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 물건 싸다고 들어갔다가 등기부 한 줄에 식은땀 난 후기

법원 경매보다 쉬워 보인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얼마 전 지인이 온비드에서 나온 공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감정가 2억 4천만 원짜리 빌라인데 최저입찰가가 1억 6천만 원대까지 내려와 있더군요. 화면만 보면 괜찮아 보였습니다. 사진도 멀쩡했고, 역까지 도보 10분이라고 적혀 있었고, 주변 실거래도 얼추 받쳐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근데 제가 제일 먼저 본 건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점유자가 누구인지, 말소되지 않을 권리가 있는지, 관리비가 얼마나 밀렸는지, 대출이 실제로 붙을 물건인지였습니다. 공매는 입찰장이 법원이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돈 잃는 구조는 경매와 비슷합니다. 오히려 초보 입장에서는 서류를 직접 찾아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아서 더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공매가 편한 건 맞습니다. 집에서 입찰할 수 있고, 일정도 온라인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편하다는 말이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클릭 몇 번으로 입찰이 끝나는 구조라서 판단도 너무 가볍게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본 손실은 대부분 입찰 전에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공매에서 먼저 보는 건 낙찰가가 아니라 점유와 권리입니다
초보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게 “얼마에 쓰면 되냐”입니다. 솔직히 그 질문이 제일 늦게 나와야 합니다. 권리분석이 안 된 상태에서 낙찰가부터 계산하면 숫자는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위험한 입찰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감정가 3억 원, 최저가 2억 1천만 원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주변 급매가 2억 8천만 원이면 2억 3천만 원에 낙찰받으면 5천만 원 남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고 있고 보증금 1억 2천만 원을 인수해야 한다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낙찰가 2억 3천만 원에 인수금액 1억 2천만 원이면 실제 투입 기준은 3억 5천만 원이 됩니다. 싸게 산 게 아니라 비싸게 산 겁니다.
공매 물건은 압류재산, 국유재산, 수탁재산 등 성격이 다릅니다. 물건 종류에 따라 확인해야 할 서류도 달라집니다. 매각조건에 인수되는 권리가 적혀 있는지, 임대차 관계가 어떻게 공지되어 있는지, 현황조사 내용이 충분한지 봐야 합니다. 애매하면 입찰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입찰을 빼는 쪽이 낫습니다.
제가 입찰 전 꼭 보는 항목
- 등기부상 말소기준권리와 그보다 앞선 권리
- 전입세대열람, 확정일자, 임차보증금 규모
- 점유자가 소유자인지 임차인인지 불명확한 사람인지
- 미납 관리비와 공용부분 승계 가능성
- 대출 가능 여부와 잔금 납부 기한
- 현장 출입이 어려울 때 외부 상태와 주변 매물 수준
시세조사는 네이버 매물만 보면 거의 틀립니다
공매에서 손실 나는 두 번째 이유는 시세 착각입니다. 매물 호가를 시세로 믿는 순간 계산이 흔들립니다. 매도자가 3억에 내놨다고 그 집이 3억짜리인 건 아닙니다. 실제 거래는 2억 7천만 원에 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마저도 수리된 집 기준일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세 가지를 나눠 봅니다. 실거래가, 현재 매물 호가, 현장 중개업소 반응입니다. 실거래가가 6개월 전 2억 9천만 원이었다고 해도 지금 매수 문의가 끊겼으면 그 숫자는 힘이 약합니다. 반대로 호가는 낮아 보여도 층, 방향, 누수, 엘리베이터 유무 때문에 실제 매수자가 싫어하는 집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지방 소형 아파트 공매 물건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 대비 35% 정도 빠져 있어서 숫자만 보면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같은 동 같은 평형 매물이 5개나 쌓여 있었고, 중개사무소에서는 “급매도 잘 안 나간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물건은 입찰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낙찰가를 보니 제가 생각한 안전가보다 1,800만 원 높게 들어갔더군요. 그 정도면 취득세, 수리비, 중개수수료까지 넣었을 때 빠져나오기 어려운 가격이었습니다.
명도 비용은 엑셀에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공매든 경매든 낙찰받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잔금 내고, 소유권 이전하고, 점유자를 내보내고, 수리하고, 임대나 매도를 해야 돈이 돌아옵니다. 이 과정에서 초보가 제일 작게 잡는 비용이 명도입니다.
소유자가 살고 있으면 대화가 비교적 단순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임차인, 전 소유자의 가족, 연락이 잘 안 되는 점유자, 사업장 운영자라면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사비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소송과 강제집행으로 4~6개월 끌고 가는 것보다 합의금 200만~400만 원으로 끝내는 게 더 싼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상대가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면 선을 그어야 합니다.
저는 보수적으로 계산할 때 명도비, 체납관리비, 기본 수리비, 잔금대출 이자 3개월분을 먼저 넣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을 넣어도 수익이 남는 물건만 봅니다. 계산 전에는 좋아 보였는데 비용을 넣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물건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초보라면 이런 공매 물건은 잠깐 멈추는 게 낫습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물건으로 실력을 키우겠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그 말이 꽤 위험하게 들립니다.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가능성, 선순위 임차인, 공유지분, 도로 없는 토지, 무허가 건물,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한 토지 같은 물건은 초보가 연습 삼아 들어갈 대상이 아닙니다.
특히 공매 토지는 사진만 보고 판단하면 사고가 납니다. 지적도상 도로가 있는지, 실제 차량 진입이 되는지, 경사도는 어떤지, 묘지나 분묘 이슈는 없는지, 개발행위가 가능한지까지 봐야 합니다. 싸게 낙찰받았는데 팔리지도, 쓰지도 못하는 땅이면 자금이 묶입니다. 수익률 계산서에서는 멋있지만 통장에서는 답답한 물건이 됩니다.
초보에게는 아파트나 빌라처럼 비교 사례가 많은 주거용 물건이 낫습니다. 그중에서도 점유관계가 단순하고, 인수 권리가 없고, 대출 가능성이 높은 물건부터 경험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첫 낙찰에서 큰돈 버는 것보다 큰 실수 없이 한 사이클을 끝내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공매는 좋은 기회가 있는 시장입니다. 저도 공매로 괜찮은 물건을 몇 번 잡았습니다. 다만 싼 가격은 항상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서류와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면 아직 내 물건이 아닙니다. 입찰 버튼 누르기 전 10분 더 보는 습관이, 낙찰 후 몇 달 고생을 막아줍니다. 저는 지금도 마음에 드는 물건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합니다. 오래 하다 보니 그게 돈을 버는 습관에 가깝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