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전세 보러 갔다가 계약금을 멈춘 이유

얼마 전 투룸전세를 보러 간 지인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방 두 개에 역까지 걸어서 7분, 보증금도 주변 매물보다 2천만 원 낮았습니다. 사진만 보면 바로 계약하고 싶을 만했죠. 그런데 제가 처음 물은 건 채광도 수납장 크기도 아니었습니다. “이 건물에 먼저 들어온 세입자 보증금은 확인했어?” 지인은 그제야 등기부만 봤다고 하더군요.
경매 입찰장에서 투룸 세입자를 만날 때마다 느낍니다. 살기 좋은 집과 보증금을 돌려받기 쉬운 집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집을 보러 가는 날부터 계약금을 보내는 날까지, 돈이 어디에서 막힐 수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방 두 개보다 먼저 건물 종류를 봤습니다
‘투룸’은 방의 형태를 부르는 말이지 등기상 주택 종류가 아닙니다. 같은 투룸이라도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의 한 호실일 수 있고, 다가구주택의 한 층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건축물대장으로 용도와 호수를 확인하고, 등기사항증명서에 해당 호실의 개별 등기가 있는지 맞춰 봅니다. 현관문에 301호가 붙어 있다고 해서 301호의 소유권 등기가 따로 있는 건 아닙니다.
다가구주택은 특히 시간이 더 걸립니다. 건물 전체에 하나의 등기가 있고 다른 세입자의 보증금이 내 보증금보다 먼저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등기사항증명서 을구에 대출이 없다고 안심했다가, 이미 들어와 있는 세입자들의 보증금 규모를 듣고 계산이 달라지는 일이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다가구주택 전세계약에서는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지인이 본 집도 다가구였습니다. 중개사에게 기존 세입자들의 전입 시점과 보증금 현황을 물었는데, 처음에는 “다들 오래 사셨고 문제없다”는 답만 왔습니다. 오래 살았다는 말이 오히려 먼저 보호받을 권리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라, 숫자와 자료 없이는 계약금을 보내지 말자고 했습니다.
시세 3억이라는 말로 계산을 끝내지 않았습니다
보증금은 1억 8천만 원, 등기상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6천만 원이라고 해봅시다. 중개사가 건물값이 3억 원쯤 된다고 말하면 얼핏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 세입자의 선순위 보증금이 7천만 원이라면 단순 합계만 3억 1천만 원입니다. 실제 채무액과 배당순위, 매각될 가격은 따로 확인해야 하지만, 이 단계에서 ‘시세가 3억이니 안전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 숫자는 계산법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제가 시세를 볼 때는 광고에 적힌 최고 호가보다 최근 실거래와 비슷한 면적·층·상태의 거래를 먼저 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거래가 적은 동네라면 인근 중개업소 여러 곳에 실제 팔릴 가격을 묻습니다. 경매까지 간 물건은 기대한 가격보다 낮게 팔릴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감당할 여유가 없다면 보증금이 조금 싸도 제 기준에서는 비싼 집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주택가격에 담보인정비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선순위채권 등을 빼 보증한도를 계산합니다. 현재 안내된 담보인정비율은 90%지만, 그 숫자 하나만 맞는다고 가입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택 유형과 권리관계 등 다른 조건도 심사합니다. 계약 전에는 해당 주소와 보증금으로 가입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결과를 구두 설명에만 맡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계약서보다 잔금일이 더 긴장됩니다
등기사항증명서는 계약 전 한 번 보고 끝낼 서류가 아닙니다. 갑구에서 소유자와 압류·가압류 같은 권리침해를 보고, 을구에서 근저당권의 설정일과 채권최고액을 확인합니다. 계약 당일과 잔금 직전에도 다시 떼어 봅니다. 그 사이 권리관계가 바뀌었다면 처음 계산한 안전선도 달라집니다.
집주인 신분과 등기상 소유자가 같은지, 대리인이 나온다면 적법한 권한이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와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현황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자료도 계약 전에 요청합니다. 특히 다가구에서 선순위 보증금을 끝내 확인할 수 없다면, 저는 그 물건의 위험을 숫자로 계산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럴 때는 집이 마음에 들어도 발길을 돌린 적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잔금일까지 새로운 담보권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는 것도 실무에서 중요합니다. 다만 특약 한 줄이 등기상 권리의 순서를 저절로 바꾸지는 않습니다. 잔금일 등기를 재확인하고, 보증금은 계약 상대방인 소유자 명의 계좌로 보내며 이체 내역을 남깁니다. 열쇠를 받고 실제 입주한 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까지 챙깁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임차인의 대항력은 다음 날부터 생기므로, 이 절차를 미루는 건 피해야 합니다.
싼 투룸전세에는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그 지인의 매물은 결국 계약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세입자 보증금 자료를 받지 못했고, 보증 가입 가능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기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었습니다. 다만 1억 원이 넘는 돈을 맡기기에는 모르는 부분이 너무 컸습니다. 며칠 뒤 지인은 보증금이 1천만 원 더 높은 다른 집을 골랐습니다. 건축물대장과 등기,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투룸전세를 찾을 때 방 크기와 출퇴근 거리부터 보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저도 현장에 가면 먼저 집 안을 둘러봅니다. 그래도 계약금 앞에서는 순서를 바꿉니다. 집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근거는 서류와 숫자로 하나씩 확인해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