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매매프로그램 믿고 돈 넣어봤던 지인의 진짜 이야기

입찰장보다 무서운 건 ‘알아서 벌어준다’는 말이었다
얼마 전 경매 같이 보러 다니던 지인이 자동매매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프로그램이 알아서 사고팔아 주니까 본인은 신경 쓸 게 없다고 하더군요. 수익률 캡처도 보여줬습니다. 한 달 8%, 어떤 날은 하루 2% 수익. 숫자만 보면 법원 경매장에서 권리분석 붙잡고 머리 싸매는 게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근데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예전에 낙찰받은 빌라 한 건이 떠올랐습니다. 감정가 2억 1천만 원, 최저가 1억 4천만 원까지 떨어진 물건이었는데 등기부만 보면 깨끗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임차인 배당요구 날짜와 전입일을 같이 보니 대항력 문제가 걸려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는 싸 보였지만 실제로는 보증금 6천만 원을 떠안을 수 있는 물건이었죠. 자동매매프로그램도 비슷합니다. 화면에 찍힌 수익률만 보면 좋아 보이는데, 그 안에 어떤 위험이 숨어 있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자동매매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정해진 조건에 맞춰 자동으로 매수와 매도를 실행하는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이 5분봉 기준으로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면 매수하고, 3% 떨어지면 손절하는 식입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래량이 늘고 특정 가격을 넘으면 들어가고, 목표가나 손절가에 닿으면 빠져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동’이지 ‘판단’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은 사람이 미리 넣어둔 조건대로 움직입니다. 부동산 경매로 치면 자동매매프로그램은 입찰표를 대신 써주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물건이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지, 유치권 신고가 진짜인지, 관리비 체납이 얼마인지는 스스로 깊게 따져주지 않습니다. 조건을 잘못 넣으면 잘못된 입찰표를 아주 빠르게, 아주 성실하게 제출하는 셈입니다.
제가 지인에게 처음 물어본 것도 그 부분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손실 나는 구간은 언제냐”고요. 그런데 답이 애매했습니다. 개발자가 백테스트를 했고, 승률이 70%라고만 했습니다. 경매에서도 ‘이 지역 낙찰가율 평균 78%’ 같은 숫자만 믿고 들어가면 사고 납니다. 평균은 평균일 뿐이고, 내가 찍은 그 물건 하나가 문제면 내 돈이 나갑니다.
수익률 캡처보다 먼저 봐야 할 것들
자동매매프로그램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건 수익률 그래프가 아닙니다. 손실 구간입니다. 특히 최대 낙폭, 즉 계좌가 고점 대비 얼마나 빠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은 1년 수익률 40%를 보여주지만 중간에 계좌가 35%까지 빠진 적이 있습니다. 1억을 넣었다면 6천5백만 원까지 내려간 구간을 버텨야 했다는 뜻입니다.
경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낙찰가만 보면 싸게 산 것 같은데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미납관리비, 수리비, 대출이자까지 더하면 수익이 거의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매매도 수수료, 슬리피지, 서버 지연, 거래소 장애, 급락장 미체결 같은 비용과 변수가 붙습니다. 백테스트에서는 1.2% 수익으로 잡힌 거래가 실제 계좌에서는 수수료와 체결 차이 때문에 0.3% 손실로 바뀌기도 합니다.
- 최대 낙폭이 얼마였는지
- 실계좌 운용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인지
- 수수료와 슬리피지를 반영한 수익률인지
- 손절 기준이 명확한지
- 프로그램 중단 조건이 있는지
이 다섯 가지를 못 보여주는 자동매매프로그램이면 저는 돈을 크게 넣지 않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손실 난 적 없다”는 말은 더 조심합니다. 경매판에서도 10번 잘하다가 1번 잘못 낙찰받으면 몇 년 번 돈을 토해냅니다. 투자에서 손실이 없다는 말은 대개 손실을 아직 인정하지 않았거나, 운용 기간이 짧거나, 위험을 뒤로 미뤄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인이 겪은 자동매매프로그램 손실 사례
그 지인은 처음에 500만 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첫 달에 38만 원 정도 벌었습니다. 수익률로 치면 7%가 조금 넘죠. 그때부터 마음이 흔들린 겁니다. 두 번째 달에 2천만 원을 넣었고, 세 번째 달에는 마이너스 통장 3천만 원까지 끌어와 총 5천만 원 가까이 운용했습니다.
문제는 급락장에서 터졌습니다. 프로그램은 분할매수 전략이었습니다. 1차 매수 후 2% 하락하면 추가 매수, 다시 2% 빠지면 또 추가 매수하는 방식이었죠. 횡보장에서는 꽤 잘 먹힙니다. 내려가면 물타고, 조금 반등하면 빠져나오니까 수익이 자주 찍힙니다. 그런데 한 방향으로 15%, 20% 밀리는 장에서는 계좌가 순식간에 무거워집니다.
결국 5천만 원 계좌가 한때 3천8백만 원대까지 내려갔습니다. 평가손실만 1천만 원 넘게 찍히니 그때부터는 프로그램을 믿는 문제가 아니라 잠을 잘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됩니다. 더 아픈 건 손절을 못 한 겁니다. “자동으로 복구된다”는 설명을 믿고 버텼는데, 실제로는 프로그램이 계속 평균단가만 낮추고 있었습니다. 부동산으로 치면 권리 하자 있는 물건을 하나 더 사서 평균 매입가를 낮추겠다는 발상과 비슷합니다. 싼 걸 더 산다고 위험이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부동산 경매 투자자 눈으로 본 자동매매프로그램 사용 기준
저는 자동매매프로그램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감정적으로 매매하는 것보다 규칙대로 움직이는 게 나을 때도 많습니다. 경매에서도 감정에 휘둘려 한 번 더 부르면 낙찰은 받을 수 있어도 수익은 날아갑니다. 규칙이 있다는 건 분명 장점입니다.
다만 자동매매프로그램을 ‘돈 버는 기계’로 보면 위험합니다. 저는 이걸 외주 직원처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맡길 수는 있지만, 장부 확인은 내가 해야 합니다. 어떤 전략으로 들어가는지, 언제 멈추는지, 최악의 경우 얼마까지 잃을 수 있는지 모르면 사용하면 안 됩니다.
처음부터 큰돈을 넣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경매 초보에게도 저는 첫 낙찰부터 전 재산 걸지 말라고 말합니다. 자동매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3개월은 아주 작은 금액으로 실계좌를 돌려봐야 합니다. 100만 원으로 운용했을 때 10만 원 손실을 못 견디는 사람은 1억으로 1천만 원 빠질 때 절대 버티지 못합니다. 수익률보다 자기 심리 한도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 처음 운용금은 잃어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 돈으로 제한
- 대출금, 전세보증금, 사업자금은 투입 금지
- 일별 수익보다 월별 손실폭을 기록
- 전략 변경 내역을 반드시 확인
- 운영자가 손실 사례를 공개하는지 확인
자동매매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건 멈출 기준이다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잘 버는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더 무섭습니다. 경매에서도 1년에 한두 건만 해도 큰 사고 없이 꾸준히 가는 사람이 결국 자산을 쌓습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비슷합니다. 화려한 월 수익률보다 손실 났을 때 어떻게 빠져나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저라면 자동매매프로그램을 쓰더라도 계좌 전체의 10~20% 안쪽에서만 테스트합니다. 그리고 월 손실이 5%를 넘으면 중단, 최대 낙폭이 설명받은 범위를 넘으면 출금, 운영자가 전략을 바꿨는데 공지가 불명확하면 바로 멈춥니다. 이런 기준 없이 시작하면 프로그램이 돈을 굴리는 게 아니라 내 불안이 돈을 굴리게 됩니다.
부동산 경매든 자동매매든 공통점이 있습니다. 남이 벌었다는 이야기보다 내가 잃을 수 있는 돈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표 쓰기 전에 최악의 상황을 종이에 적습니다. 자동매매프로그램도 그렇게 봐야 합니다. 수익률 그래프가 예뻐 보여도, 내 돈이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광고가 아니라 현장입니다. 현장에서는 모르는 걸 믿는 사람이 제일 비싸게 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