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유찰 횟수만 믿고 입찰했다가 멈춘 이유

몇 년 전 입찰장에서 감정가 3억 원짜리 아파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두 번 유찰돼 최저매각가격이 1억 9,200만 원까지 내려와 있었죠. 옆자리에서는 “두 번이나 떨어졌으니 이제 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숫자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서류를 다시 펼쳐 보니 임차인 보증금과 점유 상태가 선뜻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입찰표를 쓰지 않았습니다.
경매 유찰 횟수는 관심을 가질 이유는 됩니다. 하지만 싸게 살 수 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입찰자가 없었던 이유를 알아내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두 번 유찰되면 얼마까지 내려갈까
유찰은 해당 매각기일에 매수인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후 법원이 새 기일을 잡고 최저매각가격을 낮춰 진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여기서 꼭 기억할 게 있습니다. 매번 감정가에서 같은 금액을 빼는 방식이 아니라, 직전 최저매각가격에 저감률을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와 첫 기일의 최저매각가격이 3억 원이고, 기일마다 20%씩 낮아진다고 가정해 보죠. 한 번 유찰되면 2억 4,000만 원, 두 번 유찰되면 1억 9,200만 원입니다. 감정가의 60%가 아니라 64%죠. 같은 조건에서 세 번 유찰되면 1억 5,360만 원이 됩니다.
다만 20%를 모든 물건에 적용하면 안 됩니다. 법원과 사건에 따라 저감률이 다를 수 있고, 매각조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입찰에서는 법원경매정보에 표시된 해당 기일의 최저매각가격과 매각공고를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계산한 예상 금액보다 그날 공고된 숫자가 우선입니다.
유찰 횟수가 많아진 이유부터 찾는다
입찰자가 없었던 이유는 하나로 묶을 수 없습니다. 감정평가 시점보다 주변 거래가격이 내려가서 처음 가격이 높았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격은 매력적인데 임차인 보증금 인수 가능성, 공유지분, 법정지상권 문제, 진입로 부족 같은 사정 때문에 사람들이 물러났을 수도 있죠.
저는 횟수를 본 다음 세 가지를 따로 확인합니다.
- 감정평가서의 평가 시점과 최근 실거래가를 비교합니다. 같은 단지라도 층, 면적, 수리 상태가 다르면 거래가격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습니다.
-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등기사항증명서를 함께 봅니다. 점유자와 임대차 내용이 서로 맞지 않으면 확인이 끝날 때까지 입찰가를 쓰지 않습니다.
- 현장에 가서 건물 상태와 주변 수요를 봅니다. 사진에 안 잡힌 누수 흔적이나 빈 상가가 많은 거리 분위기는 서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오래 유찰된 물건일수록 최초 감정가를 시세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감정가 3억 원에서 1억 9,200만 원으로 내려왔다고 해도, 지금 비슷한 물건이 2억 원 안팎에 거래된다면 화면에 보이는 할인 폭은 실속이 없습니다.
낮은 최저가에 가려지는 돈이 있다
가령 현재 시세를 2억 3,000만 원으로 조사한 아파트가 두 번 유찰돼 최저매각가격 1억 9,200만 원에 나왔다고 해봅시다. 입찰 경쟁 끝에 2억 1,000만 원에 낙찰받으면 겉으로는 시세보다 2,000만 원 싸 보입니다. 그런데 취득세 등 세금 400만 원, 수리비 600만 원, 명도와 이사 협의 비용 300만 원, 잔금대출 이자와 보유비 300만 원을 예상한다면 여유는 400만 원뿐입니다. 이 수치는 계산을 보여주기 위한 가정이며, 실제 세금과 비용은 물건과 매수인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여기에 인수해야 할 보증금이 있거나 수리가 예상보다 커지면 계산은 바로 달라집니다.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금 전액을 떠안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대항력 발생 시점, 선순위 권리, 배당요구와 실제 배당 결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초보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은 복잡한 권리를 “낙찰되면 해결되겠지” 하고 넘길 때였습니다.
입찰보증금도 당일 공고를 확인합니다. 기일입찰에서는 통상 최저매각가격의 10%를 기준으로 하지만, 법원이 다른 금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잔금을 내지 못해 다시 매각하는 사건은 일반적인 유찰과 경위도 다릅니다. 사건 내역에 적힌 유찰, 변경, 취하, 재매각을 같은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입찰가는 유찰 횟수가 아니라 비용에서 거꾸로 잡는다
제가 입찰가를 적을 때는 먼저 보수적인 매도가격을 정합니다. 최근 거래 사례 중 조건이 비슷한 것만 남기고, 빠르게 팔아야 할 상황까지 감안합니다. 그 금액에서 취득세와 중개비, 수리비, 명도 비용, 대출 이자, 보유 기간에 따른 세금과 예비비를 뺍니다. 남는 금액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고 입찰가를 정합니다. 권리관계가 불명확하면 숫자를 낮추는 것으로 해결하지 않고 입찰을 보류합니다.
유찰이 한 번 된 물건이라도 서류와 현장이 깨끗하고 시세 차이가 충분하면 검토할 만합니다. 세 번 유찰됐어도 점유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매수 후 쓸 수 없는 땅이라면 저는 지나갑니다. 법원 입찰장에서는 남들이 몇 번 안 샀는지보다, 내가 얼마를 더 써야 하는지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