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으로 시세 찍고 입찰가 낮춰봤더니 생긴 일

얼마 전 수원 쪽 아파트 경매 물건을 보러 갔는데, 현장에서 만난 초보 투자자 한 분이 감정가만 보고 입찰가를 거의 다 정해왔더군요. 제가 옆에서 물었습니다. “KB부동산 시세는 보고 오셨어요?” 그랬더니 네이버 매물만 봤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매물 호가는 주인이 받고 싶은 가격이고, 경매 입찰가는 내가 책임질 가격입니다. 둘은 꽤 다릅니다.
KB부동산은 경매 투자자한테 만능 도구는 아닙니다. 그래도 시세조사 첫 단추로는 꽤 쓸 만합니다. 특히 아파트처럼 거래 사례가 쌓인 물건은 KB시세, 실거래가, 현재 매물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감정가가 높은지 낮은지, 입찰 경쟁이 붙을 만한지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저는 입찰 전날까지도 KB부동산을 열어보고 숫자가 바뀌었는지 확인합니다. 작은 차이 같아도 1억 단위 물건에서는 2~3%가 잔금 대출, 취득세, 명도비까지 흔들어버립니다.
KB부동산을 감정가 검산용으로 쓰는 이유
법원 감정가는 기준일이 있습니다. 감정평가가 6개월 전, 1년 전인 물건도 흔합니다. 시장이 오르는 장이면 감정가가 싸 보일 수 있고, 내려가는 장이면 감정가가 오히려 비싸 보일 수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믿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5억 2천만 원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해보죠. KB부동산 일반 평균가가 4억 9천만 원, 최근 실거래가가 4억 8천만 원대, 현재 매물 최저가가 5억 1천만 원이라면 감정가가 특별히 싼 물건은 아닙니다. 그런데 입찰장에서는 “감정가보다 15% 빠졌네” 하고 4억 4천만 원대에 쓰는 사람이 나옵니다. 숫자만 보면 싸 보이지만, 취득세와 법무비, 이자, 수리비, 명도비까지 넣으면 남는 게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저는 KB부동산에서 먼저 단지 시세 범위를 봅니다. 상위 평균가보다 중위 가격을 더 중요하게 보고, 같은 평형이라도 층, 향, 동 위치, 리모델링 여부를 따로 봅니다. 경매 물건은 보통 집 상태를 정확히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태를 좋게 가정하지 않습니다. 내부 확인이 안 되면 최소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정도는 수리 리스크로 빼고 계산합니다.
KB시세와 실거래가가 다를 때는 이렇게 봅니다
초보가 자주 헷갈리는 게 KB시세와 실거래가 차이입니다. KB시세가 6억인데 실거래가가 5억 6천만 원이면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제 답은 간단합니다. 둘 다 보되, 돈은 보수적으로 넣습니다.
KB시세는 금융기관 대출 산정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경락잔금대출을 알아볼 때 은행이 보는 기준과 투자자가 보는 수익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은행은 담보가치를 따지고, 투자자는 낙찰 후 팔거나 보유했을 때 실제 남는 돈을 따집니다. 그래서 KB시세가 높다고 입찰가를 올리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 최근 3개월 실거래가가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 거래가 없다면 6개월, 1년 단위로 넓혀서 봅니다.
- KB부동산 시세가 최근 거래보다 얼마나 위에 있는지 봅니다.
- 현재 매물 최저가와 급매성 매물이 있는지 비교합니다.
- 같은 단지라도 로열동과 비선호동 가격 차이를 따집니다.
실전에서는 매물이 5억 8천만 원에 나와 있어도 실제 계약은 5억 5천만 원에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인기 단지는 매물가보다 높은 가격에 바로 거래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KB부동산 하나만 보고 “이 가격이면 안전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안전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여러 숫자의 간격에서 나옵니다.
입찰가 계산할 때 KB부동산을 끼워 넣는 방식
저는 입찰가를 정할 때 먼저 예상 매도가를 잡습니다. 여기서 KB부동산의 일반 평균가와 최근 실거래가 중 낮은 쪽을 기준으로 삼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예상 매도가를 5억 원으로 잡았다면, 거기서 취득세, 법무비, 대출이자, 관리비 체납 가능성, 수리비, 명도비, 중개수수료를 뺍니다.
숫자로 보면 더 확실합니다. 예상 매도가 5억 원, 취득 관련 비용 700만 원, 이자와 보유비 600만 원, 수리비 1천500만 원, 명도 협의비 500만 원, 매도 중개수수료와 기타비용 300만 원이면 이미 3천600만 원이 빠집니다. 여기에 최소 수익 2천만 원을 원하면 입찰 상한은 4억 4천400만 원 근처가 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4억 6천만 원을 쓰면 낙찰은 받을 수 있어도 투자로는 애매해집니다.
낙찰받고 나서 “생각보다 수리비가 많이 나왔어요”라는 말, 경매판에서 정말 많이 듣습니다. 사실 생각보다 많이 나온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적게 잡은 겁니다. KB부동산 시세가 좋아 보여도 내부 상태, 점유자 성향, 대출 조건이 나쁘면 수익은 금방 줄어듭니다.
초보가 KB부동산에서 놓치는 부분
초보는 보통 단지명과 평형만 봅니다. 그런데 같은 단지 안에서도 가격 차이가 큽니다. 초등학교 가까운 동, 지하철 출구와 가까운 동, 조망이 나오는 동, 소음이 심한 동은 시장에서 다르게 평가됩니다. KB부동산 지도와 단지 정보를 같이 보면서 실제 동 위치를 봐야 합니다.
또 하나는 전세가입니다. 경매 투자에서 전세가는 단순히 임대 수익 계산용이 아닙니다. 낙찰 후 보유 전략을 짤 때 버틸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매매가 5억, 전세가 3억 8천만 원인 단지와 매매가 5억, 전세가 2억 9천만 원인 단지는 부담이 완전히 다릅니다. 같은 낙찰가라도 후자는 내 돈이 더 오래 묶입니다.
저는 KB부동산에서 매매가만 보지 않고 전세가 흐름도 같이 봅니다. 전세가가 빠지고 있으면 매매가보다 먼저 조심합니다. 전세가 약한 지역은 잔금 치른 뒤 임차인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이자는 고스란히 내 돈으로 나갑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틸 수 있는 자금 계획이 더 중요합니다.
KB부동산만 믿고 들어가면 안 되는 물건
KB부동산이 특히 약한 영역도 있습니다. 거래가 드문 빌라, 나홀로 아파트, 지방 소형 단지, 특수한 상가, 지분 물건은 숫자가 예쁘게 보여도 현장 확인이 훨씬 중요합니다. 시세가 찍혀 있다고 해서 그 가격에 팔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번은 수도권 외곽 빌라 물건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화면상 가격은 주변 거래와 크게 차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주차가 거의 불가능했고, 언덕이 심했고, 근처 중개업소에서는 “그 라인은 손님들이 잘 안 봐요”라고 하더군요. 이런 정보는 숫자표에 잘 안 잡힙니다. 그날 입찰을 접었고, 나중에 낙찰자는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받아갔습니다. 몇 달 뒤 다시 매물로 나온 걸 봤는데, 호가를 낮춰도 잘 안 빠지는 분위기였습니다.
KB부동산은 좋은 지도입니다. 그런데 지도만 보고 산을 오르면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권리분석, 현장 임장, 점유 관계, 대출 가능성, 세금 계산까지 붙여야 비로소 입찰가가 나옵니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미납관리비, 유치권 주장 같은 요소가 보이면 시세보다 권리가 먼저입니다. 시세가 아무리 좋아도 권리에서 한 줄 놓치면 수익이 아니라 손실입니다.
제가 초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KB부동산 숫자를 보고 흥분하지 말고, 그 숫자에서 빠질 돈을 먼저 적으라는 겁니다. 경매는 남들이 무서워하는 물건을 무조건 잡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이해한 위험 안에서만 가격을 쓰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 밤이면 KB부동산을 켜고, 실거래가를 다시 보고, 계산기 숫자를 한 번 더 낮춰봅니다. 낙찰 못 받는 아쉬움은 하루면 끝나지만, 비싸게 받은 물건은 몇 년을 따라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