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매매 직접 뛰어보니 싼 땅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싸 보이는 땅이 제일 비싸지는 순간
얼마 전 지인이 3.3㎡당 25만 원짜리 땅을 봤다며 저한테 등기부와 토지이용계획을 들고 왔습니다. 주변 시세가 40만 원은 한다고 했고, 사진으로 보면 길도 있는 것 같고, 마을에서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차가 들어가는 길은 남의 땅을 밟아야 했고, 지목은 전, 용도지역은 계획관리지역이었지만 일부가 하천구역에 걸려 있었습니다. 싸게 보였던 이유가 있던 겁니다.
토지매매는 아파트처럼 네모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아닙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접도, 경사, 배수, 지목, 규제, 인허가 가능성에 따라 가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초보 때는 감정가와 평단가만 보는데, 현장에서 오래 다닌 사람은 ‘이 땅을 실제로 쓸 수 있나’를 먼저 봅니다. 팔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은 매수자 풀이 좁아서 잘못 들어가면 몇 년 동안 돈이 묶입니다.
토지매매 전에 제가 먼저 보는 5가지
저는 토지를 볼 때 등기부부터 열지만, 등기부만 믿지는 않습니다. 등기부는 소유권과 근저당, 가압류 같은 권리관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땅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길이 있는지, 무엇을 지을 수 있는지는 다른 서류와 현장이 같이 말해줍니다.
- 첫째, 지목입니다. 대지인지, 전인지, 답인지, 임야인지에 따라 절차가 달라집니다. 농지는 농지취득자격증명 문제가 붙고, 임야는 산지전용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 둘째, 도로입니다. 지적도상 도로가 있어도 실제 차량 진입이 안 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마을 사람들이 오래 쓰던 길이라도 법적으로는 사도나 남의 토지일 수 있습니다.
- 셋째, 용도지역과 행위제한입니다. 토지이음에서 용도지역, 지구, 구역, 행위제한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개발 가능성이 대충 드러납니다.
- 넷째, 경계입니다. 현장에 말뚝이 없으면 내가 보는 땅과 실제 필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측량비를 아끼려다가 담장 하나, 배수로 하나 때문에 싸움이 납니다.
- 다섯째, 출구 전략입니다. 내가 집을 지을 건지, 창고를 지을 건지, 묻어두고 팔 건지에 따라 봐야 할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목적 없는 토지매매는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특히 맹지는 초보가 제일 많이 당하는 물건입니다. 지도 앱에서 보면 도로 옆인데 실제로는 단차가 심하거나, 도로와 땅 사이에 배수로가 있거나, 접한 부분이 너무 좁아서 건축허가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토지를 볼 때 차에서 내려서 한 바퀴 걷습니다. 땅은 책상 위에서 예쁘고, 현장에서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농지와 허가구역은 계약서보다 먼저 봐야 합니다
토지매매에서 농지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전이나 답을 사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가능성을 계약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서류상 농지인데 실제로는 오래 방치돼 잡목이 우거진 땅도 있습니다. 이런 땅은 ‘농사 지으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지자체 담당 부서에 물어보면 의외로 빨리 감이 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도 걸림돌입니다. 허가구역 안의 토지는 일정 요건에 따라 관할 지자체 허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부24 민원 안내 기준으로 토지거래계약허가 처리기간은 총 15일로 안내되지만, 현장에서는 보완 요구가 나오면 시간이 더 걸리는 느낌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매도자에게 잔금 날짜를 너무 빡빡하게 잡아주면 매수자가 스스로 목을 조르는 모양이 됩니다.
계약서에는 특약을 분명히 넣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농지취득자격증명, 토지거래허가, 진입로 사용승낙, 분묘 처리, 측량 결과 면적 차이 같은 문제는 말로 넘기면 나중에 서로 얼굴 붉힙니다. 토지는 작은 문장 하나가 잔금일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경매 토지는 더 싸지만 더 차갑습니다
경매장에서 토지를 보면 유찰이 여러 번 된 물건이 많습니다. 감정가 2억짜리가 1억 2천까지 내려가면 눈이 흔들립니다. 근데 유찰에는 대체로 이유가 있습니다. 맹지, 분묘, 공유지분, 법정지상권 소지, 농취증 불확실, 형질변경 제한 같은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서는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다만 그 서류도 현장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예전에 본 토지는 서류상 특별한 하자가 없어 보였는데, 현장에 가보니 묘지가 여러 기 있었습니다. 분묘가 있으면 협의가 필요하고,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낙찰가만 낮다고 수익이 남는 구조가 아닙니다.
대출도 아파트와 다릅니다. 경락잔금대출을 알아볼 때 토지는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감정가가 높아도 실제 대출 가능액은 기대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 전 최소 두 곳 이상에 물어봅니다. 잔금 못 치르면 보증금이 날아갑니다. 경매에서 ‘될 것 같다’는 말은 돈으로 막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초보에게 말리고 싶은 토지매매 유형
제가 초보에게 특히 말리는 땅이 있습니다. 첫째, 길이 애매한 땅입니다. 둘째, 주변에 거래 사례가 거의 없는 땅입니다. 셋째, 개발 호재만 떠도는 땅입니다. 넷째, 지분만 파는 땅입니다. 다섯째, 현장에 가기 귀찮을 만큼 먼 땅입니다.
개발 호재는 가장 달콤합니다. 역이 들어온다, 도로가 난다, 산업단지가 온다, 이런 말은 늘 사람을 들뜨게 합니다. 그런데 호재는 단계가 있습니다. 말만 나온 단계, 계획에 반영된 단계, 예산이 붙은 단계, 보상이 시작된 단계는 전혀 다릅니다. 호재만 믿고 산 땅은 호재가 늦어지는 순간 그냥 세금 내는 땅이 됩니다.
토지매매는 잘하면 큰 수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보가 처음부터 어려운 땅을 잡을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처음 사는 토지라면 차가 바로 들어가고, 경계가 분명하고, 용도와 규제가 단순하고, 주변 거래가 확인되는 물건부터 보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투자에서 용기는 필요하지만, 땅에서는 겁도 자산입니다. 겁이 있어야 현장에 한 번 더 가고, 서류를 한 장 더 열고, 잔금 전에 한 번 더 묻습니다. 그 작은 불편함이 큰 손실을 막아줄 때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