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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계약 연장 앞두고 등기부를 다시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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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계약 연장 앞두고 등기부를 다시 봤더니

얼마 전 경매 물건을 보러 갔다가 세입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월세 계약 연장하기로 했으니 새 계약서만 쓰면 되는 거죠?” 집주인과 월세 5만 원을 올리기로 얘기까지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등기부를 다시 보니 처음 입주할 때 없던 근저당권이 잡혀 있더군요. 월세 액수보다 먼저 확인할 게 생긴 겁니다.

경매 현장에서는 계약서 한 장보다 날짜 한 줄이 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언제 갱신 의사를 전했는지, 보증금을 언제 더 냈는지, 그사이에 어떤 권리가 등기됐는지에 따라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월세 계약 연장을 앞뒀다면 기간, 인상액, 보증금 순서로 차분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장하기로 했다면 먼저 통지 날짜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갱신요구권은 한 번 행사할 수 있고, 행사해 갱신된 계약기간은 2년입니다. 집주인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집주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 세입자의 2기 차임액에 이르는 연체 등이 법에 적힌 사유입니다. “다음 세입자에게 더 받겠다”는 말만으로 거절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계약 만료일이 6월 30일이면, 세입자는 늦어도 4월 30일까지 갱신 요구가 집주인에게 닿도록 챙겨야 합니다. 저는 입찰할 때도 임대차 현황표의 만료일만 보지 않습니다.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한 시점과 집주인이 받은 기록을 따로 확인합니다. 문자나 메시지로 보냈다면 내용과 수신 여부를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전화로만 이야기하면 나중에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부터 다툴 수 있습니다.

양쪽이 법에서 정한 기간에 별다른 통지를 하지 않아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종전 조건으로 다시 임대한 것으로 보고, 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묵시적 갱신과 갱신요구권 행사는 다릅니다. 묵시적으로 이어졌거나 서로 합의해 재계약했다는 사실만으로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자에 어떤 의사를 표시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려는 세입자라면 그 뜻을 분명히 적는 편이 낫습니다.

월세 5%는 자동 인상액이 아니다

집주인이 “법대로 5% 올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자주 봅니다. 여기서 5%는 무조건 올려줘야 하는 금액이 아닙니다. 계약기간 중 법에 따른 증액청구나 세입자의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에서 적용되는 상한입니다. 증액청구는 계약 체결이나 앞선 증액으로부터 1년 안에는 할 수 없고, 지역 조례가 상한을 더 낮게 정한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경제사정의 변동 등을 이유로 한 청구가 타당한지도 별개의 문제입니다.

월세가 70만 원이라면 5%는 3만 5천 원입니다. 월세 73만 5천 원은 1년이면 42만 원을 더 내는 금액이죠. 계약기간이 2년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84만 원입니다. 관리비까지 오르면 체감 지출은 더 커집니다. 저는 인상액을 들으면 먼저 같은 건물과 인근의 실제 임대 매물을 비교합니다. 공실 기간이 길었던 집인지, 수리할 곳은 없는지도 같이 봅니다. 상한이 있다는 사실과 그 금액이 적정하다는 판단은 다릅니다.

반대로 당사자가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새로운 조건으로 합의해 재계약하는 경우에는 위 5% 상한을 모든 협상에 그대로 적용한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서류에 서명하기 전에 이번 계약이 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른 갱신인지, 합의에 따른 재계약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금액만 적고 갱신 경위를 비워두면 나중에 서로 다른 계약을 기억하게 됩니다.

보증금을 더 넣는 순간 권리 순서를 다시 본다

월세 계약 연장에서 제가 더 신경 쓰는 건 보증금입니다. 가령 보증금 2천만 원에 월세 70만 원이던 계약을 보증금 2천100만 원, 월세 70만 원으로 바꾼다고 해보죠. 추가로 넣는 100만 원까지 처음 보증금과 같은 순위로 보호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증액된 보증금의 우선변제권을 확보하려면 변경 내용을 담은 계약서에 다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기존 계약서와 확정일자 자료도 버리지 말고 보관해야 합니다.

그 전에 등기사항증명서를 새로 떼어 봅니다. 처음 계약할 때 깨끗했던 집이라도 그사이 근저당권이나 압류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증액분의 권리 순서는 기존 보증금과 달라질 수 있으니, 앞선 담보권이 있다면 추가 보증금을 넣어도 회수할 여력이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등기부의 채권최고액, 대략적인 매매 시세, 같은 건물의 다른 세입자 보증금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매에서 낙찰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면 뒤에 선 돈부터 부족해집니다.

집주인 이름도 확인합니다. 소유자가 바뀌었다면 현재 등기상 소유자와 계약을 맺는지, 대리인이 서명한다면 위임 관계가 맞는지 살펴야 합니다. 돈을 추가로 보내는 계좌의 예금주도 계약 상대방과 대조합니다. 경매 물건을 보다 보면 계약서에는 예전 집주인 이름이 남아 있고, 세입자는 새 집주인의 계좌로 돈을 보낸 경우가 있습니다. 사정에 따라 권리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니 이런 흔적을 가볍게 넘기지 않습니다.

새 계약서에는 말로 합의한 것까지 적는다

조건을 바꾸기로 했다면 계약서에 기존 보증금과 추가 보증금, 새 월세, 적용 시작일, 계약기간을 구분해 적습니다.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도 양쪽이 같은 내용으로 이해했는지 확인합니다. 수리비를 누가 부담하기로 했는지, 관리비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도 금액만큼 중요합니다. “전처럼 하죠”라는 한마디는 막상 누수가 나거나 중도 퇴거가 생기면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묵시적 갱신이나 갱신요구권 행사로 이어진 계약에서는 세입자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집주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깁니다. 이사 계획이 있는 세입자라면 새집 입주일만 보고 기존 보증금이 즉시 돌아올 거라고 잡지 않는 게 좋습니다. 집주인도 세입자가 나갈 수 있는 시점과 보증금 반환 자금을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월세 계약 연장 얘기가 나오면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날 등기부를 한 번 더 봅니다. 월세 몇만 원 협상은 눈에 잘 띄지만, 보증금의 순서와 반환 시점은 조용히 지나가기 쉽거든요. 오래 살아 익숙한 집일수록 그 두 가지를 새집 보듯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놓입니다.

월세 계약 연장 앞두고 등기부를 다시 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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