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매매 물건 직접 따라가봤더니 권리금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었습니다

법원 경매보다 더 헷갈렸던 카페매매 상담
얼마 전 지인이 카페 하나를 인수해도 되겠냐고 물어왔습니다. 매물 사진은 예뻤습니다. 통창 있고, 테이블 9개,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20만 원. 권리금은 6,50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매도자는 월 매출 2,400만 원 나온다고 했고, 배달은 거의 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듣기만 하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숫자를 다시 까보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부동산 경매도 등기부 한 줄 놓치면 돈이 깨지지만, 카페매매는 장부 한 줄을 믿었다가 더 조용히 깨집니다. 낙찰은 법원이 절차라도 보여주지만, 점포 양도양수는 말이 부드럽게 포장됩니다. “단골 많아요”, “몸이 힘들어서 넘겨요”, “홍보 조금만 하면 더 올라요” 이런 말이 제일 자주 나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말보다 전기요금 고지서, 카드 매출, 임대차계약서 특약을 먼저 봅니다.
권리금 6,500만 원, 진짜로 회수될 숫자인가
카페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먼저 꽂히는 게 인테리어입니다. 머신도 좋아 보이고, 바닥 타일도 깔끔하고, 조명도 요즘 스타일이면 권리금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런데 권리금은 예쁜 비용이 아니라 회수해야 할 돈입니다. 6,500만 원을 주고 들어갔으면, 그 돈은 감가상각이 아니라 영업이익에서 회수해야 합니다.
제가 본 그 카페는 매도자가 월 매출 2,40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카드 매출 자료를 보니 최근 3개월 평균은 2,180만 원 정도였습니다. 현금 매출은 별도로 있다고 했지만, 저는 현금 매출을 인수가격에 크게 반영하지 않습니다. 증빙 안 되는 매출은 내 돈 낼 때는 없는 돈처럼 보는 게 마음 편합니다.
- 월 카드 매출 평균: 약 2,180만 원
- 원재료비: 매출의 약 34%
- 월세 및 관리비: 약 250만 원
- 직원 인건비: 약 520만 원
- 전기, 수도, 가스, 포스, 배달앱 등 기타비용: 약 210만 원
대충 계산하면 사장이 직접 풀타임으로 붙었을 때 남는 돈이 월 430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여기서 대출이자, 세금, 기계 고장, 비수기 매출 하락까지 빼면 실제 손에 남는 돈은 더 줄어듭니다. 권리금 6,500만 원을 회수하려면 최소 15개월 이상은 아무 사고 없이 굴러가야 합니다. 근데 카페 장사는 15개월 동안 조용히 흘러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임대차계약서에서 제일 먼저 본 부분
카페매매는 가게만 사는 게 아닙니다. 남의 건물에서 장사할 권리를 이어받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임대차계약서를 먼저 봅니다. 특히 계약기간, 갱신 가능성, 원상복구 범위, 업종 제한, 전대 금지, 간판 사용 조건을 확인합니다.
이 물건은 기존 임차인의 계약 잔여기간이 1년 4개월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서 많은 초보가 “상가임대차보호법상 10년 갱신요구권 있잖아요”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존 임차인이 이미 몇 년을 썼는지, 새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해줄지, 임대인이 월세를 얼마나 올리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만 “건물주 좋다”는 건 의미 없습니다.
실제로 건물주를 따로 만나보니 새 임차인에게는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6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처음 들은 조건보다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40만 원이 올라간 겁니다. 월세 40만 원이면 1년 480만 원입니다. 권리금 협상에서 500만 원 깎는 것만큼 중요한 숫자입니다.
원상복구 특약은 조용히 무섭습니다
계약서 뒤쪽에 원상복구 특약도 있었습니다. 천장, 바닥, 급배수 설비, 외부 데크까지 임차인 부담으로 철거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카페는 싱크대, 배수, 전기 증설, 에어컨 배관이 얽혀 있어서 나갈 때 철거비가 크게 나옵니다. 평수와 구조에 따라 700만 원에서 2,000만 원 넘게도 봤습니다. 이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권리금만 보면 계산이 틀어집니다.
매출보다 동선을 봐야 하는 이유
저는 카페를 볼 때 점심시간, 오후 3시, 저녁 7시를 나눠서 갑니다. 한 번 보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 물건도 세 번 갔습니다. 점심에는 직장인 테이크아웃이 꽤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근처 학원 학생들이 조금 들어왔고, 저녁에는 조용했습니다. 매도자는 “저녁 장사는 일부러 안 잡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주변 상권 자체가 저녁에 죽는 구조였습니다.
좋은 카페매매 물건은 매출 장부만 괜찮은 게 아니라, 사람이 흐르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역 출구인지, 병원 대기 수요인지, 오피스 점심 수요인지, 아파트 등하원 수요인지 봐야 합니다. 그냥 “유동인구 많다”는 말은 너무 넓습니다. 지나가는 사람과 돈 쓰는 사람은 다릅니다.
제가 특히 싫어하는 카페 입지는 버스정류장 바로 앞인데 정차 시간이 짧고, 보행자가 서둘러 지나가기만 하는 자리입니다. 사람은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들어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골목 안쪽이라도 학원, 병원, 미용실, 사무실이 같이 묶여 있으면 단골 매출이 쌓입니다. 숫자는 지도보다 발로 걸어봐야 보입니다.
카페매매 초보가 자주 놓치는 비용
카페 인수할 때 “권리금 + 보증금”만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는 그보다 더 들어갑니다. 사업자 전환, 재료 초기 매입, 간판 수정, 메뉴판 교체, 포스 이전, 카드 단말기, 위생교육, 보험, 직원 퇴직금 승계 여부까지 체크해야 합니다.
- 초도 재료 및 소모품: 300만 원 안팎
- 간판, 메뉴판, 인쇄물 수정: 150만~500만 원
- 기계 점검 및 수리 예비비: 최소 300만 원
- 오픈 초기 홍보비: 100만~300만 원
- 비상 운영자금: 최소 3개월치 고정비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 제빙기, 쇼케이스는 겉으로 멀쩡해도 수리비가 큽니다. 제빙기 하나 고장 나면 여름 장사에서 바로 타격이 옵니다. 저는 장비 리스트를 받을 때 모델명, 구입 시기, 수리 이력, 렌탈 여부를 따로 적습니다. 렌탈 장비를 권리금에 포함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도 있었고, 실제 소유자가 다른 장비가 섞여 있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그 물건을 바로 잡지 않은 이유
그 카페는 완전히 나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매출도 어느 정도 있었고, 시설도 쓸 만했습니다. 다만 권리금 6,500만 원은 높았습니다. 새 임대차 조건까지 반영하면 총투입금이 보증금 5,000만 원, 권리금 6,500만 원, 기타 초기비용 약 1,000만 원으로 1억 2,500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월 350만 원 정도 남는다고 보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너무 길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지인에게 권리금 4,000만 원 이하가 아니면 들어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건물주와 새 계약서를 먼저 확정하고, 최근 6개월 카드 매출 원자료를 받은 뒤, 직원 고용 승계 조건까지 문서로 남기라고 했습니다. 말로만 맞춰놓은 카페매매는 잔금 치르는 날부터 분쟁이 시작되기 쉽습니다.
부동산 경매도 싸게 사는 것보다 안 물리는 게 먼저입니다. 카페매매도 똑같습니다. 예쁜 매장, 좋은 머신, 바쁜 척 보이는 피크타임보다 중요한 건 내가 빠져나올 수 있는 가격인지입니다. 권리금은 줄 때는 내 돈이고, 받을 때는 시장 마음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모르는 상태로 첫 가게를 잡는 건 꽤 위험하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