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꼬마빌딩 매매 물건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인 것들

법원 앞 커피숍에서 들은 빌딩매매 이야기
얼마 전 법원 입찰장 근처 커피숍에 앉아 있었는데, 옆자리에서 40대 부부가 꼬마빌딩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상가주택 하나 사서 1층 월세 받고, 위층은 사무실로 돌리면 노후가 편하겠다는 얘기였죠. 듣기에는 참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본 빌딩매매는 그렇게 예쁜 계산표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매나 공매로 나온 빌딩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일반 매매보다 싸게 보이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물건이 많습니다. 임차인이 꼬여 있거나, 건물 상태가 안 좋거나,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거나, 용도변경이 막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물건을 보면서 배운 건 하나입니다. 빌딩은 가격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사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18억짜리 3층 근린생활시설이 2회 유찰돼 11억대까지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혹하죠. 주변 실거래가가 평당 3,000만 원인데 이 물건은 평당 2,10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등기부와 현장을 같이 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옥상 누수 흔적, 2층 무단 증축, 1층 임차인의 대항력 가능성, 주차장 불법 사용까지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싸게 보이는 물건이 아니라, 싸야만 팔리는 물건이었던 겁니다.
빌딩매매에서 초보가 가장 먼저 놓치는 숫자
빌딩을 볼 때 많은 분들이 매매가와 월세부터 봅니다. 월세 700만 원, 매매가 15억이면 단순 수익률이 5.6% 정도 나오니까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계산은 거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공실률, 관리비 미수, 수선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가능성, 중개보수, 취득세, 대출이자까지 넣어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했던 물건 중에 월 임대료가 920만 원으로 적힌 빌딩이 있었습니다. 매도인은 연 수익률 6%라고 설명했죠. 그런데 임대차계약서를 보니 실제로 정상 납부되는 임대료는 680만 원 정도였습니다. 한 임차인은 4개월째 밀렸고, 다른 층은 렌트프리 3개월 조건이 숨어 있었습니다. 광고에 나온 월세와 통장에 들어오는 월세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못 보면 낙찰받고 나서 바로 숨이 막힙니다.
- 광고 임대료가 아니라 실제 입금 내역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 현재 공실보다 앞으로 생길 공실을 더 무겁게 봐야 합니다.
- 엘리베이터, 옥상 방수, 외벽, 소방설비는 예상보다 돈이 크게 들어갑니다.
- 대출금리는 1%만 올라가도 월 현금흐름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빌딩매매는 아파트처럼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같은 도로에 붙어 있어도 코너인지, 주차가 되는지, 층고가 얼마인지, 계단이 가파른지에 따라 임차인 선호가 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엑셀 계산보다 먼저 현장에서 30분 이상 서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사람이 지나가는지, 저녁에 불이 켜지는지, 배달 오토바이가 멈추는지 봅니다. 숫자는 그다음입니다.
권리분석에서 한 줄 놓치면 빌딩은 더 아프다
빌딩 경매에서 권리분석은 아파트보다 훨씬 피곤합니다. 임차인이 여러 명이고, 사업자등록일과 확정일자, 점유 위치가 다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 1층 음식점, 2층 학원, 3층 사무실이 있다고 치면 각각 따로 봐야 합니다. 보증금도 다르고, 대항력 여부도 다르고, 배당받는 순서도 다릅니다.
초보가 특히 조심해야 할 건 환산보증금입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적용 여부가 지역과 보증금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00만 원이면 단순히 5,000만 원짜리 임차인이 아닙니다. 월세를 환산해서 봐야 합니다. 이걸 놓치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금액이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제가 본 사례 중에는 감정가 대비 70%라서 싸다고 달려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낙찰가는 12억 초반. 그런데 1층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 구조를 잘못 봐서 보증금 1억 5,000만 원 가까이를 추가로 떠안게 됐습니다. 거기에 명도 협의금, 밀린 관리비 일부, 방수공사까지 겹치니 처음 예상한 안전마진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낙찰가만 싸다고 안전한 게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확인하는 기본 항목
- 등기부상 말소기준권리와 그 이후 권리의 소멸 여부
- 임차인별 전입,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배당요구 여부
-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표시와 실제 사용 상태
- 토지이용계획, 도로 접면, 주차장 확보 여부
- 관리비, 전기요금, 수도요금 체납 가능성
여기서 하나라도 애매하면 저는 입찰가를 낮추거나 아예 뺍니다. 돈을 벌 기회보다 돈을 잃지 않는 판단이 먼저입니다. 특히 빌딩매매는 한번 잘못 들어가면 되팔기도 쉽지 않습니다. 매수자 풀이 좁고, 대출 심사도 까다롭고, 수리비가 덩어리로 나갑니다.
경락잔금대출은 상담 문자보다 실제 승인 조건이 중요하다
빌딩 경매를 처음 보는 분들이 대출 가능 금액을 너무 쉽게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자로 감정가의 70%, 낙찰가의 80% 가능하다고 받아도 실제 심사에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은행은 건물의 수익성, 임차인 구성, 지역, 담보가치, 차주의 소득과 기존 부채를 같이 봅니다. 특히 오래된 근린생활시설은 보수적으로 보는 지점이 많습니다.
한 번은 낙찰 예정가를 13억으로 잡고 대출 9억을 기대한 분이 있었습니다. 상담 단계에서는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 감정과 심사 후 승인액은 7억 4,000만 원이었습니다. 부족한 1억 6,000만 원을 급하게 메우느라 가족 차용, 신용대출, 보험약관대출까지 끌어왔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면 첫해 운영이 너무 빡빡합니다.
저는 입찰 전 최소 두 군데 이상에서 보수적인 대출 가능액을 받아봅니다. 그리고 낙찰가 대비 10% 이상은 현금 여유를 따로 둡니다. 빌딩은 잔금만 치르면 끝나는 게임이 아닙니다. 취득세, 법무비, 중개보수, 명도비, 수선비, 공실 기간 이자까지 줄줄이 나옵니다. 현금이 얇은 상태로 들어가면 좋은 물건도 나쁜 투자가 됩니다.
진짜 매력 있는 빌딩은 화려하지 않다
초보자는 신축급 외관이나 번화가 간판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제가 오래 들여다본 좋은 빌딩은 의외로 수수합니다. 대로변 바로 뒤 6m 도로, 주차 2대 가능, 층별 구조 단순, 임차인 업종 안정적, 주변에 공실이 많지 않은 물건. 이런 빌딩이 오래 버팁니다.
반대로 피하고 싶은 물건도 분명합니다. 지하층 누수가 있는 건물, 계단이 너무 좁은 건물, 용도와 실제 사용이 다른 건물, 임차인이 전부 지인 관계로 얽힌 건물, 매도인이 수익 자료를 흐리는 건물입니다. 경매라면 여기에 점유자 태도까지 봐야 합니다. 현장에 가서 우편함, 전기계량기, 간판 상태, 내부 출입 흔적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빌딩매매는 멋진 건물주 이야기가 아니라 매달 현금흐름을 지키는 일에 가깝습니다. 수익률 7%라는 말보다 월세가 끊겼을 때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입찰가를 쓸 때 늘 최악의 1년을 먼저 계산합니다. 2개 층 공실, 금리 1% 상승, 방수공사 2,000만 원, 명도 협의금 1,000만 원. 이걸 넣어도 버티면 그때 비로소 가격을 씁니다.
빌딩은 사는 순간부터 관리가 시작됩니다. 싸게 사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복잡도 안에서 사는 겁니다. 남들이 좋다고 몰리는 물건보다 내가 끝까지 설명할 수 있는 물건이 낫습니다. 현장에서 오래 남는 투자자는 크게 한 번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크게 다칠 물건을 조용히 피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