 뒤 들어가야 한다고 봤습니다. 지인은 결국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두 달 뒤 그 매장은 권리금을 5,000만 원으로 낮춰 다시 나왔습니다.
카페매매는 예쁜 공간을 사는 일이 아닙니다. 임대차 위에 얹힌 현금흐름을 사는 일입니다. 경매에서 싼 낙찰가만 보고 들어가면 명도와 체납관리비에 발목 잡히듯, 카페도 매출만 보고 들어가면 권리금과 고정비에 눌립니다. 저는 초보라면 첫 매장일수록 조금 덜 벌어도 덜 위험한 물건을 고르는 게 낫다고 봅니다. 장사는 버티는 사람이 남는 게임이라, 시작할 때부터 숨이 차면 오래 가기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