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매매 물건을 직접 검토해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지방 관광지 쪽 호텔매매 물건을 하나 검토했습니다. 매도자는 객실 42개, 대지 320평, 연 매출 9억이라고 했고, 사진만 보면 꽤 그럴듯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 가서 제일 먼저 본 건 로비 인테리어도 아니고 객실 컨디션도 아니었습니다. 주차장 진입로, 엘리베이터 검사일, 그리고 실제 객실 가동률이었습니다.
호텔은 아파트처럼 단순히 시세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건물 가격, 땅값, 영업권, 시설비, 인허가, 직원 운영비가 한 덩어리로 붙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부동산 매매 같지만, 실제로는 작은 사업체를 통째로 인수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초보 투자자가 호텔매매 광고 문구만 보고 접근하면 생각보다 빨리 발목이 잡힙니다.
호텔매매, 매출표만 믿으면 위험합니다
호텔 매물 설명서에 가장 크게 적히는 숫자가 보통 월 매출입니다. 월 7천만 원, 연 매출 8억, 객실 가동률 70% 같은 문구가 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숫자를 보면 바로 묻습니다. 그 매출이 카드 매출인지, 현금 포함인지, 숙박 앱 수수료 차감 전인지, 장기 투숙 매출이 섞였는지 말입니다.
예전에 봤던 한 모텔급 호텔은 매도자가 월 매출 6천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가세 신고 내역과 카드 매출을 맞춰보니 안정적으로 확인되는 금액은 월 3천800만 원 정도였습니다. 나머지는 현장 결제, 단체 손님, 비정기 행사 매출이라고 설명했는데, 매수자 입장에서는 그걸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로만 있는 매출은 대출 심사에서 힘이 약합니다.
호텔매매에서 중요한 건 매출보다 순영업이익입니다. 객실 청소 인건비, 세탁비, 전기료, 수도료, 난방비, 플랫폼 수수료, 소모품비, 시설 수리비를 빼고 남는 돈을 봐야 합니다. 특히 오래된 호텔은 냉난방 설비와 배관이 돈을 먹습니다. 겉으로는 월 1천만 원 남는 것 같아도, 1년에 한 번 보일러나 승강기 쪽에서 3천만 원이 나가면 계산이 확 달라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먼저 보는 것들
저는 호텔매매 물건을 보러 가면 객실 사진보다 주변 동선을 먼저 봅니다. 손님이 차로 들어오기 편한지, 밤에 간판이 잘 보이는지, 주차 대수가 객실 수와 맞는지, 주변에 경쟁 숙박업소가 몇 개 있는지 봅니다. 숙박업은 위치가 반입니다. 그런데 그 위치라는 게 단순히 역세권만 뜻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수요가 있는 곳은 평일 가동률이 중요합니다. 공단, 관공서, 병원, 터미널 주변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숫자가 나옵니다. 반대로 관광지 호텔은 주말과 성수기에 매출이 몰립니다. 이 경우 비수기 현금흐름을 버틸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7월과 8월만 보고 샀다가 11월부터 2월까지 손님이 말라버리면 대출 이자 내는 것도 부담됩니다.
- 객실 수 대비 실제 주차 가능 대수
- 엘리베이터, 소방, 전기 안전 점검 이력
- 최근 3년 매출과 비용 자료
- 숙박업 영업신고와 건축물 용도 일치 여부
- 주변 경쟁 숙소의 평일·주말 객실 단가
- 리모델링이 필요한 객실 비율
특히 건축물대장은 꼭 봐야 합니다. 숙박시설로 쓰고 있는데 일부가 위반건축물로 잡혀 있거나, 근린생활시설을 객실처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건 매매 뒤에 문제가 터지면 매수자가 떠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도자가 “다들 이렇게 합니다”라고 말해도, 과태료와 원상복구는 매수자 통장에서 나갑니다.
경매로 나온 호텔은 더 차갑게 봐야 합니다
호텔매매 중에서도 경매로 나온 물건은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감정가 대비 2회 유찰, 3회 유찰되면 숫자만 놓고는 싸 보입니다. 그런데 호텔 경매는 아파트 경매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점유자, 임차인, 유치권 주장, 시설 소유권, 영업권 문제가 한꺼번에 붙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한 물건 중에는 감정가 48억짜리 관광호텔이 31억까지 내려온 사례가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17억 싸게 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객실 일부는 장기 투숙자가 쓰고 있었고, 지하 식당은 별도 임차인이 운영 중이었습니다. 여기에 인테리어 공사업체가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서류만 보고 들어갔으면 낙찰받고도 영업 재개까지 몇 달을 날릴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경매 호텔은 낙찰가만 계산하면 안 됩니다. 명도 비용, 공실 기간, 시설 점검비, 리모델링비, 영업 재개 전까지의 이자 비용을 같이 넣어야 합니다. 30억에 낙찰받았는데 실제 정상 운영까지 4억이 더 들어가면, 체감 매입가는 34억입니다. 여기에 취득세와 중개 관련 비용, 법무비까지 붙습니다. 싸게 산 것 같아도 손익분기점은 생각보다 멀어집니다.
초보가 특히 피해야 할 호텔매매 유형
솔직히 말하면, 첫 투자로 호텔을 사겠다는 분에게 저는 대체로 말립니다. 자금이 넉넉하고 운영 경험이 있으면 다르지만, 단순히 월세 수익형 부동산처럼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호텔은 임차인 하나 넣어두고 끝나는 물건이 아닙니다. 영업이 흔들리면 건물 가치도 같이 흔들립니다.
초보라면 특히 몇 가지 유형은 조심해야 합니다. 첫째, 매도자가 매출 자료 공개를 꺼리는 물건입니다. “와서 보면 압니다”라는 말은 현장에서는 경고 신호에 가깝습니다. 둘째, 리모델링 직후라고 강조하지만 공사 내역서가 없는 물건입니다. 셋째, 주변 상권이 죽었는데 단체 관광 회복만 기대하는 물건입니다. 넷째, 객실 수는 많은데 주차가 부족한 물건입니다.
호텔매매 광고에서 수익률 12%, 15% 같은 숫자가 보일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그 수익률이 매출 기준인지, 순이익 기준인지, 대출 이자 차감 전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실제로 안정적인 호텔 물건은 매도자가 급하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숫자가 맞으면 자료가 먼저 나옵니다. 부가세 신고, 카드 매출, 전기 사용량, 예약 플랫폼 정산 내역을 보여주면 말이 길어질 필요가 없습니다.
가격 협상은 건물보다 비용에서 갈립니다
호텔매매 협상에서 초보는 보통 평당가를 따집니다. 물론 토지 가격과 건물 가격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실제 협상은 앞으로 들어갈 비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잡느냐에서 갈립니다. 객실 40개 중 15개가 낡았다면 단순 도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욕실 방수, 에어컨, 침대, TV, 도어락, 소방 감지기까지 손대면 객실당 300만 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매수 검토 때 최소 세 가지 숫자를 만듭니다. 첫째, 현재 상태 그대로 운영할 때의 순이익. 둘째, 필수 보수만 했을 때의 순이익. 셋째, 경쟁 숙소 수준으로 리모델링했을 때의 총투입금과 회수 기간입니다. 이 세 숫자를 놓고 보면 매도자가 부르는 가격이 현실적인지 보입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35억, 자기자본 12억, 대출 23억이라고 치겠습니다. 연 이자율을 5%로 잡으면 이자만 연 1억1천5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958만 원입니다. 여기에 인건비와 관리비, 세금, 시설 유지비를 넣고도 충분히 남아야 합니다. 월 순이익이 1천500만 원이라고 광고된 물건이 실제로는 이자 내고 300만 원 남는 구조라면, 그건 투자라기보다 운영 노동에 가깝습니다.
호텔은 잘 사면 현금흐름이 큽니다. 하지만 잘못 사면 건물 하나가 아니라 영업장 전체가 무거운 짐이 됩니다. 저는 호텔매매를 볼 때 화려한 로비보다 비상계단 냄새, 기계실 소리, 주차장 바닥, 장부의 빈칸을 더 믿습니다. 초보라면 좋은 물건을 찾는 것보다, 나쁜 물건을 걸러내는 눈을 먼저 가져야 오래 버팁니다. 경매든 일반매매든 숫자가 예쁘게 보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는 사람이 결국 돈을 지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