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매매 직접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

현장에서 먼저 보이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냄새입니다
얼마 전 지인 부탁으로 꼬마빌딩매매 물건을 같이 보러 갔습니다. 매물장에는 역세권, 대지 42평, 연면적 118평, 보증금 1억 8천, 월세 620만 원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1층 음식점 배기구 냄새가 골목에 깔려 있었고, 옆 건물 외벽과 간격이 너무 좁아 2층 사무실은 낮에도 불을 켜야 했습니다.
초보 투자자는 이런 걸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월세 620만 원이면 대출이자 빼고도 남는다고 계산하죠. 근데 10년 넘게 경매와 일반매매를 같이 보다 보면, 임차인이 오래 버티는 건 월세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냄새, 채광, 누수, 주차, 민원. 이런 것들이 결국 공실과 수리비로 돌아옵니다.
꼬마빌딩은 아파트처럼 같은 동, 같은 평형으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골목 안에서도 코너인지, 막다른 길인지, 건물 폭이 몇 미터인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매물장보다 현장 체류 시간을 더 믿습니다. 최소 30분은 주변을 걷고,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유동인구를 따로 봅니다. 건물 앞에서 차가 잠깐이라도 설 수 있는지도 봅니다. 상가 임차인 입장에서는 그 1분 정차가 매출 차이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수익률 4%라는 말에 바로 흔들리면 위험합니다
꼬마빌딩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수익률 몇 퍼센트예요?’입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그런데 매도자가 말하는 수익률과 내가 실제로 가져갈 수익률은 꽤 다릅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18억 원, 보증금 2억 원, 월세 650만 원짜리 건물이 있다고 칩시다. 단순 계산으로는 연 임대료 7,800만 원이고, 매매가 대비 4.3%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취득세, 중개보수, 법무비, 대출 설정비, 수리비를 넣으면 이야기가 바뀝니다. 오래된 건물은 매입 직후 방수, 전기, 소방, 배관에서 돈이 나갑니다. 1층 천장 누수 한 번 잡는 데 300만 원이 들 수도 있고, 옥상 방수는 면적에 따라 700만 원 이상도 봐야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유지관리비와 검사 비용이 붙고, 없으면 상층부 임대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제가 초보에게 항상 말하는 건 이겁니다. 매도자 자료는 출발점이지 답안지가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서 원본을 보고, 실제 입금 내역을 확인하고, 관리비가 별도인지 포함인지 따져야 합니다. 특히 부가세 별도인지 포함인지 놓치면 월 현금흐름 계산이 틀어집니다.
- 월세가 실제로 매달 같은 날짜에 들어왔는지 확인
- 임차인별 보증금과 확정일자, 전입 여부 확인
- 관리비 포함 월세인지 별도 청구인지 확인
- 최근 2년간 공실 기간과 임대료 변동 확인
- 대출이자 상승 시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 계산
권리관계는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매를 오래 하다 보니 일반 꼬마빌딩매매에서도 권리분석 습관이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일반매매가 더 느슨하게 진행될 때가 많아서 조심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이 있고 잔금 때 말소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임차인 권리, 무단 증축, 위반건축물, 도로 점용, 건축물대장과 실제 현황 차이를 같이 봐야 합니다.
한 번은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했고 월세도 잘 나오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건축물대장을 떼보니 3층 일부가 불법 증축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매도자는 ‘예전부터 그렇게 써왔고 문제 없었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 말이 제일 무섭습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는 말은 앞으로도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위반건축물은 대출 한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중에 매도할 때 매수자 협상 카드가 됩니다. 임차인이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이면 더 민감합니다. 음식점, 학원, 병원, 숙박 관련 업종은 건물 용도와 시설 기준이 맞지 않으면 임대차가 꼬입니다. 건물주는 ‘나는 몰랐다’고 해도 비용은 결국 소유자가 떠안게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꼭 보는 서류
- 등기부등본: 소유권, 근저당, 가압류, 가처분 확인
- 건축물대장: 용도, 면적, 위반건축물 표시 확인
-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용도지역, 도로, 제한 사항 확인
-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월세, 특약, 원상복구 조항 확인
- 전입세대 또는 사업자등록 현황: 임차인 권리 확인
꼬마빌딩은 입지보다 ‘다음 임차인’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입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꼬마빌딩은 현재 임차인만 보고 사면 위험합니다. 지금 1층에 유명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있어도 계약 만료 후 나가면 그 자리를 누가, 얼마에, 얼마나 빨리 채울 수 있는지가 진짜 문제입니다. 저는 그래서 현재 임차인보다 다음 임차인을 상상해봅니다.
예를 들어 전면 폭이 4미터인 건물과 7미터인 건물은 같은 1층이라도 임대 시장에서 체감이 다릅니다. 간판 노출, 출입구 동선, 내부 기둥 위치가 임차인 선택을 갈라놓습니다. 주차가 전혀 안 되면 병원이나 미용 업종은 어렵고, 배달 동선이 불편하면 음식점도 오래 못 갑니다. 반대로 큰길에서 한 블록 안쪽이라도 출입이 편하고 평면이 반듯하면 생각보다 빨리 임대됩니다.
제가 보는 좋은 꼬마빌딩은 화려한 건물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바뀌어도 다시 맞출 수 있는 건물입니다. 1층은 쪼개서 임대할 수 있는지, 2층 이상은 사무실과 스튜디오로 전환 가능한지, 화장실 위치가 애매하지 않은지 봅니다. 건물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공실 때마다 인테리어 비용이 커집니다.
초보라면 비싼 물건보다 복잡한 물건을 피하는 게 먼저입니다
꼬마빌딩매매에서 초보가 자주 빠지는 함정은 ‘싸게 나온 이유’를 너무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겁니다. 급매라고 해서 전부 기회는 아닙니다. 임차인 분쟁이 있거나, 옆 건물과 경계 문제가 있거나, 대출이 생각보다 안 나오거나, 건물 하자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싸면 그 이유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저라면 첫 꼬마빌딩으로는 임차인이 너무 많은 건물, 주거와 상가가 복잡하게 섞인 건물, 위반건축물이 있는 건물, 골목 안쪽 막다른 입지는 피하라고 말합니다. 수익률이 조금 낮아도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임대 구조가 단순하고, 매각이 쉬운 물건이 낫습니다. 초보에게 가장 중요한 건 크게 버는 것보다 크게 잃지 않는 겁니다.
현장에서는 욕심이 올라옵니다. 중개사는 곧 다른 사람이 계약한다고 하고, 매도자는 가격 조정은 오늘까지만 된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숫자를 다시 봐야 합니다. 대출 10억 원을 끼고 샀는데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연 이자가 1,000만 원 늘어납니다. 공실이 3개월만 생겨도 현금흐름은 바로 흔들립니다. 꼬마빌딩은 덩치가 작아 보여도 한 번 삐끗하면 회복 시간이 깁니다.
저는 좋은 꼬마빌딩을 고르는 일이 멋진 건물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해야 할 이유를 하나씩 지워가는 일에 가깝습니다. 등기, 임차인, 건물 상태, 대출, 세금, 출구 전략까지 보고도 마음이 남아 있으면 그때 가격 협상을 시작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현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개 과감해서가 아니라, 찜찜한 물건 앞에서 멈출 줄 알아서 살아남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