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매매프로그램 직접 돌려봤더니, 경매보다 무서웠던 진짜 이유

입찰장에서 배운 사람이 자동매매프로그램을 봤을 때
얼마 전 지인 하나가 술자리에서 자동매매프로그램으로 월 3%씩 꾸준히 나온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저는 부동산 경매를 10년 넘게 하면서 법원 입찰표 한 칸 잘못 써서 보증금 날리는 사람도 봤고, 권리 하나 놓쳐서 낙찰받고도 잠 못 자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으면 먼저 수익률보다 손실 구조부터 봅니다.
경매도 겉으로 보면 단순합니다. 싸게 낙찰받고 비싸게 팔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임차인 대항력, 말소기준권리, 미납관리비, 명도비, 취득세,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다 들어갑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비슷했습니다. 화면에는 수익률 그래프가 예쁘게 나오는데, 그 뒤에는 슬리피지, 수수료, 서버 지연, 급락장, 거래소 장애 같은 변수가 숨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소액으로 테스트해본 건 300만 원 정도였습니다. 큰돈은 아니지만, 구조를 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첫 2주는 수익이 났습니다. 하루에 8천 원, 1만 2천 원, 많게는 3만 원도 찍혔습니다. 그런데 3주 차에 변동성이 커지니까 그동안 쌓은 수익을 하루 만에 거의 반납했습니다. 경매로 치면 감정가 대비 70%에 낙찰받았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점유자가 버티고 있고 수리비가 2천만 원 더 나오는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프로그램보다 먼저 봐야 하는 건 손실 한도입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을 파는 쪽에서는 보통 승률을 강조합니다. 승률 80%, 월평균 수익 5%, 백테스트 3년 우상향 같은 말이 나옵니다. 그런데 저는 승률보다 한 번 틀렸을 때 얼마까지 깨지는지를 봅니다. 경매에서도 열 번 잘하다가 한 번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 8천만 원을 떠안으면 그동안 번 돈이 다 사라집니다.
자동매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레버리지를 쓰는 프로그램은 초보가 손대기 위험합니다. 2배, 3배는 말이 쉬워 보이지만 가격이 반대로 10% 움직이면 계좌는 20%, 30% 흔들립니다. 거기에 물타기 방식이 들어가면 더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평균단가가 낮아져서 회복이 빨라 보이지만, 추세가 계속 밀리면 현금이 먼저 바닥납니다.
- 하루 최대 손실 한도가 있는지
- 연속 손실 때 자동으로 멈추는지
- 레버리지와 물타기 조건이 공개되어 있는지
- 실거래 내역과 백테스트를 구분해서 보여주는지
- 서버 장애나 API 오류 때 주문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이 정도는 최소한 봐야 합니다. 솔직히 이 질문에 답을 못 하는 프로그램은 수익률을 아무리 예쁘게 보여줘도 저는 돈을 넣지 않습니다. 경매 물건으로 치면 등기부는 안 보여주고 예상수익만 말하는 중개업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백테스트 수익률은 감정가처럼 봐야 합니다
경매 초보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감정가를 시세로 믿는 겁니다. 감정가는 기준일이 있고, 현장 상태를 완벽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주변 실거래가, 현재 매물, 전세가율, 수리 상태, 층향까지 따로 봐야 합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의 백테스트도 비슷합니다. 과거 데이터로 돌린 결과는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제가 본 어떤 프로그램은 최근 2년 수익률이 140%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수수료가 낮게 잡혀 있었고, 체결 지연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가격에 항상 체결되지 않습니다. 거래량이 얇은 종목이나 코인은 더 심합니다. 장부상으로는 1% 수익인데 실제 체결가는 0.3% 수익이거나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경매에서도 입찰가 계산할 때 매도가만 높게 잡으면 어떤 물건도 좋아 보입니다. 3억에 낙찰받아서 3억 5천에 팔면 5천 남는다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런데 취득세, 법무비, 이자, 명도비, 수리비, 중개수수료, 보유기간 리스크를 넣으면 1천만 원도 안 남거나 손해가 납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수수료와 미체결, 급변동 구간을 빼고 보면 착시가 생깁니다.
초보가 가장 많이 다치는 지점
제가 보기엔 자동매매프로그램에서 초보가 다치는 이유는 프로그램 자체보다 믿는 방식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버튼 하나로 감정을 없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감정이 다른 데서 나옵니다. 수익이 나면 금액을 키우고, 손실이 나면 설정을 바꾸고, 멈춰야 할 때 계속 돌립니다.
경매도 같습니다. 처음엔 1억짜리 빌라로 공부하다가 한 번 수익이 나면 갑자기 5억짜리 상가에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그때부터 사고가 납니다. 자기 자본, 대출 가능액, 공실 기간, 명도 난이도를 계산하지 않고 낙찰가만 봅니다. 자동매매도 첫 달에 5% 수익이 나면 300만 원이 3천만 원으로 커지고, 3천만 원이 1억이 됩니다. 손실률은 같아도 통증은 완전히 다릅니다.
- 무료 체험 수익만 보고 큰돈을 넣는 경우
- 손실 구간을 충분히 겪기 전에 금액을 키우는 경우
- 프로그램 제작자의 말만 믿고 원리를 모르는 경우
- 정지 조건 없이 24시간 계속 돌리는 경우
- 생활비나 대출금으로 투자하는 경우
특히 마지막은 절대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경매에서도 잔금 계획 없이 낙찰받는 사람을 보면 제가 제일 먼저 말립니다. 낙찰은 시작이지 끝이 아닙니다. 자동매매도 가입과 세팅은 시작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시장이 내 예상과 반대로 갈 때 나옵니다.
그래도 쓴다면 이렇게 접근합니다
저는 자동매매프로그램을 무조건 사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잘 만든 시스템도 있고, 사람이 감정적으로 매매하는 것보다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초보가 이걸 돈 복사기처럼 받아들이면 위험합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경매에서 권리분석 프로그램이 있어도 마지막 판단은 사람이 하듯이, 자동매매도 손실을 감당할 사람이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다시 쓴다면 전체 투자금의 5% 안에서만 테스트할 겁니다. 예를 들어 투자 가능한 현금이 5천만 원이라면 250만 원 정도입니다. 최소 3개월은 증액하지 않고, 손실 구간과 횡보 구간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월수익률보다 최대 낙폭을 기록합니다. 250만 원으로 15% 빠질 때 잠이 안 오면, 2천만 원으로는 절대 못 버팁니다.
또 하나는 출금입니다. 자동매매 수익은 계좌 안에서 숫자로만 보면 커 보입니다. 저는 일정 수익이 나면 일부를 빼는 방식이 낫다고 봅니다. 경매에서도 매각차익이 생기면 전부 다음 물건 보증금으로 밀어 넣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다 한 번 꼬이면 현금흐름이 말라버립니다. 투자에서 현금은 방어력입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은 편해 보이지만, 편한 만큼 확인을 덜 하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경매 입찰장에서는 내 손으로 금액을 쓰기 때문에 최소한 한 번은 멈칫합니다. 자동매매는 그 멈칫하는 순간을 시스템이 대신 가져갑니다. 그래서 더 작은 돈으로, 더 오래 관찰하고, 손실이 났을 때 멈출 기준을 먼저 정해두는 게 맞습니다. 돈을 버는 도구인지, 손실을 빠르게 키우는 장치인지는 결국 설정값보다 사람의 욕심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