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컨설팅 맡겼다가 현장에서 다시 계산해본 이야기

얼마 전 상담 온 분이 들고 온 물건
얼마 전 사무실에 40대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이미 부동산컨설팅 업체에서 추천받은 경매 아파트 자료를 들고 왔더군요. 감정가 4억 2천만 원, 최저가 3억 3천만 원, 예상 낙찰가 3억 6천만 원. 업체 설명은 깔끔했습니다. 시세는 4억 5천만 원이고, 잔금대출도 가능하고, 명도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요.
그런데 현장에 같이 가보니 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같은 단지 실거래는 4억 5천만 원이 찍혀 있었지만, 그건 남향 고층 수리된 집이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물건은 저층, 북동향, 내부 사진도 없는 점유 중 물건이었고요. 부동산 두 곳을 돌았더니 실제 매도 가능 가격은 4억 초반도 버거워 보였습니다. 여기서 이미 수익 계산이 흔들립니다.
부동산컨설팅이라는 말이 참 넓습니다. 좋은 컨설팅은 투자자가 놓친 비용과 위험을 먼저 짚어줍니다. 반대로 위험한 컨설팅은 낙찰만 시키는 쪽으로 이야기를 몰고 갑니다. 저는 후자를 현장에서 너무 많이 봤습니다. 낙찰받고 웃는 건 하루지만, 잔금과 명도와 하자 처리 앞에서는 몇 달을 버텨야 합니다.
부동산컨설팅이 정말 필요한 순간
초보가 모든 걸 혼자 하기는 어렵습니다. 권리분석, 현장조사, 시세조사, 대출 가능성, 세금, 명도 비용까지 한꺼번에 봐야 하니까요. 특히 법원 경매나 공매는 일반 매매처럼 중개사가 안전장치를 다 깔아주는 구조가 아닙니다. 입찰가를 써서 내는 순간, 상당 부분은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부동산컨설팅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초기에 선배 투자자에게 돈 주고 물건 검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배운 게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에서 선순위 권리가 왜 무서운지, 임차인의 대항력과 확정일자가 어떻게 낙찰자 부담으로 이어지는지, 관리비 체납을 왜 가볍게 보면 안 되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문제는 컨설팅의 목적입니다. 투자자를 교육하고 보호하려는 컨설팅인지, 수수료를 받기 위해 입찰을 밀어붙이는 컨설팅인지 봐야 합니다. 특히 다음 말이 자주 나오면 저는 한 번 멈춥니다.
- 이 물건은 무조건 됩니다
- 권리상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 명도는 저희가 알아서 해드립니다
- 대출은 대부분 나옵니다
-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놓칩니다
현장에서는 ‘거의’라는 말이 제일 비쌉니다. 거의 문제없던 선순위 임차인이 실제로는 배당을 못 받아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명도가 쉽다던 집이 점유자와 감정싸움으로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가 책임지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계약서에 없으면, 나중에는 전화 통화 녹취만 붙잡고 싸우게 됩니다.
좋은 부동산컨설팅은 숫자를 불편하게 보여준다
제가 괜찮다고 보는 부동산컨설팅은 수익률을 예쁘게 꾸미지 않습니다. 오히려 숫자를 좀 불편하게 보여줍니다. 낙찰가 3억 6천만 원이면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이사비, 체납관리비, 수리비, 중개수수료, 대출이자까지 붙여서 총투입금이 얼마인지 먼저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시세 4억 2천만 원짜리를 3억 6천만 원에 받았다고 해봅시다. 겉으로는 6천만 원 차익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취득 관련 비용 700만 원, 수리비 1천500만 원, 명도비와 이사비 500만 원, 보유 중 이자 400만 원, 매도 중개비와 기타 비용 300만 원을 넣으면 벌써 3천400만 원이 빠집니다. 매도까지 6개월 걸리고 가격이 4억 1천만 원으로 내려가면 기대수익은 훨씬 얇아집니다.
좋은 컨설턴트는 여기서 낙찰가를 낮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뢰인이 물건에 꽂혀 있어도 “이 가격이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해야 하고요. 사실 이 말이 제일 어렵습니다. 고객은 답을 듣고 싶어 하지, 포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현장 오래 뛴 사람일수록 포기시키는 상담을 많이 합니다. 돈 버는 물건보다 돈 잃지 않는 물건을 먼저 보는 습관이 몸에 배기 때문입니다.
계약서에서 꼭 봐야 하는 부분
부동산컨설팅 계약서를 볼 때는 말보다 문구를 봐야 합니다. 상담할 때는 다 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계약서에는 ‘정보 제공’이라고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 제공은 책임 범위가 아주 좁습니다. 낙찰 후 문제가 생겨도 “판단은 의뢰인이 했다”고 빠져나가기 쉽습니다.
제가 확인하는 부분은 몇 가지입니다. 첫째, 컨설팅 수수료가 언제 발생하는지입니다. 입찰 전 상담만으로 발생하는지, 낙찰 시 발생하는지, 잔금 납부 후 발생하는지 봐야 합니다. 둘째, 권리분석 오류에 대한 책임이 있는지입니다. 셋째, 명도 지원이 실제 동행인지, 전화 조언인지, 별도 비용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대출 안내가 단순 소개인지 실행 가능성 검토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수수료 구조가 낙찰가와 연동되어 있으면 조심해야 합니다. 낙찰가가 높을수록 수수료가 커지는 구조라면, 컨설턴트와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투자자는 싸게 받아야 좋은데, 상대는 낙찰 자체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현장조사 없는 컨설팅은 반쪽짜리다
컴퓨터 앞에서 보는 자료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등기부등본,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는 꼭 봐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입찰가를 정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초보에게 늘 현장에 직접 가보라고 말합니다. 단지 분위기, 주차장, 엘리베이터 상태, 주변 공실, 학군 선호도, 언덕 여부, 소음은 서류에 잘 안 나옵니다.
한 번은 컨설팅 업체가 추천한 빌라 물건을 같이 본 적이 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역세권이고 전용면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골목이 좁고, 1층 필로티 기둥 주변에 누수 흔적이 있었고, 인근 중개업소는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낙찰가를 1억 8천만 원까지 보던 물건이었는데, 현장 보고 저는 1억 5천만 원 이상은 의미 없다고 봤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1억 7천만 원대에 낙찰받았고, 몇 달 뒤 매물로 다시 나왔습니다. 매도 호가는 높았지만 거래는 붙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컨설팅을 받더라도 현장조사는 본인이 같이 뛰어야 합니다. 적어도 주변 중개업소 세 군데는 들러야 하고, 같은 단지나 같은 골목의 실제 매도 호가와 최근 거래 분위기를 물어봐야 합니다. 점유자가 있는 물건이면 우편함, 전기계량기, 관리사무소 분위기까지 봅니다. 물론 선을 넘는 행동은 안 됩니다. 다만 현장에 가면 서류가 말하지 않는 위험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렇게 맡깁니다
제가 처음으로 돌아가 부동산컨설팅을 맡긴다면, 처음부터 낙찰 대행을 맡기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물건 3개 정도를 골라 권리분석 검토만 받아봅니다. 그리고 업체가 어떤 식으로 설명하는지 봅니다. 어려운 말을 많이 쓰는 사람보다, 위험을 쉬운 말로 풀어주는 사람이 낫습니다. 초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분석은 실전에서 힘을 못 씁니다.
두 번째로는 입찰가 산정 근거를 요구합니다. “이 정도면 됩니다”가 아니라, 왜 이 가격인지 숫자로 받아야 합니다. 예상 매도가, 보수적 매도가, 총비용, 보유기간, 대출이자, 세금까지 놓고 낙찰 상한선을 잡아야 합니다. 상한선이 정해지면 법정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요. 입찰장에서 남들이 높게 쓴다고 따라 쓰면, 그 순간 투자가 아니라 경쟁이 됩니다.
세 번째로는 컨설턴트가 말리는 경험이 있는지 봅니다. 저는 이걸 꽤 중요하게 봅니다. 좋은 전문가라면 돈 되는 물건보다 안 되는 물건을 더 많이 걸러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경매 투자는 화려한 낙찰 사례보다 피한 물건의 숫자가 실력을 말해줍니다.
부동산컨설팅은 지름길이 될 수도 있고, 비싼 수업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내 돈이 들어가는 순간 책임은 내 계좌에 찍힙니다. 컨설턴트를 쓰더라도 숫자는 직접 다시 계산하고, 현장은 직접 밟고, 계약서는 직접 읽어야 합니다. 저는 그 불편한 과정을 거친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고 봅니다. 경매장은 친절한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차분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