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재개발 물건 따라가봤더니, 싸 보이는 집이 더 무서웠던 이유

얼마 전 성남 쪽 재개발 예정지에 나온 빌라 경매 물건을 보러 갔는데, 감정가만 보면 꽤 괜찮아 보였습니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대, 주변은 이미 공사 펜스가 쳐진 곳도 있고, 중개사무소 유리창에는 프리미엄 얘기가 큼직하게 붙어 있더군요. 그런데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조합 진행 단계까지 맞춰보니 초보가 덥석 물기에는 손이 많이 떨리는 물건이었습니다.
성남재개발은 이름값이 있습니다. 분당, 판교, 위례, 강남 접근성까지 떠올리면 기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기대감이 이미 가격에 많이 반영된 구역도 있고, 아직 사업이 멀었는데도 마치 곧 새 아파트가 되는 것처럼 거래되는 곳도 있다는 겁니다. 경매에서는 이 차이를 못 보면 낙찰받는 순간부터 수익이 아니라 숙제가 시작됩니다.
성남재개발, 지도만 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성남 원도심은 지형이 만만치 않습니다. 수정구와 중원구 쪽을 직접 걸어보면 언덕, 좁은 도로, 오래된 다세대와 단독주택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재개발 기대가 붙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기반시설을 새로 깔고, 도로를 넓히고,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면 생활 여건이 확 달라지니까요.
그런데 경매 물건으로 볼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같은 성남재개발 권역이라고 해도 정비구역 지정 전인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는지, 사업시행인가 이후인지, 관리처분인가까지 왔는지에 따라 리스크가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준으로는 관리처분인가 전후가 심리적으로 큰 선입니다. 그 전에는 일정이 흔들릴 여지가 많고, 그 이후에는 이주와 철거, 추가분담금 문제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초보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지도 앱에서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만 보고 계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변 신축이 12억이라고 해서 낡은 빌라를 5억에 낙찰받으면 7억 차익이 생기는 구조가 아닙니다. 취득세, 명도비, 수리비, 대출이자, 조합원 분담금, 사업 지연 기간의 기회비용까지 넣어야 합니다. 숫자를 다 넣고 나면 생각보다 남는 게 얇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성남 물건에서 먼저 보는 5가지
성남재개발 물건을 볼 때 저는 현장보다 서류를 먼저 봅니다. 현장 분위기는 사람 마음을 급하게 만들거든요. 펜스가 보이고, 철거된 건물이 보이고, 중개업소에서 좋은 말이 나오면 괜히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차분하게 서류부터 잡습니다.
- 첫째, 정비구역 안에 정확히 들어가는지 확인합니다. 주소가 비슷해도 경계선 하나 차이로 조합원 자격이 갈릴 수 있습니다.
- 둘째, 토지와 건물 지분을 봅니다. 다세대는 전용면적만 보면 안 되고 대지권 비율이 중요합니다.
- 셋째,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쪼개진 물건인지 확인합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입주권 기대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 넷째, 선순위 임차인과 대항력 여부를 봅니다. 재개발 물건이라고 권리분석이 쉬워지는 게 아닙니다.
- 다섯째, 조합원 분양 대상인지, 현금청산 가능성이 있는지 따집니다. 이게 수익 구조를 바꿉니다.
특히 권리산정기준일은 대충 넘어가면 안 됩니다. 경매정보지에 재개발이라고 표시되어 있어도 그 말이 곧 입주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물건을 본 적이 있는데, 겉으로는 구역 안 빌라였지만 기준일 이후 지분이 나뉜 흔적이 있었습니다. 낙찰가가 낮아 보였던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싸게 나온 물건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입찰가보다 무서운 건 추가분담금입니다
경매 초보는 낙찰가에 집중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감정가 6억짜리를 4억 후반에 받으면 이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재개발 물건은 낙찰가만 봐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조합원 분양가와 권리가액 차이에서 추가분담금이 나옵니다. 사업비가 늘거나 일반분양 수입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낙찰가와 취득부대비용까지 5억 2천만 원이 들어갔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에 명도비와 이자 비용으로 3천만 원, 향후 추가분담금으로 2억 원이 붙는 구조라면 총투입금은 7억 5천만 원까지 갑니다. 새 아파트 예상가가 9억이라고 해도 세금과 보유기간, 대출 조건을 넣으면 수익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업이 2년 늦어지면 계산은 더 나빠집니다.
성남은 입지가 좋다는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좋은 입지와 좋은 투자는 다릅니다. 좋은 입지라도 너무 비싸게 사면 투자 성적은 평범해지고, 나쁜 권리가 섞이면 좋은 입지가 방패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현장에서 오래 버틴 사람일수록 입지 칭찬보다 숫자를 더 오래 봅니다.
명도는 재개발 구역이라고 쉬운 게 아닙니다
재개발 구역 경매에서 은근히 가볍게 보는 게 명도입니다. 어차피 이주할 집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점유자 사정이 다양합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구조일 수도 있고, 소유자가 조합 보상이나 이주비 문제로 버티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 산 동네일수록 감정이 얽혀 있습니다.
저는 명도비를 계산할 때 최소한의 협의 비용을 따로 잡습니다. 강제집행까지 가면 시간과 비용이 같이 늘어납니다. 특히 성남 원도심의 오래된 주택은 짐이 많고, 고령 거주자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이기는 것과 현장에서 빨리 끝나는 것은 다릅니다. 경매 수익은 종이에 적은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점유를 넘겨받고 비용을 확정해야 보입니다.
그리고 대출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경락잔금대출은 물건 상태, 낙찰가율, 개인 소득, 규제지역 여부,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달라집니다. 재개발 기대감만 믿고 잔금 계획을 느슨하게 잡으면 낙찰 후 30일 안팎의 잔금기일이 굉장히 짧게 느껴집니다. 입찰보증금 10%를 넣기 전에 잔금 조달표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초보라면 성남재개발에서 이런 물건은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초보 투자자에게 굳이 말리고 싶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첫째, 조합원 자격이 애매한 물건입니다. 둘째,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 인수 가능성이 큰 물건입니다. 셋째, 토지 지분이 지나치게 작거나 위반건축물 이슈가 있는 물건입니다. 넷째, 사업 단계는 초기인데 가격은 이미 관리처분 직전처럼 반영된 물건입니다.
성남재개발은 장기적으로 관심을 둘 만한 시장입니다. 서울 접근성, 원도심 개선 필요성, 새 아파트 선호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매로 들어갈 때는 남들이 말하는 호재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폭을 먼저 봐야 합니다. 저는 입찰표 쓰기 전에 항상 세 가지 가격을 적습니다. 내가 사고 싶은 가격, 손실이 나지 않을 가격, 절대 넘기면 안 되는 가격. 마지막 숫자를 지키는 사람이 오래 갑니다.
현장에 가보면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골목 하나 지나면 새 아파트가 보이고, 또 다른 골목에는 철거 직전 건물이 서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 누구나 계산기를 두드리게 됩니다. 그래도 성남재개발 경매는 천천히 가야 합니다. 남들이 놓친 물건을 잡는 게 실력일 때도 있지만, 남들이 피한 이유를 먼저 찾는 게 돈을 지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