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공매 당해세를 놓칠 뻔한 날 공고문을 다시 읽었다

얼마 전 신탁공매 물건을 보다가 입찰가를 적기 직전에 손이 멈췄습니다. 공고문 뒤쪽에 ‘당해세를 포함한 제세공과금은 매수인 부담’이라는 문장이 있었거든요. 등기부에 압류가 보인다고 세금 액수까지 적혀 있는 건 아닙니다. 낙찰가만 계산했다면 예상한 수익이 크게 줄어들 뻔했습니다.
당해세라는 말보다 먼저 볼 것
당해세는 그 부동산과 관련해 부과된 세금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거론됩니다. 다만 세금 종류와 우선순위는 법에 따라 구분해야 합니다. 더구나 신탁공매 당해세에서 입찰자가 당장 알아야 할 것은 ‘누가 그 세금을 내기로 했고, 안 내면 압류는 어떻게 풀리는가’입니다.
신탁공매는 신탁회사가 신탁계약과 공고 조건에 따라 부동산을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 체납 때문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압류재산 공매와 같은 절차로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온비드에서 입찰한다는 사실만으로 체납세금이 낙찰대금에서 자동 배분되고 압류가 말소된다고 볼 수 없어요.
매수인이 이전 소유자의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공고나 매매계약에서 체납세금 정산을 매수인 부담으로 정했거나, 압류가 남아 소유권 이전에 걸림돌이 된다면 결국 돈을 들여 해결해야 할 수 있습니다. 법률상 납세의무와 매매계약상 비용 부담을 따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같은 신탁공매여도 공고 문구가 다르다
실제 공고를 읽어보면 차이가 큽니다. 어떤 공고는 당해세를 포함한 제세공과금을 발생 시점이나 납세의무자와 관계없이 매수인에게 부담시킵니다. 다른 공고는 신탁회사가 부담할 세금에 따른 압류를 잔금에서 납부해 해제하겠다고 적습니다. 그러면서도 2021년 이후 위탁자에게 부과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신탁회사가 정산하지 않는다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세금은 매도인이 내겠지’라는 추측이 통하지 않는 대목입니다.
2021년부터 수탁자 명의로 등기된 신탁재산의 재산세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위탁자입니다. 그렇다고 신탁부동산이 체납과 완전히 무관해지는 건 아닙니다. 일정한 요건에서는 위탁자의 체납 재산세를 신탁재산으로 징수할 수 있도록 지방세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체납과 최근 체납을 한 줄로 묶어 판단하면 안 됩니다.
저는 공고문의 ‘현 상태 매각’이라는 표현을 보면 세금 관련 문장을 따로 표시합니다. 그다음 등기사항증명서의 압류·가압류·근저당권을 읽고 신탁원부를 확인합니다. 신탁원부에는 처분 권한과 정산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담길 수 있습니다.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체납액을 모르면 입찰가도 못 쓴다
가령 낙찰가 2억 7천만 원, 예상 매도가 3억 3천만 원인 물건을 가정해 보죠. 겉으로는 6천만 원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체납세금 900만 원, 수리비 1,200만 원, 명도비 600만 원, 취득세와 등기 등 취득 비용 700만 원, 보유비 300만 원을 잡으면 남는 돈은 2,300만 원입니다. 양도할 때 내는 세금과 중개비까지 빼기 전 숫자입니다. 체납액 900만 원을 모르고 들어갔다면 계산 자체가 달라집니다.
숫자를 확인할 때는 매도 담당자에게 세목, 과세연도, 본세, 가산금, 현재 체납액을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어느 기관의 압류인지, 잔금 지급과 동시에 누가 납부하고 누가 말소서류를 준비하는지도 묻습니다. 세금 정보는 제삼자가 마음대로 발급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신탁회사나 위탁자에게 자료 제공과 정산 방법을 요구해야 합니다. ‘대략 얼마 안 된다’는 전화 설명만으로는 입찰가에 넣을 수 없습니다.
- 공고문과 매매계약서의 제세공과금 부담 문구가 같은지 확인한다.
- 압류별 채권자와 세목을 구분하고, 입찰 직전 기준 체납액을 확인한다.
- 잔금에서 납부한다면 지급 순서와 압류 말소 시점을 서면으로 받는다.
- 임차보증금, 명도비, 관리비, 취득 비용도 별도 항목으로 계산한다.
확인되지 않은 세금은 할인 폭이 아니다
초보 때는 몇 차례 유찰된 물건을 보면 가격이 싸졌다는 생각부터 들기 쉽습니다. 근데 신탁공매에서는 낮아진 최저가만큼 매수인 부담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탁공매 당해세가 공고문에 명시돼 있는데 체납액은 확인되지 않는다면, 싼 가격이 안전한 가격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저라면 입찰 전에 신탁회사에 체납 내역과 정산 방식을 확인하고, 답이 불분명하면 가격을 다시 쓰거나 물건을 넘깁니다. 낙찰받고 나서 알아낼 수 있는 일도 있지만, 세금과 압류만큼은 입찰장에서 보증금을 걸기 전에 숫자와 서류로 확인하는 편이 훨씬 덜 아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