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등기부등본 열람하다가 입찰가를 고친 날

입찰 전날 밤, 괜찮아 보이던 다가구주택의 등기부를 다시 열어본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본 건물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예상 낙찰가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죠. 그런데 처음엔 지나쳤던 신탁 등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임대차 관계까지 확인할 시간이 부족해 결국 그 물건에는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경매를 오래 하면서 배운 건 간단합니다. 건물 등기부등본 열람은 서류를 한 번 떼는 일이 아니라, 내가 사려는 물건과 인수할 위험을 맞춰 보는 일입니다.
주소를 맞춰도 다른 물건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부동산 열람 메뉴를 열고 주소를 입력하면 등기기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때 경매 공고의 도로명주소만 보고 바로 결제하지 않습니다. 소재지번, 건물명, 동·호수와 건물의 종류를 매각물건명세서에 적힌 매각 대상과 하나씩 맞춥니다. 같은 주소에 여러 동이 있거나 집합건물의 호수를 잘못 고르면, 내용이 멀쩡한 다른 등기부를 읽고 입찰가를 계산하게 됩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은 해당 호실의 등기기록에서 대지권 표시도 봅니다. 대지권이 없거나 표시가 예상과 다르면 토지 권리관계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은 건물 등기부만으로 끝내지 않고 토지 등기부도 별도로 열람합니다. 건물은 경매 대상인데 토지는 누구 소유인지, 토지에도 담보권이나 다른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야 매각 범위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 볼 때는 말소사항이 포함된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고릅니다. 현재 효력이 있는 사항만 보면 소유권이 바뀐 흐름이나 과거 권리의 처리 과정을 놓치기 쉽습니다. 화면에서 확인할 목적이면 열람, 제출용 증명서가 필요하면 발급을 선택합니다. 인터넷 열람과 발급에는 수수료가 다르니 결제 화면에서 금액을 확인하면 됩니다. 경매 물건 몇 건을 비교한다고 그 비용을 아낄 일은 아닙니다.
표제부보다 갑구와 을구에서 오래 머뭅니다
표제부에서는 소재지, 구조, 면적을 봅니다. 현장에서 본 층수나 용도와 다르면 건축물대장, 감정평가서까지 나란히 펼칩니다. 등기부의 면적이 내가 눈으로 본 공간과 다르다고 해서 바로 불법 건축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 채 가격부터 쓰면 위험합니다.
갑구는 소유권에 관한 기록입니다.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보고, 압류·가압류·가처분·가등기·신탁 등기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신탁 등기가 보이면 등기부에 적힌 수탁자만 확인하고 넘어가지 않습니다. 신탁원부와 임대차 관계까지 살펴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입찰을 접었던 다가구주택도 바로 이 지점에서 조사를 멈췄습니다. 시간이 부족한데 보증금 관계를 추측으로 채울 수는 없었으니까요.
을구에는 근저당권, 전세권처럼 소유권 이외의 권리가 주로 나옵니다.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이 2억 4천만 원이라고 실제 대출잔액이 꼭 그만큼 남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반대로 잔액이 적을 것이라고 마음대로 낮춰 잡아서도 안 됩니다. 저는 권리의 접수일과 접수번호를 표시해 두고, 같은 날짜에 여러 기록이 있으면 순서까지 확인합니다. 권리의 선후가 입찰 후 인수할 부담을 가르는 단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소기준권리를 찾았다고 입찰가가 나오진 않습니다
초보 때는 가장 빠른 근저당권 하나를 찾으면 권리분석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앞선 권리가 있는지, 매각으로 소멸하는지, 매수인이 인수하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민사집행법에 따르면 저당권은 매각으로 소멸하지만, 지상권·전세권·등기된 임차권은 선후 관계와 배당요구 등에 따라 취급이 달라집니다. 등기부의 줄 하나에 ‘말소될 것’이라고 적어 놓고 끝낼 일이 아닙니다.
더 조심할 건 등기부에 나타나지 않는 임차인입니다. 주택 임차인은 등기가 없어도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대항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령 보증금 1억 5천만 원인 임차인이 살고 있는데, 등기부에 임차권 등기가 없다는 이유로 빈집처럼 계산하면 입찰가가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누가 얼마나 돌려받고 남은 부담이 누구에게 가는지는 점유, 전입, 확정일자, 배당요구와 다른 권리의 선후를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원경매정보의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를 등기부 옆에 놓습니다. 임차인 표시와 보증금, 배당요구 여부, 매각으로 소멸하지 않는 권리나 특별매각조건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서류끼리 내용이 다르면 어느 하나를 편한 쪽으로 골라 믿지 않습니다. 현장 점유 상태까지 확인하고도 설명이 안 되면 가격을 낮추거나 입찰을 건너뜁니다.
입찰 전날 다시 열어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저장한 등기부는 일주일 전의 기록입니다. 입찰 전날이나 당일에는 새로 열람해 갑구와 을구에 추가된 등기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경매개시결정 뒤의 등기라고 해서 전부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넘기지 않습니다. 낯선 기재가 생겼다면 매각물건명세서와 사건 기록을 다시 대조합니다.
제 계산표에는 낙찰가만 적지 않습니다. 취득 관련 세금, 잔금 마련 비용, 명도에 걸릴 시간과 비용, 수리비를 따로 넣습니다. 건물 등기부등본 열람 중 설명하지 못한 권리가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그 금액은 아직 확정된 수익이 아닙니다. 입찰장에서 한 번 놓친 물건보다, 모르는 부담을 안고 낙찰받은 물건이 훨씬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