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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경매만 믿고 입찰했다가 현장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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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경매만 믿고 입찰했다가 현장에서 식은땀 난 이야기

얼마 전 후배가 대법원경매 사이트에서 아파트 하나를 보고 저한테 물건을 들고 왔습니다. 감정가 3억 2천만 원, 최저가 2억 2천만 원. 사진도 멀쩡하고, 위치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후배 말이 딱 이랬습니다. “형, 이 정도면 그냥 들어가도 되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 말 듣고 바로 커피부터 시켰습니다. 경매에서 제일 위험한 순간이 바로 그때거든요. 화면상으로는 쉬워 보일 때입니다.

대법원경매는 경매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입니다. 저도 아직 매일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사이트는 출발점이지, 답안지가 아닙니다. 물건번호, 사건번호, 감정평가서, 매각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 입찰기일을 확인하는 곳이지 “이 물건은 안전하다”는 보증서를 받는 곳은 아닙니다.

대법원경매에서 처음 봐야 할 건 가격이 아닙니다

초보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게 최저가입니다. 30% 떨어졌네, 40% 떨어졌네 하면서 눈이 커집니다. 그런데 저는 가격보다 먼저 사건번호와 물건번호, 매각물건명세서를 봅니다. 특히 매각물건명세서에 임차인, 대항력, 배당요구 여부, 인수되는 권리 가능성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예전에 빌라 물건 하나가 있었습니다. 감정가 1억 8천만 원짜리가 두 번 유찰돼서 9천만 원대까지 내려왔습니다. 겉으로 보면 싸 보였습니다. 그런데 매각물건명세서에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보였고, 보증금이 1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낙찰가보다 임차보증금 인수 부담이 더 컸던 겁니다. 이런 물건을 가격만 보고 들어가면 낙찰받는 순간 싸게 산 게 아니라 비싼 짐을 떠안는 겁니다.

대법원경매 화면에서 최저가가 낮다는 건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단순히 시장이 안 좋아서 유찰되는 물건도 있습니다. 하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하거나 점유자가 까다롭거나, 현장 상태가 안 좋거나, 대출이 애매해서 빠지는 물건도 많습니다. 경매장은 친절하게 위험 신호를 크게 써주지 않습니다. 작은 문장 하나로 지나갑니다.

사진과 감정평가서만 믿으면 현장에서 깨집니다

대법원경매에 올라온 사진은 참고용입니다. 감정평가서도 기준 자료입니다. 그런데 그 자료가 지금 현재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으면 안 됩니다. 감정평가 시점과 입찰일 사이에 몇 달이 지나기도 하고, 그 사이에 점유 상태나 내부 상태가 달라지는 일도 있습니다.

제가 한 번은 상가 물건을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서류상으로는 1층 도로변 상가였습니다. 감정평가서 사진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주변 상권이 거의 죽어 있었고, 바로 옆 점포 세 곳이 비어 있었습니다. 낮 2시에 갔는데 유동인구가 손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서류에는 안 나오는 공기가 있습니다. 골목의 분위기, 주차 문제, 간판 노출, 악취, 소음, 계단 경사 같은 것들입니다.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단지라도 동, 층, 향, 라인에 따라 체감 가격이 달라집니다. 로열동과 비선호동은 실거래가 차이가 수천만 원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보자는 같은 평형 평균가만 봅니다. 경매에서는 평균이 아니라 내가 낙찰받을 그 집의 가격을 봐야 합니다.

권리분석은 등기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권리분석을 등기부등본에서 말소기준권리 찾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물론 말소기준권리는 중요합니다. 근저당, 가압류, 압류, 담보가등기 같은 권리 중 무엇이 기준이 되는지 봐야 합니다. 그런데 진짜 돈이 새는 구멍은 등기부 밖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임차인입니다. 전입일자, 확정일자, 배당요구 종기, 실제 점유 여부를 같이 봐야 합니다. 주민센터에서 전입세대 열람을 하고, 현장 방문 때 우편함과 계량기, 출입 흔적도 봅니다. 관리사무소가 있으면 관리비 체납도 확인합니다. 체납 관리비 중 공용부분은 낙찰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작아 보여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또 토지별도등기,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가능성, 선순위 가처분 같은 문구가 보이면 초보자는 그냥 넘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이런 물건은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그 수익률은 위험을 감당할 사람에게 붙는 가격표입니다. 10년 넘게 해도 이런 물건은 입찰 전에 시간을 오래 씁니다. 잘 모르면 안 들어가는 게 실력입니다.

입찰가보다 중요한 건 빠져나갈 계산입니다

경매 초보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낙찰가만 계산하는 겁니다. 실제 투자금은 낙찰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취득세, 법무비, 명도 비용, 이사비 협의금, 체납 관리비, 수리비, 중개수수료, 대출 이자, 보유 기간 비용까지 들어갑니다. 팔 때 양도세 문제도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세가 3억 원인 집을 2억 5천만 원에 낙찰받았다고 해도, 수리비 1천만 원, 각종 비용 700만 원, 명도 협의금 300만 원, 대출 이자와 보유비용 300만 원이 붙으면 실제 원가는 2억 7천만 원을 훌쩍 넘습니다. 매도할 때 중개수수료와 세금까지 생각하면 남는 돈이 생각보다 얇습니다. 게다가 매도가 늦어지면 수익률은 더 줄어듭니다.

저는 입찰 전에 항상 세 가지 가격을 씁니다. 보수적인 매도가, 현실적인 총비용, 절대 넘기지 않을 입찰가. 경매장에서 분위기에 휩쓸리면 200만 원, 500만 원은 우습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그 돈은 현장에서 박수받는 돈이 아니라 나중에 내 수익에서 빠지는 돈입니다.

대법원경매는 좋지만, 화면 밖 확인이 승부입니다

대법원경매 사이트는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 창구입니다. 사건 진행, 매각기일, 문건 접수, 매각물건명세서 같은 자료는 반드시 봐야 합니다. 다만 거기서 멈추면 반쪽짜리 분석입니다. 등기사항증명서,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전입세대 열람, 현장 임장, 실거래가 비교까지 이어져야 겨우 입찰 판단이 됩니다.

저는 초보자라면 첫 입찰 전에 최소 세 번은 현장에 가보라고 말합니다. 평일 낮, 저녁, 주말 분위기가 다릅니다. 낮에는 조용하던 골목이 밤에는 주차 전쟁일 수 있고, 주말에는 단지 출입이나 주변 상권 흐름이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한 곳만 묻지 말고 두세 곳은 물어봐야 합니다. 매도 호가와 실제 거래 가능 가격은 꽤 다릅니다.

그리고 입찰 당일에는 보증금, 신분증, 도장 같은 기본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정해놓고 가는 겁니다. 내 상한가를 넘으면 그냥 나와야 합니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이 실패가 아닙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낙찰받고 몇 달 동안 속앓이하는 게 진짜 실패입니다.

대법원경매는 잘 쓰면 좋은 도구입니다. 공정하게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누구나 기회를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숫자만 보고 덤비면 경매는 생각보다 차갑습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 전날이면 물건 자료를 다시 봅니다. 혹시 한 줄 놓친 게 없는지, 내가 보고 싶은 수익만 본 건 아닌지 확인합니다. 경매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크게 한 번 맞힌 사람이 아니라, 크게 한 번 다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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