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룸전세 물건 12개 직접 훑어봤더니, 싼 집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투룸전세를 알아본다며 매물 링크를 12개나 보내왔습니다. 보증금은 1억 2천부터 2억 초반까지, 사진은 다 그럴듯했습니다. 방 두 개에 거실도 있고 역까지 10분이라고 적혀 있으니 초보 입장에서는 괜찮아 보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제가 제일 먼저 본 건 인테리어가 아니었습니다. 등기부, 건물 시세, 선순위 권리, 집주인 대출 흔적이었습니다.
부동산 경매를 오래 하다 보면 전세 사고가 터진 집들을 자주 봅니다. 처음부터 이상한 집처럼 보이는 경우는 오히려 적습니다. 중개사는 괜찮다고 하고, 집은 깨끗하고, 보증보험도 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 말이 실제 서류와 숫자로 맞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투룸전세가 싸게 나온 이유부터 봐야 합니다
투룸전세는 신혼부부, 직장인 2인 가구, 자취 오래 한 사람들에게 수요가 꾸준합니다. 특히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역세권 빌라 투룸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아직 많습니다. 월세 80만 원 내느니 보증금 대출 받아서 이자 내는 쪽이 낫다고 계산하는 거죠.
그런데 시세보다 2천만 원, 3천만 원 싸게 나온 물건은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급전이 필요해서일 수도 있고, 층이 낮거나 주차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면 감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이미 담보대출을 많이 끼고 있거나, 같은 건물에 전세가가 줄줄이 높게 잡혀 있는 구조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예전에 본 한 빌라는 매매 시세가 세대당 2억 3천 정도였는데, 전세가 2억 1천에 나와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시세 대비 90% 수준이라 약간 높다 정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보니 건물 전체에 근저당이 있었고, 개별 호실마다 임차인이 꽉 차 있었습니다. 집주인이 자기 돈은 거의 안 넣고 전세보증금으로 건물을 굴리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집은 시장이 조금만 흔들려도 세입자가 맨 마지막에 줄 서게 됩니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직전이 아니라 처음부터 봐야 합니다
초보들이 제일 많이 하는 실수가 마음에 드는 집을 먼저 고르고 나중에 서류를 보는 겁니다. 사실 순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마음이 들어가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채광 좋고 수납 좋고 역이 가까우면, 등기부에 찜찜한 게 있어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게 됩니다.
투룸전세를 볼 때 등기부에서 최소한 확인해야 할 건 몇 가지입니다.
- 갑구에 가압류, 압류, 가처분, 신탁 등 소유권 관련 문제가 있는지
- 을구에 근저당권이 얼마로 잡혀 있는지
- 채권최고액이 매매 시세 대비 과하지 않은지
- 집주인이 최근에 소유권을 취득했는지
- 법인 소유인지 개인 소유인지
근저당이 있다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시세 4억짜리 아파트에 채권최고액 6천만 원 정도라면 전세금과 합쳐서 계산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시세 2억 5천짜리 빌라에 채권최고액 1억 5천, 전세보증금 1억 8천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경매로 넘어갔을 때 낙찰가가 시세대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빌라는 감정가 100%에 낙찰되는 물건도 있지만, 입지와 건물 상태가 나쁘면 70%대까지 밀리는 경우도 봅니다.
보증보험 된다는 말만 믿으면 안 됩니다
요즘 중개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보증보험 가능해요.” 이 말 하나로 마음 놓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보증보험은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중개사가 말한 가능과 실제 기관 심사 통과는 다릅니다.
특히 빌라 투룸전세는 공시가격, 선순위 채권, 임대인 상태, 보증금 수준에 따라 보증보험 가입이 막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하고 나서 신청했는데 거절되면 난감합니다. 이미 계약금은 들어갔고, 집주인은 계약 해지를 쉽게 받아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계약서 쓰기 전에 해당 보증기관 기준으로 예상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특약에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할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문구를 넣는 겁니다. 문구 하나가 나중에 싸움의 방향을 바꿉니다. 말로만 약속한 건 현장에서 별 힘이 없습니다.
특약은 길게 쓰는 게 아니라 정확히 써야 합니다
전세계약 특약은 화려할 필요 없습니다. 다만 핵심은 빠지면 안 됩니다. 잔금일 다음 날까지 현재 등기상 권리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 잔금 지급과 동시에 기존 근저당을 말소한다는 내용, 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계약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은 상황에 따라 꼭 검토해야 합니다.
근데 여기서도 조심할 게 있습니다. 특약을 넣었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집주인이 돈이 없으면 특약이 있어도 현실에서는 소송과 시간 싸움으로 갑니다. 그래서 특약은 마지막 안전장치이고, 첫 번째 안전장치는 애초에 위험한 집을 걸러내는 눈입니다.
시세조사는 네이버 매물만 보면 부족합니다
투룸전세 시세를 볼 때 매물 사이트만 보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시작은 거기서 해도 됩니다. 하지만 호가와 실제 거래가는 다릅니다. 특히 빌라는 같은 골목 안에서도 가격 차이가 큽니다. 준공연도, 엘리베이터, 주차, 위반건축물 여부, 도로 폭, 지하철 접근성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같은 건물의 과거 전세 실거래를 봅니다. 그다음 인근 300m 안쪽의 비슷한 연식 투룸 거래를 비교합니다. 매매 실거래를 봅니다. 전세가만 보면 안 됩니다. 보증금이 집값에 얼마나 붙어 있는지가 진짜 위험도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매매 실거래가 2억 2천인데 투룸전세가 2억이면 전세가율이 90%를 넘습니다. 이 상태에서 집주인 대출까지 있으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방어력이 약합니다. 반대로 매매가 3억 2천, 전세가 2억 1천, 근저당이 없고 보증보험도 무난하다면 상대적으로 계산이 됩니다. 같은 2억 전세라도 위험도는 전혀 다릅니다.
초보라면 피하는 게 나은 투룸전세 유형
수익형 부동산을 많이 본 사람은 위험한 냄새를 빨리 맡습니다. 하지만 처음 전세 구하는 분들은 사진과 월 관리비부터 봅니다. 솔직히 이해합니다. 집은 실제로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아래 유형은 초보라면 굳이 건드릴 이유가 적습니다.
-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는 신축 빌라
- 소유자가 법인이고 설명이 불명확한 집
- 등기부에 신탁, 가압류, 압류 흔적이 있는 집
- 잔금 전 근저당 말소 조건을 집주인이 애매하게 말하는 집
- 주변 실거래보다 전세가만 유독 높은 집
- 위반건축물인데 중개사가 별일 아니라고 넘기는 집
위반건축물도 무조건 못 사는 건 아니고,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대출, 보증보험, 향후 매각, 행정 문제에서 변수가 생깁니다. 초보가 감당하기에는 정보 비대칭이 큽니다. 경매에서도 이런 물건은 싸게 낙찰받아도 명도나 원상복구 문제로 골치 아픈 경우가 있습니다.
투룸전세는 집 하나 구하는 일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내 보증금 1억, 2억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일입니다. 은행도 돈 빌려줄 때 담보를 보고, 소득을 보고, 선순위 채권을 봅니다. 세입자도 똑같이 봐야 합니다. 집이 예쁜지보다 내 돈이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인지가 먼저입니다.
제가 지인에게 결국 추천한 집은 제일 예쁜 집도, 제일 싼 집도 아니었습니다. 전세가율이 낮고, 근저당이 없고, 같은 건물 실거래가 확인되는 평범한 투룸이었습니다. 재미는 없지만 전세는 원래 재미로 고르면 안 됩니다. 2년 뒤 이사 나갈 때 보증금이 제 날짜에 돌아오는 집, 그게 좋은 투룸전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