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매매 계약서 쓰기 전 현장부터 다시 걸어봤더니 보인 것들

권리금 숫자보다 먼저 본 건 문 앞 사람 흐름이었다
얼마 전 후배가 점포매매 물건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280만 원, 권리금 8,000만 원짜리 1층 음식점이었죠. 사진만 보면 꽤 그럴듯했습니다. 간판도 멀쩡하고, 주방 집기도 깨끗하고, 사장님 말로는 월매출 4,500만 원까지 찍었다고 했습니다.
근데 저는 이런 물건을 보면 매출표보다 먼저 현장에 갑니다. 그것도 평일 점심, 평일 저녁, 토요일 오후 이렇게 시간을 나눠서 봅니다. 점포는 서류로만 사는 물건이 아닙니다. 문 앞을 지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들어올 이유가 있는지, 옆 가게가 같이 살아 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그날도 점심시간에 40분 정도 서 있었는데, 유동인구는 많았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그냥 지나갔다는 겁니다. 근처 오피스 직원들은 큰길 쪽 프랜차이즈로 몰렸고, 이 점포 앞 골목은 배달 오토바이만 자주 지나갔습니다. 장사가 안 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권리금 8,000만 원을 회수할 만큼 강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점포매매에서 초보가 제일 많이 속는 부분
점포매매를 처음 보는 분들이 가장 쉽게 흔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시설비만 해도 1억 넘게 들었어요.” 이 말입니다. 실제로 인테리어에 돈이 많이 들어간 건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수자가 사는 건 과거 비용이 아니라 앞으로 벌 수 있는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1억 2,000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다고 해도, 지금 매출이 월 2,500만 원이고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관리비, 배달 수수료를 빼면 순수익이 300만 원 남는 구조라면 권리금 1억은 부담스럽습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권리금 회수에 33개월이 걸립니다. 여기에 경기 변동, 직원 이탈, 임대료 인상, 업종 경쟁까지 들어가면 체감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집니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초보라면 권리금 회수 기간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잘 되는 가게라고 해도 18개월 안팎, 조금 애매하면 12개월 이하로 눌러서 봅니다. 물론 상권이 아주 단단하고 매출 증빙이 깨끗하면 다르게 볼 수 있지만, 그런 물건은 가격도 싸게 나오지 않습니다.
- 시설비는 이미 쓴 돈이지 내가 반드시 인정해야 할 돈은 아닙니다.
- 매출은 카드 매출, 배달 매출, 현금 매출을 나눠 확인해야 합니다.
- 순이익은 사장 인건비를 넣고 다시 계산해야 현실에 가깝습니다.
- 권리금 회수 기간은 낙관보다 비관 쪽으로 잡는 게 오래 살아남습니다.
임대차 조건이 안 맞으면 장사 잘돼도 위험하다
점포매매에서 장사만 보면 안 됩니다. 경매 물건 권리분석할 때 등기부 한 줄 놓치면 사고 나는 것처럼, 점포도 임대차 조건 하나 놓치면 돈이 묶입니다. 특히 계약갱신 가능 기간, 월세 인상 가능성, 원상복구 범위는 반드시 따져야 합니다.
제가 예전에 본 카페 물건이 있었습니다. 권리금은 6,500만 원, 월세는 190만 원이라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대차 계약서를 보니 남은 기간이 7개월뿐이었습니다. 건물주는 새 임차인과 다시 계약할 수는 있지만 월세를 26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이러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월세 70만 원 차이는 1년이면 840만 원입니다. 권리금 협상에서 최소 그 정도는 반영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원상복구입니다. 음식점, 카페, 미용실처럼 시설이 많이 들어간 업종은 나갈 때 철거비가 꽤 나옵니다. 20평대 점포도 철거와 폐기물 처리까지 하면 700만 원에서 1,500만 원 정도는 쉽게 나옵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 후 명도”라고만 적혀 있으면 나중에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깁니다. 천장, 바닥, 배관, 전기 증설분까지 어디까지 원상복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건물주 확인 없이 권리금 계약부터 쓰면 안 된다
가끔 양도인이 “건물주하고는 다 얘기돼 있다”고 말합니다. 현장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됩니다. 반드시 건물주 또는 관리 권한이 있는 사람과 직접 통화하거나 만나서 새 임차인 승계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임대차 주요 조건을 문자나 특약에 남겨야 합니다.
제가 초보 때 봤던 사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권리금 계약금 1,000만 원을 먼저 넣었는데, 건물주가 업종 변경을 거부했습니다. 기존은 분식집이었고 매수자는 술집을 하려던 상황이었죠. 양도인은 “나는 된다고 들었다”고 하고, 건물주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계약금 반환 문제로 몇 달을 끌었습니다. 돈보다 시간이 더 아깝습니다.
매출 자료는 많을수록 좋고, 말은 적을수록 믿는다
점포매매 현장에서 양도인은 당연히 좋은 얘기를 많이 합니다. “요즘은 몸이 아파서 제대로 못 했다”, “조금만 신경 쓰면 매출 금방 오른다”, “배달만 더 하면 훨씬 낫다” 이런 말들입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수자는 말이 아니라 숫자로 봐야 합니다.
저는 최소 6개월, 가능하면 12개월 자료를 봅니다. 카드 매출 내역, 포스 자료, 배달앱 정산 내역, 매입 세금계산서, 인건비 지급 내역을 같이 봅니다. 매출만 높고 재료비가 과하게 높으면 남는 게 없습니다. 직원 없이 부부가 하루 14시간씩 일해서 만든 순이익이라면, 그건 사업 수익이라기보다 노동 수익에 가깝습니다.
특히 현금 매출을 크게 주장하는 물건은 조심해서 봅니다. “현금이 월 1,000만 원은 된다”고 해도 증빙이 없으면 가격에 크게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현금 매출을 인정해주고 싶다면 적어도 원재료 매입량, 예약장부, 실제 객수, 테이블 회전율 같은 주변 자료가 맞아야 합니다. 숫자는 서로 연결돼야 합니다.
- 점심 피크 때 실제 객수를 세어봅니다.
- 배달 주문 알림이 얼마나 자주 뜨는지 현장에서 봅니다.
- 주변 경쟁 점포의 가격과 메뉴 구성을 비교합니다.
- 상가 공실률과 임차인 교체 속도를 확인합니다.
계약서 특약에 돈이 걸린다
점포매매 계약서는 대충 쓰면 안 됩니다. 특히 권리금 계약은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양도 범위, 집기 목록, 재고 처리, 임대차 승계 실패 시 계약금 반환, 인허가 문제, 영업정지 이력 같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냉장고, 에어컨, 제빙기, 간판, 포스기, 테이블, 의자, 주방 집기까지 인수 대상이면 목록을 따로 붙이는 게 좋습니다. “시설 일체”라고만 쓰면 나중에 양도인이 비싼 장비를 빼가도 다툼이 생깁니다. 실제로 업소용 냉장고 몇 대만 빠져도 수백만 원입니다.
인허가도 중요합니다. 일반음식점인지 휴게음식점인지, 미용업인지, 학원인지에 따라 승계와 신규 허가 조건이 다릅니다. 소방, 위생, 주차, 정화조, 용도지역 문제가 걸리면 생각보다 복잡해집니다. 영업신고증 하나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관할 구청에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경매도 그렇지만 점포매매도 싸게 사는 기술보다 안 물리는 기술이 먼저입니다. 초보 때는 수익률 높은 물건보다 설명이 단순한 물건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임대차 조건 깨끗하고, 매출 자료 투명하고, 건물주 협조 확인되고, 권리금 회수 기간이 짧은 물건. 그런 물건은 화려하지 않아도 버틸 힘이 있습니다.
저는 점포를 볼 때 늘 최악의 경우를 먼저 계산합니다. 매출이 20% 빠지면 버틸 수 있는지, 직원 한 명 더 써도 남는지, 1년 뒤 나가야 할 때 권리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는지 따져봅니다. 그 계산에서도 숨이 붙어 있으면 그때부터 협상에 들어갑니다. 점포매매는 꿈을 사는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버틸 수 있는 숫자를 사는 일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