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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서 한 장에 입찰가를 지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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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서 한 장에 입찰가를 지운 날

법원 입찰 전날, 임대차계약서 한 장 때문에 써 둔 입찰가를 지운 적이 있다. 매각물건명세서에는 임차인 보증금이 1억 8천만 원으로 적혀 있었는데, 계약서 사본에는 증액한 흔적이 보였다. 처음 계약한 날짜만 보고 계산했다면 낙찰 뒤 돈이 더 들어갈 수 있는 물건이었다. 경매에서는 이런 차이가 수익률 몇 퍼센트가 아니라 투자 자체를 흔든다.

초보 때는 등기부의 근저당권 날짜부터 찾기 쉽다. 저도 그랬다. 그런데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면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주소, 보증금, 계약 당사자와 실제 점유 내역을 함께 봐야 한다. 계약서 한 장으로 권리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서류와 맞춰 볼 출발점은 된다.

계약서에서 먼저 보는 것은 주소와 돈의 흐름이다

첫 장의 임대인 이름이 등기부 소유자와 같은지 본다. 다르다면 대리 계약인지, 계약 당시 소유자가 달랐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목적물 주소도 건축물대장과 대조한다. 다세대주택은 동·호수 한 글자가 중요한데, 계약서의 301호와 실제 점유한 공간의 표시가 어긋나면 전입신고의 효력까지 따져야 할 수 있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구조와 주소 표시 방식이 달라서 다세대와 같은 감각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다음은 보증금이다. 최초 보증금이 1억 2천만 원인데 갱신계약서에 1억 8천만 원이라고 적혀 있다면, 늘어난 6천만 원을 처음부터 같은 순위의 돈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언제 증액했고, 그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언제 받았는지 따로 확인한다. 특약의 ‘보증금 증액분 지급’ 문구만으로 실제 지급 여부가 확인되는 것도 아니다. 가능하면 계약서 사본, 확정일자 내역, 임차인의 권리신고 내용과 현황조사보고서를 나란히 놓는다.

월세 물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80만 원인 계약과 보증금 1억 원인 전세 계약은 배당을 가늠할 때 출발점부터 다르다. 계약서에 적힌 금액과 법원에 신고된 금액이 다르면 ‘둘 중 하나가 오타겠지’ 하고 입찰가를 쓰지 않는다. 그 차이가 실제 채권액인지, 갱신 과정에서 바뀐 금액인지 확인할 때까지 계산을 멈춘다.

전입일과 확정일자는 하는 일이 다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은 집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치면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대항력이다. 확정일자는 여기에 더해 경매·공매 대금에서 후순위 권리자보다 보증금을 먼저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판단할 때 필요하다. 확정일자 도장 하나만 찍혀 있다고 대항력이 생기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3월 4일 집을 넘겨받아 전입신고를 마쳤고,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3월 10일에 됐다고 하자. 다른 문제가 없다면 임차인은 3월 5일부터 대항력을 갖춘 셈이다. 반대로 근저당권이 3월 4일에 먼저 설정되고 임차인이 그날 전입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날짜가 같아 보여도 등기와 대항력 발생 시점을 구분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일이나 잔금 송금일을 전입일 대신 넣어 계산하는 실수가 여기서 나온다.

제가 현장에서 특히 조심하는 건 ‘계약일이 빠르니 선순위’라는 말이다. 계약을 먼저 했어도 실제 입주와 전입이 늦을 수 있다. 또 최초 계약의 대항력과 나중에 늘린 보증금의 우선변제 순위는 별도로 봐야 한다. 서류에 날짜가 여러 개 나오면 계약일, 인도일, 전입일, 확정일자, 근저당권 설정일을 한 줄에 적어 놓고 비교한다.

배당받을 돈과 낙찰자가 안을 돈은 따로 계산한다

숫자를 놓고 보면 위험이 선명하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이 1억 8천만 원이고, 경매 배당으로 받을 금액을 1억 3천만 원으로 예상한다고 치자. 차액은 5천만 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보증금이 전액 변제되지 않은 대항력 있는 임차권은 경매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이런 물건이라면 낙찰대금만 자금 계획에 넣어서는 안 된다. 미회수 보증금의 인수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

다만 입찰 전에 적어 보는 배당액은 어디까지나 추정치다. 집행비용, 다른 채권의 순위와 금액, 조세 관계에 따라 실제 배당액이 달라질 수 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했는지와 그 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배당요구가 보인다고 보증금 전액을 받는다는 뜻은 아니고, 배당요구가 없다고 곧바로 임차인이 떠난다는 뜻도 아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관련 법 조문을 읽고, 해당 사건의 매각물건명세서와 권리신고·배당요구 내역을 함께 확인하는 이유다.

명도 비용도 별도 항목이다. 보증금을 다 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빈집을 넘겨받는 일정은 낙찰자의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출 이자, 관리비 확인, 이사 협의에 드는 시간까지 자금 계획에 넣어야 한다. 앞의 차액 5천만 원을 놓치면 ‘싸게 낙찰받았다’던 계산은 잔금 납부 뒤 곧바로 뒤집힌다.

서류가 서로 다르면 입찰가를 먼저 낮추지 않는다

계약서에는 보증금 1억 8천만 원, 매각물건명세서에는 1억 2천만 원, 현황조사보고서에는 임차인 진술만 적힌 물건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제가 하는 일은 셋 중 가장 작은 숫자를 골라 수익률을 높이는 게 아니다. 갱신계약서가 있는지, 증액 시점이 언제인지, 임차인이 실제로 어느 공간을 점유하는지 확인할 자료가 더 있는지 살핀다. 법원 기록도 입찰일 가까이에 다시 본다. 기록이 보완되거나 매각 조건이 바뀔 수 있어서다.

그래도 빈칸이 남으면 가능한 인수액을 넉넉하게 잡아 입찰가를 다시 계산한다. 그 가격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거나, 보증금 규모 자체를 확인할 수 없다면 응찰하지 않는다. 경매장에서는 한 장만 더 확인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손실이 꽤 크다. 저는 임대차계약서를 볼 때마다 좋은 낙찰가를 찾기 전에, 낙찰 뒤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해야 할지부터 적는다.

임대차계약서 한 장에 입찰가를 지운 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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