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입찰 직접 해봤더니, 쉬운 건 클릭뿐이었습니다

얼마 전 후배가 온비드 부동산 공매 입찰을 같이 봐달라고 해서, 노트북 두 대 켜놓고 마감 40분 전에 보증금 입금까지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화면으로만 보면 전자입찰은 참 편합니다. 법원 입찰장처럼 아침부터 줄 설 필요도 없고, 입찰봉투 잘못 접을까 긴장할 일도 적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굴러본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편해서 대충 누르기 쉽거든요.
전자입찰은 손가락으로 하는 입찰입니다. 근데 돈은 진짜 돈이 나갑니다. 클릭 한 번으로 수천만 원짜리 계약 책임이 생길 수 있고, 보증금 몇백만 원이 묶이거나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공매 물건은 공고기관, 재산유형, 입찰조건이 제각각이라서 법원경매 보듯이 습관대로 접근하면 헛발질하기 좋습니다.
전자입찰이 편하다고 안전한 건 아닙니다
초보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인터넷으로 입찰하니까 뭔가 시스템이 위험한 부분을 알아서 걸러줄 것 같죠. 실제로는 아닙니다. 온비드 화면은 입찰 절차를 도와주는 장치이지, 권리분석을 대신해주는 장치가 아닙니다. 선순위 임차인, 체납 관리비, 점유자 성향, 인도 조건 같은 건 여전히 사람이 봐야 합니다.
법원 부동산 경매는 아직 현장 입찰 성격이 강합니다. 반면 공매 쪽은 전자입찰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전자입찰이라는 말을 들으면 보통 온비드 공매를 떠올리면 됩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 안내만 봐도 흐름은 단순합니다. 회원가입, 인증서 등록, 물건 확인, 입찰서 작성, 보증금 납부, 개찰 결과 확인. 겉으로는 여섯 단계 정도입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돈 잃는 구멍이 숨어 있다는 겁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화면보다 공고문이 먼저입니다
전자입찰을 할 때 저는 물건 사진부터 보지 않습니다. 공고문부터 봅니다. 사진은 기대감을 키우고, 공고문은 찬물을 끼얹습니다. 투자자는 찬물부터 맞는 게 낫습니다. 공고문에는 입찰보증금 비율, 납부 방식, 대금 납부기한, 계약 체결 조건, 서류 제출기한, 입찰 무효 사유가 들어 있습니다. 여기를 대충 넘기면 나중에 화면 캡처를 붙잡고 억울하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제가 실제로 봤던 물건 중에는 입찰보증금이 입찰금액의 5%인 것도 있었고, 10% 이상을 요구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초보가 감정가 3억짜리라고 보고 보증금 3천만 원쯤 준비했는데, 본인이 쓰려는 입찰가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 걸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2억 8천만 원을 쓰면 10% 공고에서는 2천8백만 원이 필요합니다. 2천7백만 원 넣었다고 봐주는 분위기, 그런 거 없습니다.
- 보증금 비율은 공고문 기준으로 다시 확인한다.
- 납부계좌는 입찰서별로 부여되는지 확인한다.
- 분할 납부가 가능한지 보지 말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준비한다.
- 입금 후 입찰내역에서 정상 납부 표시를 직접 본다.
- 대리입찰이나 공동입찰 서류 제출기한을 마감 전으로 잡는다.
마감 5분 전 입찰은 투자 습관이 아닙니다
제가 후배에게 제일 세게 말한 것도 이 부분입니다. 전자입찰은 서버 접수시각이 기준입니다. 내 컴퓨터에서 버튼을 눌렀다는 느낌, 은행 앱에서 이체했다는 기억, 이런 건 증거가 되기 어렵습니다. 시스템에 입찰서가 접수되고 보증금이 정상 처리되어야 합니다. 은행 공동망 지연, 인증서 오류, 브라우저 멈춤, 보안 프로그램 충돌은 이상하게 꼭 급할 때 나옵니다.
저는 입찰가를 전날 밤에 이미 써둡니다. 당일에는 권리 변동, 공고 변경, 취소 여부, 보증금 납부만 확인합니다. 특히 부동산 공매는 공고기관 사정으로 일정이 바뀌거나 조건이 조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간 사이트나 캡처 화면만 믿지 않고, 최종 입찰 화면과 공고기관 안내를 다시 봅니다. 이 10분이 수백만 원을 지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물건에 입찰서를 두 번 넣는 문제도 조심해야 합니다. 공고에 따라 동일인이 동일 회차에서 2회 이상 입찰하면 전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숫자 하나 고치고 싶다고 다시 넣었다가 둘 다 날아가는 상황, 생각보다 허무합니다. 입찰가를 바꿀 수 있는지, 취소가 되는지, 재제출이 되는지는 그 물건의 조건을 따로 봐야 합니다.
낙찰보다 무서운 건 낙찰 뒤의 계산입니다
전자입찰은 입찰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화면 앞에서는 욕심을 숨기기 쉽습니다. 법원 입찰장에서는 옆 사람 얼굴이라도 보이는데, 전자입찰은 혼자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500만 원, 1천만 원을 아무렇지 않게 올립니다. 이때 수익률이 망가집니다.
제가 보는 계산은 단순합니다. 낙찰가에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체납 관리비 가능성, 수리비, 중개수수료, 대출이자, 보유기간을 더합니다. 그리고 보수적으로 팔 수 있는 가격에서 뺍니다. 여기서 남는 돈이 애매하면 입찰하지 않습니다. 전자입찰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버튼을 잘 누르는 게 아니라, 안 누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시세 3억 2천만 원짜리 빌라가 최저가 2억 4천만 원까지 내려왔다고 합시다. 겉으로는 8천만 원 차이입니다. 그런데 내부 수리 2천만 원, 명도 협의금 500만 원, 취득세와 비용 1천만 원대, 대출이자와 보유비 500만 원을 넣으면 여유가 확 줄어듭니다. 여기에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인수 가능성이 얹히면 싸게 산 게 아니라 비싸게 떠안은 물건이 됩니다.
초보라면 이 세 가지 물건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경험상 전자입찰 초보에게 제일 위험한 건 싸 보이는 물건입니다. 유찰이 많이 됐다는 건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얼어붙어서 좋은 물건도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가 구분하기 어렵다면 욕심을 낮춰야 합니다.
- 점유관계가 흐릿하고 현장 확인이 어려운 물건
- 공고문 특약이 길고 인수 조건이 많은 물건
- 토지 경계, 도로 접면, 건축 가능성이 애매한 물건
전자입찰은 장소의 장벽을 낮춰줍니다. 서울에 앉아서 지방 물건에 입찰할 수도 있고, 직장인이 점심시간에 공매 결과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조사까지 온라인으로 끝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는 지방 물건이면 최소한 근처 중개업소 두세 곳에는 전화를 돌리고, 가능하면 현장에 사람을 보내거나 직접 갑니다. 지도와 로드뷰는 시작점이지 판단의 끝이 아닙니다.
전자입찰을 잘 쓰면 분명 기회가 넓어집니다. 다만 화면이 편해질수록 원칙은 더 딱딱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공고문 먼저, 권리분석 따로, 현장 확인 별도, 보증금은 여유 있게, 입찰가는 숫자로만. 제가 10년 넘게 입찰장을 다니며 배운 건 대단한 비법이 아닙니다. 돈을 버는 입찰보다 돈을 잃지 않는 입찰이 오래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