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룸월세 물건 몇 번 따라가봤더니 숫자보다 먼저 보이는 것들

얼마 전 법원 입찰장에서 쓰리룸월세로 돌릴 만한 빌라 물건을 보다가 옆에 있던 초보 투자자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방이 세 개니까 월세도 잘 나오고, 공실 나도 금방 채워지지 않겠냐고요. 말은 맞는 것 같은데, 현장에서 오래 굴러보면 방 개수보다 먼저 봐야 할 게 따로 있습니다. 저는 쓰리룸 물건을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무 쓰리룸이나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쓰리룸월세는 원룸이나 투룸보다 임차인 층이 다릅니다. 신혼부부, 아이 있는 가족, 부모와 같이 사는 2세대, 지방 현장직 근로자 숙소 수요까지 붙을 수 있습니다. 대신 한 번 비면 수리비가 크게 나오고, 월세가 밀릴 때 금액도 큽니다. 그래서 수익률 계산만 보고 들어가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쓰리룸월세가 좋아 보이는 이유
현장에서 초보분들이 쓰리룸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월세 금액이 커 보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동네에서 원룸이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이라면, 쓰리룸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90만 원 또는 100만 원까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훨씬 든든해 보이죠.
근데 실제 임대 운영은 월세 숫자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쓰리룸은 도배, 장판, 싱크대, 욕실, 보일러, 방문, 샷시까지 손볼 구간이 넓습니다. 원룸 하나 수리하는 감각으로 접근했다가 견적서 보고 표정 굳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제가 예전에 낙찰받은 수도권 외곽 빌라 쓰리룸도 처음엔 700만 원 정도면 손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누수 흔적 잡고 싱크대 교체하고 장판까지 바꾸니 1,300만 원 가까이 나갔습니다.
그 물건은 다행히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85만 원으로 맞췄습니다. 그런데 잔금대출 이자, 재산세, 관리비 공백, 중개수수료까지 빼고 나니 처음 계산했던 수익률과 실제 통장에 남는 돈은 꽤 달랐습니다. 경매 투자에서 제일 위험한 말이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입니다. 쓰리룸은 그 대충의 오차가 큽니다.
방 세 개보다 중요한 건 임차인 수요입니다
쓰리룸월세를 볼 때 저는 제일 먼저 동네를 걸어봅니다. 법원 감정평가서와 매각물건명세서도 중요하지만, 월세를 받을 물건이면 결국 사람이 살아야 합니다.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은 가보는 편입니다. 주차장에 차가 얼마나 차는지,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가 가까운지, 버스 정류장까지 실제 걸음으로 몇 분인지 봅니다.
특히 쓰리룸은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주차 어려운 골목, 언덕 위 빌라에서 임대 속도가 확 떨어집니다. 방은 세 개인데 아이 키우는 집이 유모차를 들고 올라가야 한다면 선택을 망설입니다. 반대로 오래된 빌라라도 초등학교와 마트가 가깝고 주차 스트레스가 덜하면 월세가 빨리 맞습니다.
- 신혼부부 수요가 있는지
-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접근성이 괜찮은지
- 주차가 실제로 가능한지
- 관리비가 주변 대비 과하지 않은지
- 인근 쓰리룸 매물이 몇 주째 쌓여 있는지
여기서 중요한 건 매물 호가가 아니라 실제 거래되는 월세입니다. 중개사무소에 가서 “요즘 쓰리룸 얼마예요?”라고만 물으면 좋은 답을 듣기 어렵습니다. 저는 비슷한 평형, 비슷한 층, 비슷한 연식의 매물이 언제 나왔고 얼마나 오래 남아 있는지 같이 봅니다. 같은 85만 원 월세라도 3일 만에 나가는 집과 두 달째 광고 중인 집은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경매로 쓰리룸을 볼 때 권리분석은 더 건조하게 해야 합니다
쓰리룸월세 물건은 임차인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점유자가 딱해 보인다, 짐이 많아 보여서 곧 나갈 것 같다, 중개사가 괜찮다고 했다, 이런 말로 권리분석을 덮으면 안 됩니다. 매각물건명세서,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전입세대 열람, 확정일자 여부, 배당요구 여부를 차례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배당받지 못하는 구조라면 낙찰자가 인수할 금액이 생길 수 있습니다. 초보 때 가장 많이 다치는 지점입니다. 최저가가 싸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인수해야 할 보증금이 붙어 있는 겁니다. 겉으로는 1억 6,000만 원짜리 물건을 1억 2,000만 원에 받는 것처럼 보여도, 인수보증금 4,000만 원이 숨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는 권리분석할 때 수익률 계산보다 먼저 최악의 숫자를 씁니다. 낙찰가, 취득세, 법무비, 명도비, 미납관리비 가능성, 수리비, 대출이자 6개월치, 공실 2개월을 넣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으면 검토를 이어갑니다. 이 숫자에서 이미 숨이 차면 그 물건은 제 것이 아닙니다.
쓰리룸월세 수익률 계산, 이렇게 틀어집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낙찰가 1억 8,000만 원, 취득 부대비용 700만 원, 수리비 1,000만 원이 들어갔다고 치겠습니다. 총투입금은 1억 9,700만 원입니다.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90만 원을 받으면 겉보기에는 괜찮습니다. 연 월세는 1,080만 원이니까 단순 계산으로는 좋아 보이죠.
그런데 대출을 1억 2,000만 원 받았고 연 이자가 5%라면 이자만 6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재산세, 보험료, 중개수수료, 소소한 수리, 공실 기간까지 넣으면 실제 남는 금액은 확 줄어듭니다. 월세 90만 원이 통장에 찍혀도 내 돈이 다 아닙니다. 저는 초보분들에게 월세를 매출처럼 보지 말고 영업이익처럼 다시 계산하라고 말합니다.
- 월세 90만 원은 총수입일 뿐입니다
- 대출이자는 매달 빠지는 고정비입니다
- 공실은 언젠가 반드시 옵니다
- 쓰리룸 수리는 한 번에 크게 터질 수 있습니다
- 가족 임차인은 이사 결정이 느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점도 분명합니다.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면 오래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학교 문제나 생활권 때문에 원룸 임차인처럼 자주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은 입지의 쓰리룸은 공실 스트레스가 적고, 월세 흐름도 안정적입니다. 문제는 그 좋은 입지를 싸게 잡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경매에서도 다들 보는 눈은 비슷합니다.
제가 초보라면 이런 쓰리룸은 피합니다
첫째, 관리 안 된 빌라의 반지하나 꼭대기층입니다. 반지하는 습기와 채광, 꼭대기층은 누수와 냉난방 문제가 따라옵니다. 물론 가격이 충분히 싸면 검토할 수 있지만, 초보가 첫 물건으로 잡기에는 변수가 많습니다. 둘째, 주변에 같은 구조의 빈 매물이 많은 곳입니다. 이건 시장이 이미 말을 해주는 겁니다. 임차인이 선택할 집이 많으면 내 집은 가격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셋째, 권리관계가 복잡한데 싸 보이는 물건입니다. 대항력, 선순위 임차인, 유치권 주장, 법정지상권 가능성 같은 단어가 나오면 일단 멈춰야 합니다. 경매 고수들은 이런 물건에서 돈을 벌기도 하지만, 그건 싸워본 경험과 자금 여유가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초보가 따라 들어가면 수익보다 수업료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넷째, 주차가 안 되는 쓰리룸입니다. 원룸은 대중교통 수요로 버티는 경우가 있지만, 쓰리룸은 가족 단위가 많아 차가 한 대 이상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현장에 밤 9시쯤 가봤을 때 골목이 꽉 막혀 있고 이중주차가 일상이라면 월세를 낮춰도 임차인 반응이 시원치 않을 수 있습니다.
입찰 전 제가 꼭 적는 숫자
입찰표 쓰기 전에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종이에 숫자를 박아둡니다. 최고 입찰가, 예상 월세, 보수적 월세, 최소 수리비, 최악의 수리비, 공실 기간, 명도 비용입니다. 입찰장 분위기에 휩쓸려 300만 원, 500만 원 더 쓰는 순간 수익률은 조용히 무너집니다.
쓰리룸월세는 잘 잡으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줍니다. 하지만 방이 세 개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물건이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임차인이 살 만한 집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권리와 비용인지, 비어 있어도 버틸 자금이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저는 아직도 입찰장에 가면 욕심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더 숫자를 차갑게 봅니다. 경매는 용기보다 계산이 오래 살아남습니다.
