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경매 3번 따라갔다가 입찰표 접은 진짜 이유

상가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인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1층 코너 상가 하나를 두고 사람들이 꽤 몰린 걸 봤습니다. 감정가 6억 8천만 원짜리가 두 번 유찰돼 최저가가 3억 3천만 원대까지 내려온 물건이었죠. 초보 눈에는 딱 좋아 보입니다. 역세권이고, 대로변이고, 사진상으로는 간판도 멀쩡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입찰표를 쓰다가 접었습니다.
상가경매는 아파트보다 숫자가 화려합니다. 감정가 대비 반값, 월세 수익률 8%, 10%, 이런 말이 붙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보면 상가는 싸게 낙찰받는 것보다 비싸게 물리는 일이 훨씬 무섭습니다. 아파트는 적어도 실거주 수요와 비교 거래가 어느 정도 보이는데, 상가는 매출, 동선, 업종 제한, 관리비, 공실 기간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제가 상가를 볼 때 제일 먼저 하는 건 등기부보다 현장입니다. 물론 권리분석이 먼저라고 배운 분도 많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상가는 권리가 깨끗해도 장사가 안 되는 자리에 들어가면 답이 없습니다. 권리상 문제없는 빈 상가를 낙찰받았는데 1년 넘게 임차인을 못 구하면, 그 기간의 이자와 관리비가 수익률을 다 깎아먹습니다.
감정가보다 임대료를 먼저 봐야 한다
상가경매 초보가 자주 놓치는 부분이 감정가입니다. 감정가는 참고 자료이지, 내가 낙찰받아도 되는 가격표가 아닙니다. 특히 상가는 감정 시점과 입찰 시점 사이에 상권이 바뀌면 숫자가 확 달라집니다. 주변에 대형 공실이 생겼거나, 횡단보도 위치가 바뀌었거나, 배후 아파트 입주가 늦어졌다면 예전 감정가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최저가 3억 5천만 원짜리 상가가 있고, 주변 임대료가 보증금 3천만 원에 월 180만 원이라고 합시다. 단순 계산으로는 연 임대료 2,160만 원입니다. 낙찰가를 3억 8천만 원으로 잡고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중개수수료, 수리비까지 2천만 원만 더해도 총투입금은 4억 원 가까이 됩니다. 대출이자 연 5%로 2억 원을 빌리면 이자만 1천만 원입니다. 관리비 공실 부담까지 생각하면 손에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습니다.
근데 이 계산도 임차인이 바로 들어온다는 전제입니다. 상가는 공실 3개월이 평범하고, 6개월도 드물지 않습니다. 입지가 애매하면 1년도 갑니다. 월세 180만 원 받을 수 있다고 적어놓고 실제로는 130만 원에 겨우 맞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그래서 상가 수익률을 계산할 때 주변 부동산 세 군데 이상에 전화를 돌리고, 현장에서는 빈 점포에 붙은 임대문의 번호까지 따로 적어둡니다.
권리분석은 임차인 한 줄에서 갈린다
상가경매에서 임차인 권리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주택임대차와 다르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환산보증금,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대항력, 우선변제권을 같이 봐야 합니다. 여기서 한 줄 놓치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떠안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했던 물건 중에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50만 원짜리 임차인이 있었습니다. 매각물건명세서만 대충 보면 배당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일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빨랐고, 환산보증금 기준도 당시 지역 기준 안에 들어왔습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안 한 상태라면 낙찰자가 인수할 여지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물건은 싸게 보여도 초보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또 하나, 상가에는 유치권 주장이 붙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진짜 유치권도 있고, 입찰자를 겁주려고 붙여놓은 종이 한 장짜리 주장도 있습니다. 문제는 초보가 그 진위를 현장에서 가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공사계약서, 점유 상태, 채권 발생 시점, 경매개시 전 점유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이건 서류 몇 장 보고 감으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 사업자등록일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빠른지 확인
- 배당요구 여부와 보증금 인수 가능성 확인
- 현장 점유자가 서류상 임차인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
- 유치권, 공사대금, 관리비 체납 문구 확인
- 관리사무소에서 장기 체납 여부 확인
현장에 가면 숫자가 바뀐다
상가경매는 지도만 보고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지도에는 대로변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가보면 버스정류장 동선에서 벗어나 있거나, 횡단보도 반대편이라 사람들이 거의 안 지나가는 자리가 있습니다. 1층이라고 다 같은 1층이 아닙니다. 코너, 전면 폭, 기둥 위치, 주차 진입, 간판 노출이 임대료를 갈라놓습니다.
한 번은 지하철역 도보 5분이라고 표시된 상가를 보러 갔습니다. 거리만 보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대편 골목으로 빠졌고, 해당 상가 앞은 점심시간에도 유동인구가 약했습니다. 주변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전 임차인이 8개월 버티다 나갔다고 하더군요. 이런 얘기는 감정평가서에 잘 안 나옵니다.
상가를 볼 때 저는 평일 점심, 평일 저녁, 주말 오후를 나눠서 봅니다. 같은 자리도 시간대별로 완전히 다릅니다. 오피스 상권은 주말에 죽고, 학원 상권은 저녁에 살아납니다. 배후 세대가 있는 동네상가는 업종이 맞으면 안정적이지만, 소비력이 약하면 월세 상한이 낮습니다. 결국 임차인이 돈을 벌 수 있는 자리인지 봐야 합니다. 임차인이 못 벌면 내 월세도 오래 못 갑니다.
초보라면 이런 상가는 피하는 게 낫다
처음 상가경매를 보는 분이라면 욕심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특히 지하상가, 테마상가, 분양상가 공실 많은 건물, 관리비 체납 큰 물건은 난도가 높습니다. 낙찰가가 낮아 보여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상가 전체가 죽어 있으면 내 호실 하나만 살리기 어렵습니다.
테마상가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예전에 쇼핑몰식 상가가 전국적으로 많이 분양됐고, 지금도 경매에 자주 나옵니다. 감정가 1억 원짜리가 2천만 원까지 내려오면 싸 보이죠. 그런데 관리비가 월 30만 원, 50만 원씩 나오고 임대 수요가 없으면 2천만 원도 비싼 겁니다. 매도하려 해도 매수자가 없습니다. 낙찰은 쉬운데 처분이 어려운 물건, 이게 초보에게 제일 피곤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아파트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상가는 담보 인정 비율이 낮게 나오거나, 공실이면 대출 조건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임대차가 안정적으로 잡힌 우량 상가와 비어 있는 애매한 상가는 은행 태도가 다릅니다. 입찰 전에 대출 상담을 최소 두 곳 이상 받아봐야 합니다. 낙찰받고 나서 잔금 일정에 쫓기면 협상력이 없습니다.
제가 보는 최소 기준
- 총투입금 기준 보수적 임대수익률이 은행이자보다 충분히 높은가
- 공실 6개월을 버틸 현금 여력이 있는가
- 인수할 임차인 보증금이나 체납 관리비가 없는가
- 같은 건물 공실률이 과하게 높지 않은가
- 내가 팔고 싶을 때 받아줄 매수층이 있는가
상가경매는 잘 잡으면 월세 흐름이 좋습니다. 저도 상가로 재미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싸게 낙찰받아서가 아니라, 임차인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자리였고 권리관계가 단순했고 대출과 세금까지 계산한 뒤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초보일수록 감정가 반값이라는 말보다 공실 기간, 관리비, 임차인 권리, 실제 임대료를 먼저 봐야 합니다. 저는 아직도 애매하면 입찰표를 접습니다. 현장에서는 안 먹는 게 버는 날도 꽤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