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매 싸다고 달려갔다가 길에서 막힌 날

몇 년 전, 시세보다 한참 싸게 나온 땅을 보러 갔다. 지도에는 길이 붙어 있었고 차도 실제로 들어갔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지적도를 펴 보니 그 길의 일부가 남의 땅이었다. 토지매매에서 내가 먼저 확인하는 건 평당 가격이 아니라, 그 땅에 들어가서 원하는 용도로 쓸 수 있느냐다.
차가 다닌다고 내 진입로가 되는 건 아니다
현장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도 지적도상 도로가 아닐 수 있다. 이웃이 오랫동안 통행을 허락했을 뿐인 길도 있다. 소유자가 바뀌거나 개발을 시작할 때 통행료와 사용 승낙 문제로 부딪히면, 싸게 산 차액은 금세 사라진다.
나는 토지대장과 지적도를 먼저 맞춰 보고, 길을 이루는 필지의 소유자를 등기사항증명서로 확인한다. 그다음 실제 차량 진입 폭, 배수로, 경사, 경계석을 현장에서 본다. 길이 붙어 있다는 말만 듣고 건축을 전제로 가격을 쓰지 않는다. 건축법상 도로 요건과 해당 건축 계획의 가능 여부는 관할 지자체 건축 담당 부서에 필지번호를 들고 확인한다.
가령 200평 땅을 1억 원에 사서 주변보다 3천만 원 싸게 샀다고 치자. 진입로 확보에 이웃 땅 매입비 2천만 원, 측량과 공사비 1천만 원이 든다면 할인은 사라진다. 이웃이 매도를 거절하면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 계획 자체가 막힌다. 이런 물건은 예상 비용을 조금 얹는 식으로 계산할 수 없다.
땅 이름보다 실제로 허용되는 일을 본다
토지매매 광고에 적힌 ‘전원주택 자리’나 ‘창고 부지’는 매도인의 희망일 때가 많다.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는 용도지역과 각종 제한이 표시된다. 정부24에서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표시를 읽는 것과 허가를 받는 것은 별개다. 개발행위허가, 농지전용, 산지전용, 건축허가가 필요한지까지 해당 지자체에 물어야 한다.
특히 지목이 전이나 답인 땅을 볼 때는 현재 밭처럼 보이는지만 확인하고 끝내면 위험하다. 농지를 취득할 자격이 되는지, 계획한 사용에 농지전용이 가능한지 각각 확인해야 한다. 경매로 농지를 사는 경우에도 매각물건명세서의 농지취득자격증명 관련 안내와 제출 기한을 놓치지 않는다. 물건별 법원 조건은 입찰 전에 확인해야 한다.
임야도 비슷하다. 나무가 적고 평평해 보여도 산지전용과 진입로 공사에 비용이 크게 들 수 있다. 현장에서 흙을 조금만 밀면 되겠다고 생각했던 땅이 배수와 옹벽 견적을 받고 전혀 다른 물건이 되는 걸 봤다. 토지이용계획, 현장 상태, 담당 부서의 답변을 한 장에 적어 놓으면 광고 문구에 끌려갈 일이 줄어든다.
경매 토지는 권리와 현황을 따로 확인한다
일반 매매에서는 매도인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계약 조건을 조율할 수 있다. 경매는 입찰자가 서류와 현장을 더 집요하게 봐야 한다. 나는 등기사항증명서로 소유권과 담보권, 가압류 등을 보고,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에서 인수할 권리나 점유 관계를 확인한다. 서류 한 장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토지 위에 남의 건물이 있거나 분묘가 보이면 걸음을 늦춘다. 건물의 소유 관계에 따라 법정지상권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분묘에는 별도의 권리가 다투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낙찰받으면 치우면 된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공유지분만 매각되는 물건 역시 전체 땅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처럼 값을 매기면 곤란하다.
현장에서는 경계가 도면과 다르게 쓰이는 일도 흔하다. 옆집 담장이나 비닐하우스가 넘어와 보이면 사진을 남기고 측량 필요성을 따진다. 점유자에게 묻는 말은 단서일 뿐이다. 권리의 내용과 실제 경계는 서류, 현장, 필요하면 전문가 검토까지 맞춰 봐야 한다.
매입가 옆에 빠진 돈을 써 넣는다
토지는 월세가 들어오는 주택과 현금 흐름이 다르다. 매입 후에도 취득 관련 세금, 등기 비용, 재산세, 측량비, 제초비, 진입로와 배수 공사비가 나갈 수 있다. 대출은 땅의 종류와 금융기관 평가에 따라 차이가 커서, 희망 대출액을 자기 자본처럼 계산하면 잔금 때 곤란해진다.
나는 입찰가나 매매가 옆에 세 칸을 더 만든다. 당장 내야 할 돈, 쓰기 위해 들어갈 돈, 팔 때 빠질 돈이다. 예를 들어 매입가 1억 원에 취득·등기 등 500만 원, 측량과 정비 700만 원, 보유비 300만 원을 가정하면 투입액은 벌써 1억 1,500만 원이다. 1억 3천만 원에 팔아도 차이 1,500만 원이 그대로 수익은 아니다. 중개보수와 양도 관련 세금을 더 봐야 한다. 이 숫자는 계산 방식을 보여 주는 가정일 뿐, 실제 세액은 토지의 종류와 보유·이용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국세청 안내처럼 비사업용 토지는 양도소득세 계산에서 별도로 취급된다. 나중에 팔 생각으로 사는 땅이라면 취득 전에 이용 계획과 예상 세금을 함께 점검하는 편이 낫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여부도 계약 전에 확인할 항목이다. 허가가 필요한 땅이라면 매수 목적과 절차를 먼저 따져야 한다.
땅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급해질 때가 있다. 값이 싸고 풍경이 좋으면 더 그렇다. 그럴수록 나는 처음 현장에서 길을 잘못 읽었던 날을 떠올린다. 토지매매에서는 싸게 사는 재주보다, 내가 쓸 수 없는 땅을 사지 않는 판단이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