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취득세 기준을 따져보니 3억의 뜻이 달랐다

얼마 전 지인이 부모님 아파트를 증여받는다며 취득세를 계산해 왔습니다. 공시가격이 4억 원이니 3.5%를 곱해 1,400만 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아파트 시세는 6억 원이었고, 부모님은 다른 집도 갖고 계셨습니다. 그 계산대로 자금을 준비했다면 등기할 때 크게 당황했을 겁니다.
경매 입찰 전에도 낙찰가에 세율 하나만 곱하고 끝내는 분을 봅니다. 증여는 더 헷갈립니다. 중과 여부를 가르는 가격과 실제 세금을 매기는 가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증여 취득세 기준을 볼 때 제가 먼저 확인하는 것도 바로 그 두 숫자입니다.
3억 원은 세금을 곱할 가격이 아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증여의 취득세율은 3.5%입니다. 다만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증여받고, 그 주택의 시가표준액이 3억 원 이상이면 12% 중과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택의 시가표준액은 통상 공시가격을 뜻합니다. 여기서 3억 원은 중과 대상인지 판단하는 문턱입니다.
같은 집이라도 시가표준액이 2억 9,000만 원이면 이 요건에 따른 12% 중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딱 3억 원이면 ‘이상’에 들어갑니다. 시세가 3억 원을 넘었는지만 보고 판단하면 틀리기 쉽습니다. 증여받는 지분이 일부라고 해서 전체 주택의 공시가격을 지분만큼 줄여 3억 원과 비교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지방세법 시행령은 지분만 취득할 때도 이 중과 기준을 판단하면서 전체 주택의 시가표준액을 보도록 합니다.
증여받는 사람이 무주택자인지도 많이 묻습니다. 이 중과 규정은 주택을 매수할 때처럼 수증자의 주택 수만 세어 답을 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주택 소재지가 증여 취득일에 조정대상지역인지, 전체 주택의 시가표준액이 얼마인지, 증여자가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상태는 바뀔 수 있으니 예전에 저장한 지역 목록만 믿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부모님 집 한 채라면 예외부터 확인한다
12%가 걸릴 조건을 갖춘 집이라고 모두 중과되는 건 아닙니다. 1세대 1주택자가 소유한 그 주택을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하는 경우에는 중과 예외가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다만 ‘부모님 명의 집은 이것뿐’이라는 말만 듣고 바로 3.5%로 계산하지는 않습니다. 법에서 보는 1세대의 주택 보유 상황과 실제 증여 대상이 그 집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정대상지역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4억 원이고 시가인정액이 6억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다른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증여자가 1세대 1주택자여서 예외가 적용된다면 취득세 본세는 6억 원의 3.5%인 2,100만 원입니다. 같은 집이라도 예외가 없어서 12%가 적용된다면 본세만 7,200만 원입니다. 차이는 5,100만 원입니다. 실제 납부액에는 지방교육세와 해당되는 경우 농어촌특별세 등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족 간 이전 이야기를 들으면 먼저 등기부와 주택 보유 현황부터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세율을 잘못 잡으면 예상 수익률이나 대출 계획이 흔들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장 낼 현금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 4억인데 왜 6억에 세금을 매길까
여기서 두 번째 숫자가 나옵니다. 지방세법상 증여처럼 대가 없이 취득한 부동산의 과세표준은 원칙적으로 시가인정액입니다. 해당 부동산의 매매사례가액, 감정가액, 경매·공매가액이나 요건에 맞는 유사 부동산의 거래가액 등이 판단에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의 예시에서는 12% 중과 여부는 공시가격 4억 원으로 판단하면서, 세액 계산은 시가인정액 6억 원을 바탕으로 한 겁니다.
반대로 증여계약서에 가족끼리 적은 금액이 그대로 과세표준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비슷한 아파트의 거래가 있었는지, 어느 시점의 가격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방세법 시행령의 기본 평가기간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까지입니다. 일정한 경우에는 그 밖의 거래도 심의를 거쳐 인정될 수 있어, 계약 당일 보이는 가격 하나로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취득물건의 시가표준액이 1억 원 이하인 무상취득은 법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시가인정액과 시가표준액 중 납세자가 과세표준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가인정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시가표준액을 쓰는 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1억 원을 넘는 평범한 아파트 증여라면 공시가격에 3.5%만 곱하는 계산을 기본값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전세보증금까지 넘기면 계산이 갈라진다
경매 물건을 볼 때 임차인의 보증금을 빼놓고 수익을 말하면 숫자가 무의미해집니다. 증여도 비슷합니다. 집과 함께 대출이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실제로 넘겨받는 부담부증여라면, 인수한 채무액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상취득으로 보고 나머지는 무상취득으로 봅니다. 취득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한 줄로 계산할 일이 아닙니다.
시가인정액 6억 원인 집에 실제 인수할 채무가 2억 원 있다고 가정해도, 무상 부분 4억 원에 3.5%를 곱하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 채무 부분은 유상취득 규정으로, 나머지는 무상취득 규정으로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 집이 조정대상지역의 중과 대상인지, 증여자의 양도소득세가 생기는지, 수증자의 증여세는 얼마인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채무를 종이에만 적고 실제로 인수하지 않는 방식은 특히 조심스럽습니다.
증여 취득세는 증여세와도 별개입니다. 증여세 공제가 된다는 말을 듣고 취득세까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세목과 계산 기준이 다릅니다. 현금 계획에는 취득세 본세뿐 아니라 붙는 세금, 등기 비용, 증여세, 부담부증여라면 증여자의 세금까지 나란히 적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신고 기한도 놓치기 쉽습니다. 지방세법상 증여 취득세는 원칙적으로 취득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하고 납부합니다. 저는 증여계약서를 쓰기 전에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 시가인정액 자료, 증여자의 주택 보유 상황, 승계할 채무를 한 장에 적어 봅니다. 증여는 가족 사이 일이라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세금은 그 종이에 빠진 숫자부터 문제를 삼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