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계로 경매 잔금 맞추려다 멈칫한 이유

경매 스터디에서 “낙찰계로 잔금 맞추면 되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부동산을 낙찰받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분이 말한 낙찰계는 돈을 모으는 계였다. 이름에 ‘낙찰’이 들어가니 법원 경매와 이어지는 제도처럼 들리지만, 둘은 별개다. 경매 잔금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이 차이가 꽤 중요하다.
낙찰계의 낙찰은 집이 아니라 계금을 받는 순서다
낙찰계는 계원들이 정해진 날 돈을 내고, 그 회차에 계금을 받을 사람을 입찰로 정하는 방식의 계다. 운영 방식은 계마다 다르지만, 당장 목돈이 필요한 사람이 받을 금액을 낮게 써내 낙찰받고, 차액은 약정에 따라 다른 계원에게 돌아가거나 이후 불입액에 반영된다. 법원에서 부동산을 사는 경매와는 입찰 대상부터 다르다.
숫자로 보면 감이 온다. 한 회차에 모이는 돈이 1,000만 원이고 누군가 900만 원을 받겠다고 써냈다고 하자. 그 사람이 계금 900만 원을 먼저 가져가고, 100만 원의 처리 방식은 계 약정에 따른다. 먼저 돈을 받았다고 이후 납입 의무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남은 회차에 얼마를 언제까지 낼지까지 봐야 실제 자금 비용이 나온다. 이 숫자는 구조를 설명하려고 든 예시일 뿐, 모든 낙찰계가 똑같이 굴러간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도 낙찰계가 나온다. 판례는 해당 사건의 운영 실태를 보고 계주가 자기 책임으로 계를 조직·운영한 관계로 판단했다. 계원들이 모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공동사업의 조합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툼이 생기면 ‘우리는 한 계였으니 같이 책임지겠지’라는 기대보다 계주와 각 계원 사이의 약정, 실제 돈의 흐름이 중요해진다.
잔금 날짜는 계금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경매 입찰에서는 자금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말이 제일 불안하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된 뒤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이 대금지급기한을 정한다. 민사집행규칙은 원칙적으로 그 기한을 확정일부터 1개월 안의 날로 정하도록 한다. 내가 계금을 받을 차례가 언제 올지, 그날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가령 낙찰가 2억 원인 물건에 입찰보증금 2,000만 원을 냈다고 해보자. 잔금 1억 8,000만 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낙찰계에서 5,000만 원을 받을 예정이라며 나머지 자금만 준비하면 빈틈이 생긴다. 계원이 불입을 늦추거나 계주가 지급을 미루면 법원의 지급기한은 그대로 간다. 대출도 감정가만 보고 확정할 수 없다. 금융기관의 심사 결과와 실행일을 확인해야 한다.
민사집행법상 매수인이 대금을 완전히 내지 못하면 재매각 절차가 진행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기존 매수인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지 못한다. 내가 입찰장에서 무서워하는 건 시세를 100만 원 잘못 읽는 일보다 잔금 계획에 확인되지 않은 5,000만 원을 넣는 일이다. 입찰보증금과 경매 잔금은 계금 지급 약속과 따로 계산해야 한다.
계가 깨졌을 때는 약속보다 기록이 남는다
낙찰계 이야기를 들으면 먼저 계주가 누구인지, 돈은 누구 계좌로 들어가는지, 계금을 받은 사람이 이후 얼마씩 내는지 묻는다. 설명이 그때그때 달라지면 계산 자체가 안 된다. 특히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 괜찮다’는 말은 지급 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친분이 깊어도 한 사람이 불입을 멈추면 그 회차의 돈이 모자랄 수 있다.
참여를 검토한다면 계원 수와 총회차, 회차별 불입액, 낙찰액 결정 방식, 차액 처리, 중도 탈퇴와 연체 시 책임을 문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송금 내역과 낙찰 결과도 남겨야 한다. 계주가 두 명이거나 계원 모집을 나눠 했다면 누구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도 흐려지기 쉽다. 대법원 판례에서 계가 깨진 뒤 돈을 주고받을 관계를 계주와 각 계원 사이의 개별 관계로 본 사례가 있는 만큼, 막연히 다른 계원이 대신 갚아줄 거라 기대하면 곤란하다.
경매 자금으로 쓸 생각이라면 한 가지 질문을 더 붙인다. ‘내가 필요한 날짜보다 늦게 받거나 끝내 못 받으면 잔금을 낼 수 있는가.’ 답이 아니오라면 그 돈은 입찰 가능한 자금에서 빼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낙찰계 자체의 손익을 따질 때도 받은 계금만 보지 말고 끝날 때까지 낼 불입금 총액을 적어야 한다. 일찍 목돈을 받는 대가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경매 물건의 수익 계산에도 자금 비용을 넣어야 한다
초보 때는 낙찰가와 예상 매도가의 차이가 수익처럼 보인다. 현장에 다녀보니 그 사이에 취득세, 등기 비용, 대출 이자, 체납 관리비 중 인수할 수 있는 부분, 수리비, 명도 비용, 보유 기간의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낙찰계의 불입 부담까지 더하면 싸게 샀다고 생각한 물건의 여유가 금방 사라진다. 세금도 보유 형태와 매각 시점에 따라 달라지니 예상 매도가만으로 손익을 확정하면 안 된다.
나는 입찰 전에 자금표를 날짜별로 쓴다. 보증금은 입찰일, 잔금은 법원이 정한 지급기한, 세금과 수리비는 그 뒤로 놓는다. 계금처럼 지급일이나 지급 가능성이 불확실한 돈은 별도 칸에 적는다. 그렇게 해도 계산이 맞는 물건만 입찰장에 가져간다. 경매에서는 좋은 물건을 놓치는 것보다,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을 낙찰받는 일이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