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매매 물건 직접 검토해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었습니다

처음 호텔매매 자료를 받으면 저는 등기부보다 입구부터 봅니다
얼마 전 지방 중소도시의 호텔매매 물건 자료를 하나 받았습니다. 매도가는 48억, 객실 42개, 대지 210평, 연면적 680평 정도였습니다. 자료만 보면 그럴듯했습니다. 월 매출 7천만 원, 영업이익 2천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고, 사진도 깔끔하게 찍어놨더군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로비 조명은 밝았지만 복도 냄새가 오래된 숙박업소 특유의 습한 냄새였고, 객실 문짝 하단은 물 먹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호텔매매는 아파트나 상가 매매와 다릅니다. 건물만 사는 게 아니라 영업권, 시설 상태, 인허가, 운영 리스크까지 같이 떠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매매가가 싸 보인다고 덥석 들어가면 안 됩니다. 특히 경매나 공매로 나온 숙박시설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장사가 잘되는데 굳이 경매까지 흘러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출 이자, 임대차 분쟁, 시설 노후, 불법 증축, 소방 문제 중 하나는 걸려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매출표보다 카드 매출, 객실 회전율, 공실 패턴을 봐야 합니다
매도인이 보여주는 매출표는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저는 호텔매매 검토할 때 최소 12개월치 카드 매출, 현금 매출 비중, OTA 예약 내역, 주말과 평일 객실 점유율을 따로 봅니다. 예를 들어 월 매출 7천만 원이라고 해도 토요일 하루에 몰리는 구조라면 안정적인 물건이 아닙니다. 평일 객실 42개 중 8개만 돌아가고 주말에만 만실이라면 인건비와 관리비 부담이 꽤 큽니다.
숙박업은 고정비가 무섭습니다. 프런트 직원, 청소 인력, 세탁비, 전기료, 난방비, 플랫폼 수수료, 소모품비가 계속 나갑니다. 제가 봤던 한 물건은 매출이 월 6천만 원이라고 했는데 실제 영업비용을 까보니 남는 돈이 7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거기에 대출 이자까지 붙으면 사실상 손에 쥐는 게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호텔 사장님인데, 속으로는 이자 내려고 장사하는 구조였던 겁니다.
- 월 매출보다 1년 평균 객실 점유율을 먼저 본다
- 카드 매출과 예약 플랫폼 정산서를 대조한다
- 전기, 수도, 가스 사용량으로 실제 영업 규모를 확인한다
- 청소 인건비와 세탁비를 빠뜨리지 않는다
등기부 깨끗해도 인허가와 건축물대장에서 걸릴 수 있습니다
초보 투자자들이 호텔매매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인허가입니다. 등기부상 근저당 말소 가능하고, 압류 없고, 소유권 이전만 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숙박업은 건축물 용도, 위생업 신고, 소방시설, 주차장, 불법 구조 변경을 같이 봐야 합니다. 객실 수를 늘리려고 창고를 객실처럼 쓰거나, 옥상에 불법 증축을 해놓은 경우도 봤습니다.
이런 건 매수 후 적발되면 원상복구 비용이 바로 내 돈이 됩니다. 소방 점검에서 스프링클러, 방화문, 피난 계단 문제가 나오면 생각보다 비용이 큽니다. 제가 예전에 검토한 모텔형 호텔은 매매가가 주변보다 20% 싸서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건축물대장을 보니 일부 층 용도가 숙박시설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로 남아 있었습니다. 매도인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운영했으니 문제없다고 했지만, 저는 바로 접었습니다. 오래 버틴 것과 앞으로도 괜찮은 건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현장에서 꼭 보는 서류
- 등기사항전부증명서
- 건축물대장과 현황 도면
- 숙박업 영업신고증
- 소방점검 관련 서류
- 임대차계약서와 직원 승계 조건
경매로 나온 호텔은 명도보다 운영 공백이 더 아플 수 있습니다
경매 물건으로 호텔매매를 접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감정가 60억짜리가 3회 유찰돼서 30억대로 내려오면 눈이 갑니다. 저도 그런 물건 앞에서 오래 계산기 두드려봤습니다. 그런데 숙박시설은 낙찰받고 끝나는 자산이 아닙니다. 명도 기간이 길어지면 영업이 멈추고, 영업이 멈추면 기존 고객 후기와 플랫폼 노출이 같이 무너집니다.
일반 주택 명도는 점유자를 내보내고 수리하면 됩니다. 호텔은 다릅니다. 객실 침구, 냉난방기, 보일러, 엘리베이터, 간판, 예약 계정, 직원 숙련도까지 흐름이 끊기면 다시 올리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기존 운영자가 버티면서 시설 관리를 안 하면 낙찰자는 수리비 폭탄을 맞습니다. 객실 40개짜리 숙박시설에서 도배, 장판, 욕실 실리콘, 침대 교체, 에어컨 세척만 해도 억 단위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경매 호텔을 볼 때 최저가보다 낙찰 후 6개월 현금흐름을 먼저 잡습니다. 잔금,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수리비, 운영 재개 전 인건비, 광고비까지 넣어야 합니다. 이걸 빼고 수익률을 계산하면 종이에만 돈 버는 투자입니다.
입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입지에서 누가 자는지입니다
호텔이라고 해서 역세권이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 지역의 숙박 수요가 관광객인지, 출장객인지, 공사 현장 근로자인지, 병원 보호자인지에 따라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주말 매출이 강하지만 비수기 공실이 큽니다. 산업단지 주변은 평일 장기 투숙이 안정적일 수 있지만 객실 단가가 낮습니다. 대학병원 근처는 보호자 수요가 있지만 시설 청결과 조용한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제가 현장 조사할 때는 주변 숙박업소 5곳 이상을 직접 봅니다. 가격표만 보는 게 아니라 평일 저녁 주차장, 토요일 밤 예약 가능 객실, 배달 오토바이 출입, 주변 식당 영업시간까지 봅니다. 숙박업은 주변 상권의 밤 분위기와 같이 움직입니다. 낮에는 그럴듯한데 밤에 사람이 안 다니는 곳은 객실 단가를 올리기 어렵습니다.
초보라면 이런 호텔매매는 일단 거리 두는 게 낫습니다
- 매도인이 매출자료 원본을 보여주지 않는 물건
- 불법 증축 의심이 있는데 설명이 흐린 물건
- 소방 보완 명령 이력이 있는 물건
- 객실 수 대비 주차장이 심하게 부족한 물건
- 낙찰 후 운영자가 바로 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경매 물건
호텔매매는 큰돈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수익률 12%, 15% 같은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런 숫자에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오래 다녀보니, 좋은 물건은 숫자가 화려해서 좋은 게 아니라 나쁜 비용이 숨어 있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초보라면 싸게 사는 욕심보다 안 사야 할 물건을 걸러내는 눈을 먼저 가져야 합니다. 숙박시설은 한 번 잘못 물리면 팔기도 어렵고, 운영하면서 계속 돈이 새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호텔매매를 볼 때마다 매출표 맨 위 숫자보다 건물 냄새, 서류의 빈칸, 매도인의 말투를 더 오래 봅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사소한 부분이 꽤 자주 돈을 지켜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