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동산 입찰장에 직접 들어가 봤더니, 수익률보다 먼저 보인 것들

공장 하나 보고 갔다가 도로에서 먼저 걸렸습니다
얼마 전 수도권 외곽에 나온 산업부동산 경매 물건을 보러 갔습니다. 감정가는 18억대, 최저가는 한 번 유찰돼서 12억 후반까지 내려온 공장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솔직히 눈이 갑니다. 토지 면적도 꽤 되고, 건물도 낡긴 했지만 당장 창고로는 쓸 수 있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본 건 건물이 아니라 진입도로였습니다. 대형 화물차가 한 번에 꺾어 들어올 수 있는지, 도로 폭이 실제로 몇 미터쯤 되는지, 앞 공장 차량과 동선이 겹치지는 않는지부터 봤습니다. 산업부동산은 주거용 빌라처럼 방 개수, 역세권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물건이 좋아 보여도 물류 차량이 못 들어오면 임차인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 번 비슷한 물건에서 욕심을 낸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 대비 65% 수준이라 싸다고 봤는데, 막상 주변 공인중개사 세 군데를 돌아보니 임차 수요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컨테이너 차량 진입이 불편하고, 민원 때문에 야간 작업을 꺼리는 지역이었습니다. 낙찰받았다면 싸게 산 게 아니라 오래 묶이는 돈이 될 뻔했습니다.
산업부동산은 임대료보다 용도지역을 먼저 봅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산업부동산을 볼 때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월세 얼마 받을 수 있냐부터 계산합니다. 물론 임대료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이 땅에서 어떤 업종이 가능한지부터 봐야 합니다. 같은 공장처럼 보여도 계획관리지역, 일반공업지역, 준공업지역, 자연녹지지역에 따라 들어올 수 있는 업종과 증축 가능성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임차인이 금속가공업을 하고 있다고 해서 다음 임차인도 아무 업종이나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폐수, 소음, 분진, 위험물 저장 여부에 따라 인허가가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오래된 공장은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던 부분이 새 임차인 변경 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 건축물대장상 주용도와 실제 사용 용도가 맞는지
- 토지이용계획상 제한이 임대 수요를 좁히는지
- 불법 증축 창고나 가설물이 있는지
- 전기 용량, 상하수도, 오폐수 처리 조건이 업종에 맞는지
- 주변 민원 가능성이 큰 업종인지
저는 산업부동산을 볼 때 임대료 계산보다 이 다섯 가지를 먼저 적습니다. 월 700만 원 임대료가 가능해 보여도 실제로 들어올 수 있는 업종이 두세 개로 좁혀지면 공실 기간이 길어집니다. 반대로 월세가 조금 낮아도 물류 동선 좋고 업종 제한이 덜한 물건은 생각보다 빨리 임차인이 붙습니다.
권리분석은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산업부동산 경매에서 권리분석은 주거용보다 더 지저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근저당, 압류, 가압류만 보는 수준으로는 부족합니다. 공장저당, 기계기구 목록, 임차인 사업자등록, 유치권 주장, 점유 관계가 얽히면 입찰장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실제로 제가 봤던 물건 중에는 감정평가서에 기계 설비가 포함돼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임차인이 자기 설비라고 주장하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있었지만, 초보자가 낙찰받으면 명도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물건은 수익률 표에 숫자를 예쁘게 넣어도 실제 현장에서는 발목을 잡힙니다.
유치권도 조심해야 합니다. 경매 정보지에 유치권 신고 있음이라고 한 줄 적혀 있으면 많은 사람이 겁먹고 빠집니다. 그런데 신고가 있다고 다 무서운 건 아니고, 반대로 신고가 없다고 깨끗한 것도 아닙니다. 공사대금 채권이 실제인지, 점유가 이어졌는지, 경매개시 전부터 점유했는지 같은 부분을 따져야 합니다. 문제는 이 판단이 초보에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유치권 냄새가 나는 산업부동산은 혼자 판단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시세조사는 매매가보다 임차인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산업부동산 시세조사는 아파트처럼 실거래가 몇 개 찍어 보고 끝내면 안 됩니다. 같은 동네 공장이라도 층고, 전력, 도로, 마당, 호이스트, 접안 가능 여부에 따라 가격이 갈립니다. 100평짜리 창고라도 5톤 차량이 바로 붙는 곳과 골목 안쪽에 있는 곳은 임대료가 다릅니다.
제가 현장 조사할 때는 매매 문의보다 임대 문의를 먼저 합니다. 주변 중개사에게 이 물건을 사려고 한다고 말하기보다, 비슷한 면적 창고를 임차하려는 사람처럼 조건을 묻습니다. 그러면 실제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즘 찾는 업종, 비어 있는 기간, 보증금 조정 폭, 임차인이 싫어하는 조건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은 평당 매매가는 계속 올라 보이는데, 막상 임대는 6개월 넘게 비어 있는 창고가 많습니다. 이 경우 낙찰가를 낮게 써도 잔금 이후 버티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재산세, 대출이자, 관리비, 보수비가 매달 나갑니다. 공실 6개월이면 수익률 계산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초보라면 이런 산업부동산은 한 번 더 멈춰야 합니다
산업부동산이 매력적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거용보다 경쟁이 덜한 물건도 있고,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현금흐름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 번 잘못 물리면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매수자층이 좁고, 대출도 물건별로 차이가 큽니다.
- 도로 폭이 좁아 화물차 진입이 불편한 물건
- 현재 사용 용도와 공부상 용도가 다른 물건
- 불법 증축 부분이 임대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물건
- 유치권, 공사대금, 기계 설비 소유권 다툼이 보이는 물건
- 주변에 민원 이력이 많아 보이는 업종 밀집 지역
- 공실 기간을 1~2개월로만 잡아야 수익이 나는 물건
저는 이런 조건이 두 개 이상 겹치면 입찰가를 확 낮추거나 아예 빠집니다. 누군가는 낙찰받고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다만 초보가 첫 산업부동산으로 들어가기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만 골라 사는 일에 가깝습니다.
산업부동산은 숫자로 보면 멋있습니다. 토지 넓고, 임대료 크고, 경쟁률 낮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 서 보면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게 있습니다. 도로의 꺾임, 낡은 전기 설비, 임차인의 표정, 옆 공장 소음, 비어 있는 창고의 먼지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그런 것들이 입찰가를 정한다고 봅니다. 싸다는 이유 하나로 들어가기엔 이 시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