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락대출 이자 직접 계산해봤더니, 낙찰가보다 무서운 숫자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 앞 은행 상담 부스에서 초보 투자자 한 분이 금리를 듣고 얼굴이 굳는 걸 봤습니다. 낙찰가만 맞추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경락대출 이자가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나온다는 말에 그제야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더군요.
낙찰가보다 먼저 봐야 하는 이자
경락대출은 보통 경락잔금대출이라고 부릅니다.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이 법원에 잔금을 내기 위해 받는 대출입니다. 일반 매매처럼 계약일과 잔금일을 넉넉히 조율하기 어렵고, 법원이 정한 대금지급기한 안에 돈을 맞춰야 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되는 민사집행규칙 기준으로도 대금지급기한은 매각허가결정 확정일부터 1개월 안의 날로 정해집니다.
문제는 이 짧은 시간입니다. 은행 심사, 감정, 권리관계 확인, 서류 보완이 밀리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급하면 금리 협상력이 떨어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본 초보 실수 중 하나가 낙찰받고 나서 은행을 찾는 겁니다. 그때는 이미 선택지가 줄어든 상태입니다.
월 이자 20만 원 차이가 수익을 갉아먹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3억 2,000만 원에 아파트를 낙찰받고, 대출을 2억 2,000만 원 받는다고 치겠습니다. 금리가 연 5.5%면 월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약 100만 원입니다. 연 6.5%면 약 119만 원입니다. 1%포인트 차이인데 한 달에 18만 원 넘게 벌어집니다.
이걸 1년으로 보면 220만 원 안팎입니다. 그런데 경매 물건은 바로 세입자를 들이거나 바로 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도 3개월, 수리 1개월, 매도 대기 2개월만 잡아도 6개월입니다. 그 사이 이자만 600만 원 가까이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취득세, 법무사 비용, 관리비 체납, 명도 합의금, 수리비까지 붙으면 낙찰 당시 보였던 수익률이 생각보다 빨리 얇아집니다.
은행이 보는 건 내 기대수익이 아닙니다
은행은 투자자가 이 물건으로 얼마를 벌지 별로 관심 없습니다. 담보가치, 낙찰가, 감정가, 주변 실거래, 선순위 권리, 임차인 구조, 차주의 소득과 신용, 기존 대출을 봅니다. 같은 낙찰가라도 아파트와 빌라, 상가, 토지는 조건이 달라집니다. 같은 아파트라도 지역, 층, 전용면적, 실거래 빈도에 따라 한도와 금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한눈에나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흐름을 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경락대출 이자는 공시 화면의 최저금리와 그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에서는 물건 성격과 차주 조건이 섞여서 최종 금리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 전 최소 두 곳, 가능하면 세 곳에 가심사를 넣어봅니다.
초보가 특히 많이 놓치는 비용
- 대출 실행일부터 매도 또는 임대 완료일까지의 보유 이자
-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지, 있다면 몇 개월 보유 시 부담이 얼마인지
- 취득세와 등기비용을 대출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여부
- 명도 지연 시 추가로 버틸 현금
- 금리가 1%포인트 올라도 버틸 수 있는지
저는 입찰가를 쓸 때 예상 금리보다 1%포인트 높여서 계산합니다. 실제 금리가 낮게 나오면 그건 보너스입니다. 반대로 딱 맞춰 계산했다가 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계획이 흔들립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잔금 이후에는 현금흐름을 버티는 게임으로 바뀝니다.
제가 입찰 전에 적어두는 숫자
입찰표 쓰기 전에는 낙찰가, 대출 예상액, 자기자금, 월 이자, 6개월 총이자, 취득세, 수리비, 명도비, 보수적 매도가를 한 줄에 놓고 봅니다. 머릿속 계산은 믿지 않습니다. 현장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한 번 손을 들면 보증금이 걸립니다.
특히 경락대출 이자는 싸게 낙찰받았다는 기분을 가장 빨리 식히는 숫자입니다. 낙찰가 2,000만 원 낮춘 것보다 보유기간 4개월 늘어난 게 더 아플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익률이 조금 낮아 보여도 대출이 단순하고 명도가 예상 가능한 물건을 더 좋아합니다. 오래 버텨야 겨우 남는 물건은 초보에게 너무 거칠다고 봅니다.
경매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대단한 물건을 맞힌 사람보다, 안 들어갈 물건을 참아낸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락대출 이자를 차갑게 계산해도 남는 물건이면 그때는 꽤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