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보증금 몰수 직전까지 갔던 입찰 이야기

입찰장에서는 낙찰가보다 보증금 액수를 먼저 적어 둡니다. 낙찰받고도 잔금을 못 낸 사람을 봤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대출이 될 거라 믿었는데, 막상 은행 상담을 받으니 필요한 돈이 모자랐죠. 경매 보증금 몰수는 입찰표를 잘못 썼을 때 생기는 벌금이 아닙니다. 매수인이 된 뒤 대금지급기한을 지키지 못할 때 현실이 되는 손실입니다.
낙찰받았다고 곧바로 보증금을 잃는 건 아니다
법원 경매 입찰 때 내는 돈의 정확한 이름은 매수신청보증금입니다. 기일입찰에서는 원칙적으로 최저매각가격의 10%를 냅니다. 내가 써낸 입찰가의 10%가 아닙니다. 법원이 보증금액을 달리 정할 수 있으니 실제 입찰 전에는 해당 사건의 매각공고와 매각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대법원도 보증금액을 달리 정하려면 법원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가령 최저매각가격이 2억 원이고 입찰가를 2억 3천만 원으로 썼다면, 통상적인 보증금은 2천만 원입니다. 다른 사람이 낙찰받아 매수 책임에서 벗어나면 보증금을 돌려받습니다. 차순위매수신고인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선순위 매수인이 대금을 모두 낼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42조는 선순위 매수인이 완납하면 차순위매수신고인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내가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됐다고 해서 그날 바로 소유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매각허가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이 대금지급기한을 정해 통지하고, 매수인은 그때까지 대금을 내야 합니다. 현금으로 낸 보증금은 매각대금에 들어갑니다. 위 사례라면 이미 낸 2천만 원을 빼고 2억 1천만 원을 준비하는 식입니다.
잔금을 못 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금지급기한까지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차순위매수신고인도 없으면, 민사집행법 제138조에 따라 법원은 재매각을 명합니다. 이때 전의 매수인은 그 재매각에 다시 입찰할 수 없고, 낸 보증금도 돌려 달라고 요구하지 못합니다. 흔히 말하는 ‘경매 보증금 몰수’가 이 상황입니다. 보증금을 잃으면 끝이고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하면 안 됩니다. 민사집행법 제147조에 따르면 반환을 요구할 수 없는 보증금은 배당할 금액에 포함됩니다.
잔금이 늦었다고 손쓸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집행법 제138조 제3항은 전의 매수인이 재매각기일의 3일 이전까지 대금과 지연이자, 절차비용을 지급하면 재매각절차를 취소하도록 합니다. 다만 ‘3일 전쯤 돈을 마련하자’는 계획은 위험합니다. 지급할 금액과 기한을 집행법원에 바로 확인하고, 실제 납부까지 마쳐야 합니다. 늦은 만큼 이자와 비용도 더해집니다.
대출이 거절됐거나 시세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절차가 열리지는 않습니다. 매각 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거나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다면 매각불허가나 매각허가결정 취소 문제를 검토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판단이 달라진 사정과 법적 취소 사유는 구분해야 합니다. 문제가 보이면 잔금일을 넘기기 전에 경매기록과 근거자료를 갖고 집행법원 또는 경매 사건을 다루는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대출이 된다는 말만 믿고 입찰했던 순간
초보 때 가장 위험한 말이 ‘경락잔금대출은 낙찰받으면 나온다’였습니다. 대출 가능액은 물건의 종류와 상태, 선순위 권리, 점유 상황, 차주의 소득과 기존 대출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담 때 들은 숫자와 실제 심사 결과가 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입찰 전에 금융기관에 물건 자료를 보여주고, 어느 금액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앞의 2억 3천만 원 사례에서 대출이 1억 3천만 원만 나온다고 가정해 봅시다. 잔금 2억 1천만 원에서 대출금을 빼면 추가 현금 8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이미 낸 보증금 2천만 원과 별개입니다. 취득세, 등기 비용, 이자, 밀린 관리비 중 인수할 부분, 수리비와 명도 비용도 계산해야 합니다. 통장에 8천만 원만 있으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입찰가를 정할 때 먼저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내 돈으로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나’를 봅니다. 금리가 높아졌을 때의 월 이자와 명도가 길어졌을 때의 버틸 기간도 같이 적습니다. 수익 계산표에는 몇 백만 원 차이로 보이지만, 잔금일에 현금이 모자라면 손실 단위가 보증금 전체로 바뀝니다.
입찰 전날에는 가격보다 서류를 다시 본다
보증금 손실을 피하는 첫 단계는 돈만 마련하는 일이 아닙니다.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임차인의 점유와 인수 가능성을 확인하고, 등기부에서는 말소되지 않을 권리가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현황조사서와 감정평가서의 조사 시점도 봅니다. 오래된 자료라면 현장과 현재 시세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점유자나 내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 불확실성만큼 입찰가를 낮추거나 입찰을 접는 편이 낫습니다.
그다음에는 매각공고의 보증금액, 입찰기일, 물건번호를 확인합니다. 자금표에는 보증금, 잔금, 세금과 각종 비용을 따로 적고, 대출이 줄어드는 경우까지 넣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그 표를 채우지 못한 물건은 싸 보여도 아직 입찰할 준비가 안 된 물건입니다.
입찰장에서 가장 아쉬운 건 낙찰에 실패한 사람이 아닙니다. 낙찰받고 나서야 감당할 수 없는 돈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차린 사람입니다. 보증금 2천만 원을 잃을 가능성을 알고도 쓸 가격인지, 봉투를 내기 전에 한 번 더 계산하는 습관이 오래 살아남게 해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