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매물 직접 돌며 찍어봤더니 숫자보다 냄새가 먼저 말하더라

법원 경매보다 월세매물이 쉬워 보인다는 착각
얼마 전 초보 투자자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매는 권리분석이 무서우니 그냥 월세매물 사서 월세 받으면 안 될까요?” 현장에서 오래 본 입장에서는 이 말이 제일 위험하게 들립니다. 경매는 위험이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에 대놓고 적혀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일반 월세매물은 위험이 숫자 뒤에 숨어 있습니다.
매물장에는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 수익률 6.8%라고 예쁘게 적혀 있습니다. 근데 막상 가보면 계단에 곰팡이 냄새가 올라오고, 1층 상가는 6개월째 공실이고,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쓸지 말지 애매한 얼굴로 앉아 있습니다. 이런 건 엑셀에 바로 안 찍힙니다.
저도 초반에는 월세 숫자만 봤습니다. 3억짜리 빌라에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20만 원이면 괜찮아 보였거든요. 그런데 관리비 체납 180만 원, 누수 수리 350만 원, 중개수수료와 취득세까지 더하니 첫해 현금흐름이 생각보다 얇았습니다. 월세매물은 매입가보다 ‘들어간 뒤 빠져나가는 돈’을 먼저 봐야 합니다.
월세 80만 원보다 중요한 건 실제로 남는 돈
월세매물을 볼 때 저는 월세부터 계산하지 않습니다. 먼저 보증금, 대출이자, 관리비 성격, 수선 가능성, 공실 기간을 한 줄씩 씁니다. 예를 들어 매입가 2억 4,000만 원,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80만 원인 오피스텔이 있다고 치겠습니다. 겉으로는 연 960만 원이 들어오는 물건입니다.
그런데 대출 1억 5,000만 원에 금리 5%면 이자만 연 750만 원입니다. 재산세, 보험료, 중개보수, 도배장판, 공실 한 달만 넣어도 남는 돈은 확 줄어듭니다. 월세 80만 원이라는 숫자가 투자자를 안심시키지만, 실제 손에 남는 돈은 월 10만 원대일 수도 있습니다.
- 대출이자는 월세보다 먼저 빠져나간다
- 공실은 한 달만 생겨도 수익률을 크게 깎는다
- 오래된 건물은 수선비가 임대수익을 잡아먹는다
- 관리비가 비싸면 세입자 교체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초보가 많이 놓치는 게 공실입니다. “이 동네는 임대 잘 나가요”라는 말은 참고만 해야 합니다. 같은 동네라도 역에서 5분인지 13분인지,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주차가 되는지에 따라 세입자 반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최소한 같은 건물과 주변 300미터 안에서 실제 임대 호가를 10개 이상 봅니다. 전화도 해봅니다. 아직 안 나간 매물이 몇 주째 떠 있는지도 봅니다.
좋은 월세매물은 사진보다 현장에서 갈린다
사진이 너무 예쁜 월세매물은 오히려 한 번 더 의심합니다. 광각으로 찍은 원룸은 실제보다 1.5배 넓어 보이고, 조명 켠 거실은 곰팡이 자국을 잘 숨깁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건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닙니다. 창틀 실리콘, 천장 모서리, 싱크대 하부장, 계량기함, 공용복도 냄새입니다.
한 번은 신축급이라고 올라온 다가구 월세매물을 보러 갔습니다. 외관은 멀쩡했고 월세도 방마다 잘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하 세대 문을 여는 순간 습기가 훅 올라왔습니다. 벽지는 새로 발라놨는데 바닥 모서리가 떠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환기만 잘하면 괜찮다”고 했지만, 임대차 현장에서는 그 말이 제일 비싼 말이 될 때가 있습니다.
습기 있는 집은 세입자가 오래 못 버팁니다. 여름 지나면 민원이 오고, 겨울 지나면 곰팡이 사진이 옵니다. 그때마다 도배만 다시 하면 해결되는 줄 아는데, 원인이 외벽이나 배수 쪽이면 돈이 계속 들어갑니다. 월세매물은 월세가 들어오는 자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민원이 들어오는 자산입니다.
현장에서 꼭 보는 체크포인트
- 현관문 주변에 누수 흔적이나 들뜬 장판이 있는지
- 화장실 환풍기 소리와 배수 냄새가 정상인지
- 공용부 청소 상태가 꾸준히 관리되는 분위기인지
- 주변에 같은 조건의 공실이 얼마나 많은지
- 세입자가 왜 나가는지, 또는 왜 오래 사는지
세입자가 오래 사는 집은 이유가 있습니다. 역이 가깝거나, 집주인이 수리를 빨리 해주거나, 관리비가 합리적이거나, 채광이 좋습니다. 반대로 월세가 조금 높아도 매번 사람이 바뀌는 집은 보이지 않는 불편이 있습니다. 그 불편을 찾아내는 게 월세매물 답사의 절반입니다.
경매로 나온 월세매물은 더 꼼꼼히 봐야 한다
경매에서 임차인이 있는 월세매물은 초보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임대수익이 이미 발생하고 있으니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권리관계가 꼬여 있으면 낙찰자가 떠안는 돈이 생깁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인지, 배당요구를 했는지, 보증금 중 얼마가 배당될 가능성이 있는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3억 원짜리 주택이 2억 2,000만 원까지 떨어졌다고 해도, 대항력 있는 임차인 보증금 6,000만 원을 인수해야 한다면 실질 취득가는 2억 8,000만 원에 가까워집니다. 여기에 명도비와 잔금대출 조건까지 넣으면 싸게 산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법원 문서에 적힌 ‘임차인 있음’ 한 줄을 가볍게 보면 잔금 치를 때 손이 떨립니다.
공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금 체납으로 나온 물건은 소유자 사정이 복잡한 경우가 많고, 점유자와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세가 나온다고 해서 바로 좋은 수익형 물건은 아닙니다. 점유자가 누구인지, 실제 계약서가 있는지, 전입과 확정일자가 맞는지, 관리비 체납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초보라면 이런 월세매물은 일단 멈추는 게 낫다
제가 초보에게 가장 말리는 건 수익률만 높은 외곽 구축 원룸입니다. 매입가는 싸고 월세는 제법 높아 보입니다. 그런데 임차 수요가 얇습니다. 한 명 나가면 다음 세입자 찾는 데 두세 달 걸리고, 그 사이 이자와 관리비는 계속 나갑니다. 수익률 9%라고 적힌 물건이 실제로는 스트레스 90%짜리일 때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불법 증축 냄새가 나는 다가구입니다. 방 개수가 유난히 많고, 주차 대수는 부족하고, 도면과 현장이 다르면 조심해야 합니다. 당장은 월세가 많이 들어와도 나중에 매도할 때 매수자가 대출을 못 받거나, 행정 문제로 가격을 깎아야 할 수 있습니다.
- 주변 임대 수요보다 방 개수가 과하게 많은 물건
- 월세는 높은데 보증금이 지나치게 낮은 물건
- 소유자와 세입자 말이 서로 다른 물건
- 관리비 체납이나 하자 설명을 흐리는 물건
- 대출 없이 사면 괜찮다는 식으로만 설명되는 물건
좋은 월세매물은 사람을 급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숫자가 괜찮고, 권리가 단순하고, 세입자 수요가 확인되고, 하자 비용까지 어느 정도 계산됩니다. 반대로 나쁜 물건은 설명이 많습니다. “곧 개발된다”, “주변이 뜬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말이 붙을수록 저는 한 발 뒤로 갑니다.
월세매물은 싸게 사는 것보다 오래 버티는 구조가 먼저다
월세투자는 매달 돈이 들어오는 맛이 있습니다. 통장에 월세가 찍히면 괜히 잘 산 것 같습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해보니 진짜 중요한 건 첫 달 월세가 아니라 3년 뒤에도 버틸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세입자가 바뀌고, 수리비가 터져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월세매물을 볼 때 기대수익보다 최악의 1년을 먼저 그려봅니다. 공실 2개월, 수리비 300만 원, 금리 1%포인트 상승, 월세 5만 원 인하까지 넣어도 버틸 수 있으면 검토합니다. 그 계산에서 숨이 막히면 아무리 사진이 좋아도 접습니다.
초보 때는 좋은 물건을 잡는 눈보다 나쁜 물건을 피하는 눈이 먼저입니다. 월세매물은 남의 월세를 받는 일이지만, 결국 내 시간과 현금흐름을 같이 묶는 일입니다. 숫자가 예쁜 물건보다 설명이 단순하고, 현장에서 냄새가 덜 나고, 세입자가 오래 머물 이유가 있는 집이 오래 갑니다. 저는 그런 물건이 조금 덜 화려해도 결국 투자자를 덜 다치게 만든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