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경매사이트만 믿고 입찰표 쓰기 전, 제가 꼭 하는 7분 확인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초보 투자자 한 분이 무료경매사이트에서 뽑아온 물건표만 들고 계속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힐끗 보니 감정가 2억 1천만 원짜리 빌라가 한 번 유찰돼 최저가 1억 4,700만 원까지 내려온 물건이었죠. 숫자만 보면 싸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은 화면에 보이는 최저가보다 화면에 안 보이는 돈이 더 무섭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무료경매사이트를 많이 썼습니다. 돈 아끼려고 쓴 게 아니라, 공식 원문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료 사이트가 편한 건 맞지만, 입찰 직전에는 결국 법원 원문, 공매 공고문, 등기, 실거래가로 다시 돌아갑니다. 경매는 예쁜 화면 보고 사는 쇼핑이 아닙니다. 한 줄 놓치면 몇 천만 원이 새는 게임입니다.
무료경매사이트는 출발점이지 판단자가 아닙니다
무료경매사이트라고 하면 보통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대법원 법원경매정보처럼 법원 경매 원문을 보여주는 공식 서비스입니다. 다른 하나는 온비드처럼 공공기관 공매 물건을 전자입찰로 진행하는 공식 서비스입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 한국부동산원 시세 자료, 지도 서비스, 인터넷등기소까지 붙여서 봐야 현장 감각이 생깁니다.
문제는 무료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쉽게 믿는다는 겁니다. 무료라서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원문은 무료 쪽에 있습니다. 다만 무료경매사이트는 물건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힌 인수 권리, 현황조사서에 적힌 점유관계, 감정평가서의 평가 시점, 공매 공고문의 특약 조건은 투자자가 직접 읽어야 합니다.
특히 민간에서 운영하는 무료경매사이트나 앱은 보기 편하게 가공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도에서 물건을 찾거나 유찰 횟수를 빠르게 보는 데는 쓸 만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판단은 반드시 공식 자료로 되돌려야 합니다. 저는 사건번호와 물건번호가 하나라도 다르면 그날 검토를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같은 사건 안에 물건번호가 여러 개 있으면 입찰표 한 칸 실수로 전혀 다른 부동산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켜놓는 무료 화면들
법원경매정보
법원경매정보에서는 경매기일, 법원, 소재지 기준으로 물건을 찾고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확인합니다. 초보자라면 물건 사진보다 이 세 문서를 먼저 봐야 합니다. 사진은 낡은 싱크대와 베란다 곰팡이를 보여주지만, 명세서는 누가 돈을 가져가고 누가 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보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먼저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최선순위 설정일자와 배당요구 여부를 봅니다. 그다음 현황조사서에서 실제 점유자를 봅니다. 감정평가서에서 면적, 구조, 이용상태, 주변 거래 사례를 봅니다. 감정가가 높게 잡힌 물건은 유찰돼도 비싼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평가 시점이 1년 이상 지난 물건이면 요즘 거래 흐름과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온비드
공매는 법원 경매와 분위기가 다릅니다. 온비드 물건은 공공기관, 금융기관, 캠코 관련 물건 등 성격이 섞여 있습니다. 전자입찰이라 편해 보이지만, 공고문 조건이 더 중요합니다. 매각 제외 물건, 인허가 책임, 점유 이전, 계약 기한, 잔금 납부 기한이 공고마다 다릅니다.
공매에서 제가 특히 조심하는 건 토지와 특수물건입니다. 도로가 안 붙은 땅, 지분만 나온 땅,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한 땅, 현황과 공부가 다른 땅은 초보자가 가격만 보고 들어가면 고생합니다. 최저가 8천만 원짜리 토지를 6천만 원대에 잡았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진입로 협의가 안 돼 몇 년 묶이는 경우도 봤습니다. 싸게 산 게 아니라 묶인 겁니다.
실거래가와 시세 보조자료
무료경매사이트에서 물건을 찾았다면 그다음은 시세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자료로 최근 6개월에서 1년 거래를 봅니다. 같은 동네라도 대로변 안쪽, 역과의 거리, 초등학교 배정, 층수, 향, 엘리베이터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빌라는 같은 번지 안에서도 앞동과 뒷동 가격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최저가 1억 4,700만 원짜리 빌라가 있습니다. 주변 실거래가가 1억 5,500만 원에서 1억 6,200만 원이면 싸 보이죠. 그런데 체납관리비 250만 원, 수리비 700만 원, 명도비 300만 원, 취득세와 법무비 400만 원, 대출 이자 200만 원을 넣으면 이미 1억 6천만 원을 넘어갑니다. 낙찰가만 싸면 된다는 생각이 여기서 깨집니다.
무료 자료로 권리분석할 때 보는 순서
초보자에게 제가 권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물건을 고르지 말고 지역을 고릅니다. 내가 아는 동네, 출퇴근 동선에서 30분 안에 갈 수 있는 동네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현장을 못 가는 물건은 숫자만 보고 상상하게 됩니다. 경매에서 상상은 대체로 비쌉니다.
- 사건번호와 물건번호를 정확히 맞춘다.
-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인수되는 권리와 점유자를 먼저 본다.
- 등기부 갑구와 을구에서 말소기준권리 전후를 나눈다.
- 현황조사서의 점유 내용과 현장 상태를 비교한다.
- 최근 실거래가와 현재 매물 호가를 따로 본다.
-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수리비, 이자, 관리비를 낙찰가에 더한다.
- 대출 가능액을 은행이나 경락잔금대출 담당자에게 입찰 전에 확인한다.
여기서 등기부는 무료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몇백 원 아끼려고 등기 확인을 건너뛰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저는 입찰 전날 한 번, 입찰 당일 아침 한 번 더 봅니다. 경매 사건은 취하, 변경, 정지, 납부, 권리 변동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료경매사이트 화면만 어제 캡처해두고 오늘 입찰하면 위험합니다.
공짜 화면만 보고 들어가면 다치는 지점
무료경매사이트의 가장 큰 함정은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흩어져 있다는 겁니다. 초보자는 최저가, 감정가, 유찰 횟수만 크게 봅니다. 그런데 돈이 새는 곳은 보통 작은 글씨에 있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 배당요구하지 않은 점유자,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가능성, 공유자 우선매수, 농지취득자격증명, 재매각 보증금 같은 것들입니다.
법원 경매는 보증금도 사건마다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최저매각가격의 10%를 생각하지만, 재매각 사건은 보증금 비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저가 3억 2천만 원 물건이면 10%만 해도 3,200만 원입니다. 보증금 봉투 하나 잘못 넣거나 입찰가 한 자리를 잘못 쓰면 그날 하루가 아니라 계좌가 흔들립니다.
공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비드는 온라인이라 편하지만 입찰서 제출, 보증금 납부, 서류 제출 기한을 놓치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유찰되면 보증금이 등록한 환불계좌로 돌아오지만, 그 돈이 입찰 기간 동안 묶인다는 점도 봐야 합니다. 여러 물건에 동시에 넣는 사람은 보증금 회전이 막혀 다음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처음이라면 무료경매사이트를 이렇게 쓰는 게 낫습니다
처음부터 낙찰을 목표로 잡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한 달 동안은 무료경매사이트에서 관심 지역 물건 20개를 고르고, 실제 매각 결과를 따라가 보십시오. 내가 예상한 낙찰가와 실제 낙찰가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적어보면 시장의 온도가 보입니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입찰장에 가면 분위기에 휩쓸립니다.
저는 초보자에게 첫 입찰 기준을 낮게 잡으라고 말합니다. 권리 깨끗한 아파트나 소형 오피스텔부터 보라는 뜻이지, 무조건 쉽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래도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지분, 토지 별도등기, 농지, 무허가 건축물보다 배울 때의 비용이 작습니다. 첫 물건은 돈을 크게 버는 물건보다 실수해도 회복 가능한 물건이어야 합니다.
무료경매사이트는 충분히 좋은 도구입니다. 다만 도구를 들었다고 현장 경험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화면에서 싸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바로 입찰가를 쓰지 말고, 왜 싸졌는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경매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들은 싼 물건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싼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물건만 좋아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습관 하나로 큰 사고를 여러 번 피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