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문자 한 통 때문에 보증금 일정이 꼬였다

얼마 전 경매 물건의 임차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휴대전화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계약 만료일은 분명했는데, 집주인에게 보낸 문자는 “저희 이사할 수도 있어요”가 전부였습니다. 답장은 없었고요. 임차인은 나갈 뜻을 전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문장만으로는 계약을 끝내겠다는 의사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전세 만기 문자는 짧아도 됩니다. 다만 언제, 누구에게, 무슨 뜻을 전했는지는 남아야 합니다.
만기 두 달 전을 달력에 먼저 표시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통지하지 않으면, 다른 요건도 충족된 경우 기존 조건으로 묵시적 갱신이 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의 갱신거절 통지 기간은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입니다. 문자 발송 버튼을 누른 날만 볼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통지가 도달했는지도 따져야 합니다. 저는 계약서의 만료일을 확인하면 두 달 전 날짜에 표시하고, 며칠 여유를 두고 보냅니다. 마지막 날 밤에 보내 놓고 마음 졸일 이유가 없습니다.
가령 만료일이 10월 31일인데 새집 잔금을 11월 1일로 잡았다고 해보죠. 집주인이 보증금 2억 원을 제때 돌려주지 않으면 새집 일정도 흔들립니다. 이때 만기 통지 기록까지 애매하면 계약이 언제 끝나는지를 두고 다투는 일부터 생길 수 있습니다. 경매 현장에서도 보증금 액수만큼 계약 종료 경위와 통지 기록을 꼼꼼히 봅니다. 말로 했다는 설명과 남아 있는 기록은 무게가 다릅니다.
“이사할 수도”보다 종료 의사를 분명히 쓴다
제가 임차인이라면 문자를 길게 꾸미지 않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주택, 만료일, 갱신하지 않겠다는 의사, 보증금 반환 요청을 한 문장씩 넣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아파트 ○동 ○호 임차인 강도현입니다. 임대차계약 만료일인 2027년 10월 31일에 계약을 종료하고 갱신하지 않겠습니다. 만료일에 전세보증금 2억 원을 반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확인하시면 답장 부탁드립니다.”
날짜와 금액은 반드시 계약서와 맞춰야 합니다. 집주인이 바뀌었다면 현재 임대인이 누구인지 등기사항증명서와 계약 관계를 확인한 뒤 보내야 하고요. 중개사에게만 문자를 보내고 집주인에게 통지했다고 믿는 경우도 보는데, 그건 위험합니다. 연락처가 여러 개라면 계약서에 적힌 번호와 실제 연락하던 번호를 대조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계속 살 생각이라면 “연장할게요” 한 줄로 끝내지 않는 게 낫습니다. 기존 조건으로 갱신하려는지, 보증금이나 기간을 다시 협의하려는지에 따라 뒤의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려는 경우에도 법에서 정한 기간과 요건을 확인하고 그 뜻을 명확히 남겨야 합니다.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요구권에 따른 갱신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답장이 없으면 발송 기록만 믿고 기다리지 않는다
문자를 보냈다면 대화창 전체가 보이도록 보관합니다. 상대 번호, 발송 시각, 본문, 답장이 함께 남아야 합니다. 캡처 한 장만 믿기보다 원본 대화도 지우지 않습니다. 집주인이 “알겠습니다. 만기에 돌려드릴게요”라고 답하면 훨씬 명확합니다. 답장이 없거나 전달 여부가 불분명하면 전화로 확인하되, 통화 뒤에는 확인한 내용을 다시 문자로 남깁니다.
예를 들어 “방금 통화한 대로 10월 31일 계약 종료와 보증금 반환을 요청드립니다”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계속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다툼이 예상된다면 내용증명 등 도달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해야 합니다. 문자 하나가 언제나 충분한 증거가 된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특히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했다면 보증기관이 요구하는 계약 종료 증빙과 청구 절차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만기에 돈이 안 들어오면 이사 순서를 다시 잡는다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가 들어오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여러 번 봤습니다. 새 세입자를 구하는 건 집주인의 자금 마련 계획이지, 임차인의 새집 잔금일을 보장하는 약속은 아닙니다. 만기 전부터 반환 가능 날짜와 지급 방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새집 계약금이나 이사비까지 포함해 돈이 묶일 때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못 받았다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집을 비우고 전입신고부터 옮기면 기존에 갖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은 이런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신청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등기사항증명서에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마쳐졌는지 확인한 뒤 이사와 전출 순서를 판단해야 합니다. 보증금 반환 청구나 보증기관 절차가 필요한지도 함께 살펴야 하고요.
경매에서 권리분석 한 줄을 놓치면 손실이 커지듯, 전세 만기 때도 문자 한 줄의 표현과 날짜가 뒤의 일정을 바꿉니다. 저는 좋은 문장보다 분명한 의사, 여유 있는 발송 시점, 확인 가능한 기록을 더 믿습니다. 보증금은 약속만으로 돌아오는 돈이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