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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고 들어간 물건경매, 잔금날 식은땀 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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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고 들어간 물건경매, 잔금날 식은땀 난 후기

얼마 전 후배가 법원 경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감정가 2억 4천만 원짜리 빌라인데 2회 유찰돼서 최저가가 1억 5천만 원대까지 내려온 물건이었죠. 사진만 보면 깨끗했고, 역까지 도보 8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후배는 이미 마음이 반쯤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등기부와 매각물건명세서를 같이 보다가 딱 한 줄에서 멈췄습니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 배당요구 없음. 초보가 물건경매에서 가장 많이 다치는 지점이 바로 이런 순간입니다.

싸 보이는 물건이 진짜 싼 건 아니다

물건경매를 처음 보면 유찰 횟수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감정가보다 30%, 40% 싸졌다고 하면 손이 먼저 움직이죠. 저도 초반에는 그랬습니다. 10년 전 첫 입찰 때 감정가 1억 8천만 원짜리 다세대가 1억 2천만 원까지 떨어진 걸 보고 괜히 제가 먼저 발견한 보물처럼 느꼈습니다.

근데 경매장에서 싸다는 말은 조심해서 써야 합니다. 낙찰가가 낮아도 떠안는 보증금, 체납 관리비, 인도 비용, 수리비, 취득세, 중개수수료까지 붙으면 일반 매매보다 비싸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임차인 보증금이 낙찰자 인수로 남는 물건은 계산을 다시 해야 합니다. 1억 5천에 낙찰받았는데 인수해야 할 보증금이 6천만 원이면, 실질 매입가는 이미 2억 1천만 원입니다.

제가 후배에게 제일 먼저 묻는 것도 이겁니다. 이 물건을 낙찰받으면 총 얼마가 들어가느냐. 입찰가만 말하면 아직 반도 못 본 겁니다.

물건경매에서 권리분석은 겁먹으라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장치다

권리분석이라고 하면 초보자들이 괜히 어려운 법률 공부처럼 받아들입니다. 물론 용어는 딱딱합니다. 근저당, 가압류, 전입, 확정일자, 배당요구, 말소기준권리 같은 단어가 한꺼번에 나오니까요. 하지만 현장에서 중요한 건 순서입니다. 누가 먼저 들어왔고, 누가 돈을 받아가고, 누가 낙찰자에게 남는지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말소기준권리가 2021년 5월 근저당인데, 임차인 전입일이 2020년 12월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임차인이 대항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고, 배당요구를 안 했다면 보증금이 낙찰자에게 넘어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임차인 전입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늦고 배당요구까지 했다면 비교적 구조가 단순해질 수 있죠. 물론 이것도 주민등록, 점유, 보증금 액수, 소액임차인 여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 등기부등본에서 말소기준권리 날짜를 먼저 잡습니다.
  • 매각물건명세서에서 점유자와 임차인 내용을 확인합니다.
  • 전입세대열람과 현장 점유 상태가 맞는지 봅니다.
  • 인수되는 권리나 보증금이 있는지 숫자로 계산합니다.

이 네 가지를 건너뛰고 낙찰가만 보는 건, 차 바퀴 상태도 안 보고 고속도로에 올라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현장에 가면 인터넷 사진과 다른 얼굴이 나온다

물건경매 사이트 사진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사진은 보통 몇 장 안 되고, 촬영 시점도 지금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입찰 전에는 가능하면 현장에 갑니다. 건물 외벽, 계단, 우편함, 전기계량기, 주차 상태, 주변 소음, 경사도까지 봅니다. 빌라라면 밤에도 한 번 가보는 편입니다. 낮에는 조용해 보였는데 저녁에 불법 주차와 소음이 심한 곳도 꽤 있습니다.

예전에 서울 외곽의 한 빌라 물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류상 전용면적 49㎡, 방 3개, 역세권이라고 적혀 있었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건물 앞 도로가 너무 좁아서 차 한 대 지나가기도 불편했고, 반지하 세대에서 올라오는 습기 냄새가 계단까지 올라왔습니다. 실거주 수요가 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낙찰가를 낮게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나중에 팔 때도 똑같은 약점이 발목을 잡습니다.

시세조사도 호가만 보면 안 됩니다. 부동산 앱에 2억 3천 매물이 있다고 해서 그게 시세는 아닙니다. 최근 실거래가, 같은 동 같은 층 매물, 수리 상태, 엘리베이터 유무, 주차, 대출 가능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저는 보통 보수적으로 세 개 가격을 잡습니다. 바로 팔릴 가격, 3개월 버틸 가격, 손절해야 할 가격. 이 세 숫자가 안 나오면 입찰표를 쓰지 않습니다.

명도 비용은 감정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초보자들이 자주 빠뜨리는 게 명도입니다. 낙찰만 받으면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잔금 납부 후 점유자를 내보내야 내 물건이 됩니다. 점유자가 협조적이면 이사비 일부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안 되거나 감정이 상한 상태면 시간이 길어집니다. 인도명령, 강제집행, 보관비까지 가면 돈도 들고 마음도 지칩니다.

저는 명도 비용을 처음부터 예산에 넣습니다. 소형 빌라라면 최소 2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는 마음속에 잡고 계산합니다. 상황에 따라 더 들 수도 있습니다. 오래된 집이면 도배, 장판, 싱크대, 욕실 수리까지 붙습니다. 1천만 원 수리는 생각보다 금방입니다. 그래서 낙찰 예상 수익이 1천만 원인데 명도와 수리 변수가 크다면, 저는 그 물건을 굳이 잡지 않습니다.

경매는 싸게 사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수를 가격에 반영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경험 많은 사람이 높은 가격을 쓰는 게 아니라, 위험을 뺀 가격을 쓰는 겁니다.

내가 초보라면 이런 물건부터 피한다

처음 물건경매를 시작한다면 수익률보다 생존 확률을 먼저 봐야 합니다. 첫 낙찰에서 크게 벌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차라리 구조가 단순한 아파트, 점유 관계가 명확한 물건, 인수 권리가 없는 물건부터 보는 게 낫습니다. 수익은 작아도 절차를 몸으로 익히는 게 훨씬 큽니다.

  •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데 배당요구가 없는 물건
  • 유치권 신고가 있고 현장 확인이 어려운 물건
  • 공유자 지분만 나온 지분경매
  • 법정지상권 가능성이 있는 토지나 건물
  • 시세가 얇고 거래가 거의 없는 외곽 물건

물론 이런 물건이 전부 나쁜 건 아닙니다. 고수들은 이런 곳에서 수익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초보가 첫 물건으로 들어가기에는 변수의 깊이가 다릅니다. 서류 한 장 더 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협상, 소송 가능성, 자금 여력, 보유 기간까지 버틸 체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후배에게 결국 말한 것도 단순했습니다. 싸서 좋은 물건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감당할 수 있어서 좋은 물건을 골라야 한다는 겁니다. 경매장은 빨리 돈 버는 사람보다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이깁니다. 입찰표 쓰기 전날 밤에 마음이 불편한 물건이라면, 그 느낌을 무시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제 경험상 돈을 벌어준 물건보다, 피해서 살았던 물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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