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매매, 경매장에서 직접 밟아보니 가격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었습니다

얼마 전 법원 경매 입찰장에서 1층 상가가 붙은 작은 건물을 보고 온 적이 있습니다. 감정가는 18억대, 최저가는 두 번 유찰돼 11억 후반까지 내려와 있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혹할 만했죠.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1층 점포 세 곳 중 두 곳은 공실, 남은 한 곳은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180만 원짜리 오래된 임차인이었습니다. 건물 외벽은 멀쩡해 보였지만, 뒤쪽 배수관은 손볼 데가 많았고 주차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상가건물매매는 이렇게 종이 위 가격과 현장 체감이 꽤 다릅니다.
상가건물은 싸게 사는 것보다 버틸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아파트 경매는 그래도 비교가 쉽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비슷한 층의 실거래가를 보면 대략 감이 옵니다. 그런데 상가건물은 다릅니다. 도로 폭, 유동 인구, 임차인 업종, 주차, 관리 상태, 건물 노후도에 따라 가격이 크게 갈립니다. 같은 동네에서도 한 블록 차이로 월세가 30% 이상 벌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제가 초보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수익률 7%, 8%였습니다. 근데 현장에서 오래 보면 명목 수익률만 보고 들어간 사람이 제일 많이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12억에 산 건물에서 보증금 빼고 월세가 600만 원 나온다고 해도, 대출이자, 재산세, 종합소득세, 수선비, 공실 기간을 빼면 손에 남는 돈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특히 경락잔금대출 금리가 5%대만 돼도 계산이 확 달라집니다.
- 월세 600만 원은 매년 7,200만 원입니다.
- 대출 7억에 금리 5%면 이자만 연 3,500만 원입니다.
- 공실 한 칸이 6개월 비면 수익률은 바로 꺾입니다.
- 엘리베이터, 방수, 소방 설비 수선이 겹치면 1년 수익이 한 번에 날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상가건물매매를 볼 때 예상 월세보다 최악의 공실 기간을 먼저 잡습니다. 6개월 버틸 수 있는지, 1년 버틸 수 있는지 계산합니다. 돈 되는 물건은 공격적으로 보는 게 맞지만, 버티는 힘이 없으면 좋은 물건도 독이 됩니다.
권리분석에서 임차인 한 줄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상가건물은 임차인 권리가 아파트보다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대항력, 환산보증금, 배당요구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에 임차인이 적혀 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실제 점유자가 누구인지, 사업자등록은 언제 했는지, 보증금과 월세가 진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전에 제가 본 물건 중에 감정가 9억짜리 근린상가가 있었습니다. 서류상 임차인은 보증금 3천만 원, 월세 15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서 보니 실제로는 그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일부 공간을 다시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계약관계가 지저분해지면 낙찰 후 명도가 길어지고, 그 기간 동안 대출이자는 계속 나갑니다. 초보자는 이 부분에서 많이 지칩니다.
특히 상가 명도는 주거용보다 감정싸움이 세게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사하던 사람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려 있습니다. 간판, 집기, 권리금, 단골 손님까지 연결돼 있으니 쉽게 나가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이긴다고 바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협의금이 들어갈 수 있고, 강제집행을 하면 보관비와 집행비도 생깁니다.
상권은 유동인구보다 돈이 머무는 구조를 봐야 합니다
상가건물매매에서 현장조사를 나가면 많은 분들이 사람 수만 셉니다. 물론 유동인구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많이 지나간다고 돈이 꼭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출근길에 빠르게 지나가는 길인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길인지, 차를 세우고 들어올 수 있는 곳인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상가를 볼 때 최소 세 번은 갑니다. 평일 오전, 평일 저녁, 주말 낮입니다. 같은 건물도 시간대마다 얼굴이 다릅니다. 점심 장사는 좋은데 저녁에 죽는 곳이 있고, 주말에는 사람이 끊기는 업무지구 상가도 있습니다. 반대로 평일은 조용해 보여도 주말 가족 단위 수요가 강한 생활상권도 있습니다.
- 주변 임대 현수막이 몇 개나 붙어 있는지 봅니다.
- 1층 공실이 오래 비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 배달 오토바이, 택배 차량, 주차 회전이 어떤지 봅니다.
- 인근 중개업소 세 곳 이상에서 월세 체감가를 물어봅니다.
- 등기부상 근저당만 보지 말고 건축물대장 위반건축물 여부도 확인합니다.
실제 매매가격은 호가와 다릅니다. 매도자가 15억을 부른다고 그 동네 건물이 15억짜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최근 거래, 임대료 수준, 공실률, 대출 가능 금액이 같이 맞아야 합니다. 특히 상가건물은 매수자 풀이 좁아서 팔 때 시간이 걸립니다. 살 때부터 출구를 생각해야 합니다.
경매로 사도 싸게 샀다는 착각은 위험합니다
경매라고 무조건 싸게 사는 시대는 아닙니다. 좋은 입지의 상가건물은 입찰자가 몰립니다. 감정가보다 낮아 보여도 실제 시세 대비 비싼 낙찰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평가 시점이 1년 전이면 시장이 이미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공실이 늘어난 지역이라면 감정가 자체를 그대로 믿으면 곤란합니다.
제가 입찰가를 잡을 때는 매입가만 쓰지 않습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수선비, 중개보수, 공실 손실, 대출 실행비까지 한 장에 적습니다. 13억에 낙찰받는 물건이라도 실제 투입 총액은 14억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1층 방수와 간판 정비만 들어가도 몇천만 원은 금방입니다.
초보자라면 첫 상가건물매매에서 큰 건물을 잡으려 하기보다 작은 단위로 보는 게 낫습니다. 1층 꼬마상가, 2층 근린상가, 소액 지분이 얽힌 물건은 각각 위험이 다릅니다. 남들이 수익률 높다고 말하는 물건일수록 왜 싸게 나왔는지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좋은 물건은 이유 없이 오래 시장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제가 상가건물을 볼 때 따지는 것들
저는 이제 상가건물매매 물건을 보면 설렘보다 피로도를 먼저 봅니다. 이 건물을 샀을 때 내가 3년 동안 감당할 일이 무엇인지 떠올립니다. 임차인 민원, 누수, 공실, 세금, 대출 만기, 재임대까지 머릿속에 넣어봅니다. 계산기상 수익률이 좋아도 관리 난도가 높으면 과감히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자가 특히 피했으면 하는 물건도 있습니다. 위반건축물이 있는데 임대료가 높게 잡힌 건물, 권리관계가 복잡한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건물, 공실인데 주변 임대료를 너무 낙관적으로 반영한 건물, 주차가 전혀 안 되는데 음식점 임대를 기대하는 건물입니다. 이런 물건은 낙찰받는 순간부터 공부가 아니라 실전 비용으로 배우게 됩니다.
상가건물은 잘 사면 현금흐름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 토지 가치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충 사면 월세 받는 자산이 아니라 매달 돈을 먹는 숙제가 됩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 밤에 숫자를 다시 깎아봅니다. 기대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 비용을 더 넣어봅니다. 그래도 남는 물건이면 들어가고, 조금만 삐끗해도 버틸 자신이 없으면 손을 뗍니다. 상가건물매매는 배짱보다 확인이 먼저인 시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