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빌딩매매 현장에서 직접 발품 팔아보니 숫자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었습니다

강남 빌딩은 비싸서 어려운 게 아닙니다
얼마 전 지인 부탁으로 강남역 뒤쪽 꼬마빌딩 하나를 같이 보러 갔습니다. 매도가는 86억, 대지 58평, 연면적은 170평 조금 넘는 물건이었죠. 겉으로 보면 위치 좋고, 임차인도 차 있고, 월세도 꽤 나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서서 20분만 둘러보니 숫자표에 안 잡히는 문제가 보였습니다.
강남빌딩매매를 처음 보는 분들은 매매가와 월세부터 봅니다. 물론 그게 기본입니다. 하지만 강남권 빌딩은 이미 가격에 기대감이 많이 얹혀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 수익률 2.5%, 3%만 보고 들어가면 나중에 대출이자, 공실, 수선비, 세금에서 숨이 막힐 수 있습니다.
제가 경매장에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싼 물건은 이유가 있고, 좋아 보이는 물건도 빠진 숫자가 있습니다. 강남 빌딩은 특히 그 빠진 숫자를 찾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현장에서 제일 먼저 보는 건 임대료가 아닙니다
저는 강남빌딩매매 물건을 볼 때 건물 앞에서 바로 등기부나 임대차표부터 펼치지 않습니다. 먼저 사람 흐름을 봅니다. 점심시간, 퇴근시간, 주말 저녁 분위기가 다릅니다. 같은 강남이라도 테헤란로 이면, 논현동 골목, 신사역 뒤쪽, 역삼동 주택가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예전에 한 물건은 자료상 월 임대료가 2,900만 원이었습니다. 매도자는 “공실 걱정 없는 건물”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가서 보니 1층 임차인이 매출 부진으로 권리금도 못 받고 나가려는 상황이었습니다. 2층은 병원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실제 진료일이 줄어든 상태였고, 지하층은 냄새와 누수 흔적이 있었습니다. 서류만 보면 안정적, 현장에 서면 불안정이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체크하는 항목
- 1층 전면 폭과 보행자 시선이 얼마나 잡히는지
- 점심과 저녁 시간대 유동 인구 차이가 큰지
- 주차가 실제로 가능한지, 말로만 가능한지
- 인근 신축 건물 공실이 쌓이고 있는지
- 임차인 업종이 금리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지
특히 1층이 약한 건물은 생각보다 버티기 어렵습니다. 강남이라고 다 임차인이 줄 서는 게 아닙니다. 월세 500만 원 낮추면 들어올 사람은 있겠죠. 그런데 내가 산 가격은 낮아지지 않습니다. 그 차이가 투자자 손실입니다.
수익률 3%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됩니다
강남빌딩매매 상담을 하다 보면 “그래도 강남인데 3%면 괜찮지 않냐”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말이 제일 위험하다고 봅니다. 3%가 진짜 3%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100억짜리 건물이 연 임대수입 3억이라고 합시다. 겉으로는 수익률 3%입니다. 그런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보험료, 승강기 유지비, 소방 점검비, 관리 인건비, 공실 기간, 중개수수료, 수선비를 빼면 실제 손에 남는 돈은 달라집니다. 대출을 50억 썼고 금리가 연 5%라면 이자만 2억5천만 원입니다. 숫자가 갑자기 빡빡해집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임대료가 10% 빠져도 버틸 수 있는가.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도 버틸 수 있는가. 큰 수선비 1억이 갑자기 나와도 잔금 이후 자금 흐름이 무너지지 않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이 안 나오면 물건이 좋아 보여도 멈춥니다.
초보가 자주 놓치는 비용
-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매수 초기 세금
- 법무사 비용, 중개보수, 감정 관련 비용
- 옥상 방수, 외벽 균열, 배관 교체 비용
- 공실 발생 시 원상복구와 신규 임차인 유치 비용
- 법인 매수 시 회계, 세무 관리 비용
강남 빌딩은 매입가가 크기 때문에 작은 비율도 돈으로 보면 큽니다. 1%면 100억 기준 1억입니다. 경매에서 한 줄 놓치면 돈을 잃듯이, 빌딩 매매에서는 비용 한 줄을 대충 넘기면 나중에 현금흐름이 흔들립니다.
권리관계보다 무서운 건 건물의 습관입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는 말소기준권리,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법정지상권 같은 걸 집요하게 봅니다. 일반 매매라고 해서 권리분석이 필요 없는 건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서, 보증금, 확정일자, 전입 여부, 관리비 정산, 불법 증축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강남빌딩매매에서는 건물 자체의 습관도 봐야 합니다. 비 오는 날마다 지하에 물이 차는 건물, 특정 층 화장실 냄새가 반복되는 건물, 엘리베이터 고장이 잦은 건물, 간판 분쟁이 계속 나는 건물은 서류에 깔끔하게 표시되지 않습니다. 매도자는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요.
제가 예전에 본 역삼동 건물은 등기상 문제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건축물대장을 보니 일부 면적이 실제 사용 현황과 달랐고, 옥상 쪽에 허가받지 않은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매수 후 적발되면 이행강제금이나 원상복구 문제가 따라올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런 건 “나중에 해결하면 되겠지”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나중에는 늘 돈이 듭니다.
강남이라는 이름보다 출구를 먼저 봅니다
많은 분들이 강남빌딩매매를 자산가의 종착지처럼 생각합니다. 저도 강남 입지는 인정합니다. 임차 수요가 두껍고, 토지 희소성도 있고, 장기적으로 버티는 힘이 있는 지역이 많습니다. 하지만 강남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물건이 좋은 건 아닙니다.
저는 매수 전부터 팔 때를 생각합니다. 이 건물을 3년 뒤, 5년 뒤 누가 사줄지 봅니다. 실사용자가 좋아할 건물인지, 임대수익형 투자자가 좋아할 건물인지, 개발업자가 관심 가질 땅인지에 따라 가격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막연히 오르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특히 대출 비중이 큰 매수자는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잔금 치르는 날이 끝이 아닙니다. 그날부터 이자, 임차인 민원, 시설 관리, 세무 신고가 시작됩니다. 빌딩은 사는 순간부터 운영업입니다. 아파트처럼 문 닫아두고 시세만 보는 자산과는 다릅니다.
제가 초보 매수자에게 꼭 말하는 기준
- 현금흐름표를 최악의 조건으로 다시 만들어볼 것
- 매도자 자료보다 임차인 상태를 직접 확인할 것
- 건축물대장과 실제 사용 현황을 비교할 것
- 대출 가능액보다 상환 가능액을 먼저 볼 것
- 좋은 입지라는 말보다 내 매수가가 합리적인지 따질 것
강남 빌딩은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자산도 비싸게 사면 고생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늘 이렇게 봅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물건인지보다, 내가 잠을 잘 수 있는 물건인지. 그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오래 버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